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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처럼 Aug 24. 2023

무인도를 다녀오다.

화면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23년 8월 중순 어느 날 낮에 점심 후 투썸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모처럼 몇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글쓰기를 해볼 생각이었다. 키오스크를 통해 결제하고 시원한 냉커피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행복한 미소를 지을 찰나 방금까지 잘 사용하던 핸드폰 화면이 한순간에 먹통이 되었다. 바탕 화면에 질서 정연하게 정리된 친숙한 앱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닥친 일이라 이렇게 저렇게 별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야속하게도 화면은 응답이 없었다.


여유롭던 오후의 커피 타임은 온데간데없고,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긴급 사태에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다. 그동안 스마트폰은 나의 분신처럼 붙어 다니며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노심초사 발만 동동 구를 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고장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네이버나 구글 검색이라도 해보아야 하는데 화면이 보이질 않아 그것도 할 수 없고, 근처의 삼성 서비스센터를 찾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할 수가 없었다. 오늘따라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몇 시간 뒤 오후 5시경에 손님을 만나기로 약속을 해놓은 상태라 이 사정을 전달하고 다음으로 약속을 변경하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이런 다급한 상황을 누구에게라도 알려서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전화마저도 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일과를 끝내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서 집으로도 가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우선은 이 난국을 해결하러 나가기 위해서 오늘 중 어떻게 해서라도 스마트폰 화면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근처의 삼성 서비스센터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아무래도 제일 가까운 곳이라곤 강남역의 삼성 본관밖에 생각나는 곳이 없었다.


이제 이동하는 것이 문제인데 교통카드도 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염치없지만 지하철 역무원과 버스 기사님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외상이라도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무작정 지하철역으로 출발했다. 혹시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장 난 휴대전화를 개찰구에 대자 결제가 되는 소리를 듣자 불행 중 다행으로 고장 난 스마트도 쓸모가 있어 고맙기까지 했다. 


이제 서비스센터를 찾고 집에까지 가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아 안도감이 들기까지 했다. 그리곤 머리 한쪽에선 실타래처럼 엉긴 현재의 복잡한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머리가 요구되는 문제처럼 복잡하게 생각되었다. 어렵게 기억을 더듬어 강남역 삼성 본관 안내인에게 물으니 이전을 했다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새로 연 서비스센터를 무사히 찾았다. 나는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서비스 기사님 왈 화면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약 34만 원이 나옵니다.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여름 낮에 벼락을 맞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낮에까지 멀쩡하던 스마트폰에 이런 거금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구나 이 기계를 위해 몇만 원짜리 가죽 덮개를 선거며 최근에 신용카드 몇 장을 넣기 위해 커버를 며칠 전 새로 구매를 한 입장이라 이 모두가 무용지물이 된 난감한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약 3년 전 100만 원 이상의 거금을 들여 사용하던 휴대전화기가 이렇게 되어 버려서 지금 당장 액정을 교체하는 선택을 하기보단 하루 정도 불편을 감수하며 생각을 다시 해보기로 했다. 새 기계를 마련하거나 아니면 비슷한 기종의 중고 기계를 사거나 집에 굴러다니는 옛날 기계를 사용하는 몇 가지 방안으로 고민해 보기로 했다.


마침 좀 작아진 휴대전화기를 구할 수가 있어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유심칩만 갈아 끼워서 일단 통화가 되었다. 마치 우주선 탑승자와 관제센터의 교신 되는 것처럼 반가웠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지난 며칠간 폭풍우 속에 무인도에 떨어져 있다 살아온 느낌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불편하다. 전화로 카톡이며 은행일, 지하철과 버스 이용, 검색, 유튜브 등 일상생활 전체가 스마트폰에 온전히 의존하게 된 삶이 되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 소중한 체험이었다. 이런 제품을 만든 제조 업체의 기술 한계와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 인간이 이런 비상사태와 관련해서 얼마나 취약한지 절감한 며칠이었다. 


반대로 알 수 없는 무구한 세월 동안 70억 인류를 가득 채운 채 지구의 자전과 공전 바다의 밀물과 썰물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통제하시는 하느님의 위대한 능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또한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이런 비상 상황을 대비하여 데이터를 2중 3중의 보관이 더욱 필요하게 됨을 깨닫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사야40:26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아라 누가 이것들을 창조하였느냐? 그 군대를 수대로 이끌어 내시고 그들 모두의 이름을 부르시는 분이다.그분은 끝없는 활력과 외경스러운 능력을 갖춘 분이시니"
잠언22:3 "슬기로운 자는 위험을 보면 몸을 숨기지만 경험 없는 자는 그대로 가다가 대가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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