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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가 가져온 변화들

새들이 그곳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by 자연처럼

이번 주는 보기 드문 강추위다. 영하 10도 이상의 추위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예상치 못한 한파에 평소와 다른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첫째, 사람들의 외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중년과 노인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마트와 재래시장도 한산하다. 평소라면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로 북적였을 시간인데, 지금은 텅 빈 통로에 형광등 불빛만 쓸쓸하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집 밖을 나서지 않으려 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어든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식당과 카페 자영업자들에게 이번 주는 더욱 혹독한 시간이 될 것이다. 오늘 한의원에 갔더니 여기도 한파의 영향인지 대기실이 한산했다. 아픈 것보다 추위가 더 무서운 모양이다.


둘째, 사람들은 추위를 피할 곳을 찾는다.


서울 시내 곳곳의 버스 정류장 대기실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매서운 바람을 피해 몸을 숨긴다. 안에는 의자까지 마련되어 있어 요즘 같은 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예전 같으면 버스가 올 때까지 맨몸으로 추위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광판과 버스 도착 앱 덕분에 실시간으로 버스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하면 몸이 훨씬 덜 고생한다.


더욱 놀라운 건 일부 정류장 의자에 난방이 된다는 것이다. 시린 손을 엉덩이 밑에 넣고 앉아 있으면, 손에게는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마을버스를 기다리다 이 비법을 옆에 있던 초등학생에게 알려줬더니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셋째, 사람들은 노출된 피부를 최대한 가린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 귀는 귀마개로, 손등은 방한 장갑으로 감싼다. 차가운 공기가 닿을 만한 곳은 어디든 가려야 직성이 풀린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지나가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추위가 오기 전에도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다니는 세상인데, 이제는 더욱 세상과 단절된 모습이다. 어서 빨리 추위가 물러가기를 바란다.


넷째, 아파트 관리실도 바빠진다.


추위가 강해질수록 화재 위험도 높아진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안전을 당부하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전열기와 난방 제품 사용이 늘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재난이 일어날 수 있으니 사전에 조심하라는 것이다.


밖에 나가 있다 보면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유난히 자주 들린다. 아무리 조심해도 실제로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다섯째, 반려견도 산책하기가 쉽지 않다.


매서운 한파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존재 중 하나가 반려견이 아닐까 싶다. 평소 같으면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꼬리를 흔들며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주인이 추위에 움츠러드는 바람에 강아지들도 방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벌써 나흘째 한 번도 밖에 나가지 못한 반려견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산책은 최고의 선물인데, 얼마나 답답할까? 반려견을 사랑하는 견주라면 풀냄새는 맡지 못하더라도 지하 주차장에라도 데려가 바깥 기분이라도 내주지 않을까 싶다. 이들을 위해서도 추위가 빨리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아침 식사를 하며 창밖을 바라보니 새들 무리가 하늘을 날아간다. 신기하게도 이들은 외투도, 모자도, 방한화도 없이 평소처럼 자유롭게 날갯짓을 한다. 대체 어디서 잠을 잤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이들을 위해서도 추위가 빨리 물러나길 바란다.


"여호와의 나무들, 손수 심으신 레바논 백향목들이 만족하니, 새들이 그곳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황새가 향나무에 집을 짓습니다." (시편 104:16, 17 신세계역 성경)


매서운 추위가 하루라도 빨리 제 집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그래서 움츠러든 우리의 몸도 활기를 되찾고 시름에 지친 자영업자들이 웃음을 되찾길 바란다.반려견과 새들에게도 따뜻함이 전해지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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