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다. 실물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긴다는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보이는 것에 마음이 쉽게 동요된다. 그래서 철모르는 어릴 때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은 알 것 없고 길거리에서 눈에 띈 장난감을 막무가내로 사달라고 마구 떼를 쓰므로 부모님을 당황케 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든 어른이 되어도 이러한 버릇은 여간 고치기가 힘든 게 아니다. 붕어빵 손수레와 현수막에 그려진 붕어에 눈길이 마주치면 옛날 추억이 생각나 어느새 주머니에 손이 가 있기가 일쑤다. 특히나 다이어트나 다른 이유로 그냥 지나쳐야 할 사람들에겐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마치 고양이가 생선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만큼의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본능 때문인가? 우린 유달리 보이는 것에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백화점의 쇼핑족을 노린 MD는 여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이론을 동원해 실내장식과 화려한 조명으로 명품이며 의류들로 발길을 멈춰 세우며 유혹한다. 남자들 역시 나은 입장에 잊지 않다.셀 수 없이 수많은 세상의 자동차 정보를 섭렵하고 마음에 드는 자동차를 장만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던 차 어떤 차에 한번 마음이 꽂히면 온갖 감언이설로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아내의 마음을 얻고자 애쓴다.
그러면 과연 우리는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것을 가져야만 행복한 것일까? 한때 모두가 부동산에 목을 매던 시절이 있었다. 혹시 집 없는 이들에게는 집값이 더 올라 마지막 기회를 놓칠세라 빚을 내 분에 넘치는 투자를 한 사람들에게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지금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우리의 대출금리 역시 숨 가쁘게 올라감으로 숨을 제대로 못 쉬게 하고 있다. 모두의 효자이기만을 바랬던 아파트가 이제는 철천지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로 최근 IMF에서는 아태지역 주택시장 안정 보고서 발간을 통해서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큰 폭의 하락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우리의 눈을 현혹해서 한순간에 우리의 주머니를 한가득 채워주리라 생각했던 고층 아파트는 이제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누구에겐 한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치 도심의 어두운 내면을 가린 야간 네온사인처럼 겉모만 화려하고 우리의 눈을 유혹할 뿐이다. 우리의 상황은 여름날 갑자기 불어닥치는 소나기처럼 갑작스럽게 변할 수 있고 우리에겐 멀리 앞을 내다볼 혜안이 부족함으로 현재의 가진 것으로 만족하는 자족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눈에 보이는 부를 추구하다 자신을 고립시키는 수전노의 처량한 삶이 떠오른다. 이 사람은 가족과 벗들을 두면 어느 정도의 돈을 지출해야 하므로 금고의 돈을 세며 혼자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며 커다란 금고를 지키며 올 연말을 지낼 것이다.
올해도 벌써 22년 12월이 지나가면서 우리의 눈을 압도하는 잠실의 롯데타워의 하늘을 찌르는 위용과 함께 그룹의 여러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다는 우리의 마음을 착잡하게 하는 뉴스가 들린다. 연말 보너스와 함께 가족들과 기분 좋은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겠지만, 이들에겐 다가올 연말이 더욱 무겁게만 느껴지리라. 성서에서는 물질적으로 부유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을 이렇게 권고해 준다.
전도서 5:10 "은을 사랑하는 자는 은으로 만족함이 없고 풍부함을 사랑하는 자는 소득으로 만족함이 없다니 이것도 헛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