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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처럼 Dec 21. 2022

눈이 내린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그분은 눈을 양털처럼 내리시고"

벽부터 폭설이 내려 자동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간다. 온 세상이 새하얗게 뒤덮은 설경은 마음을 왠지 포근하게 하며 우리를 동심으로 이끈다. 아파트 내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크고 작은 눈사람을 만들기에 바쁘다. 어른들 역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눈 덮은 길을 첫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마치 깨끗한 도화지에 붓을 든 화가처럼 저만의 그림을 그리듯 선명한 자국을 남긴다.


나는 시내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인 잠실로 향했다. 오늘은 조금은 늦더라도 지하철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차창 너머의 눈 덮인 하얀 세상을 구경하는 특별한 재미를 느껴볼 생각이다. 가로수 너머의 낮은 산엔 새들이 지어놓은 집들이 주변의 하얀 세상과 대비되어 높다란 나무 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오늘처럼 눈이 오면 새들은 어떻게 눈을 피할까? 평소에 해보지 못한 엉뚱한 생각이 든다. 잠시 이들은 내리는 눈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 아니면 눈을 맞으며 우리처럼 낭만을 즐길까? 혹시 갓 태어난 새끼들이라도 있게 되면 몹시 추울 텐데 어떻게 지낼지가 몹시 궁금하기만 하다.


모처럼 보게 되는 멋진 광경이다. 40여년간 현미경으로 눈을 연구해 온 윌슨 A 벤틀리는 서로 똑같이 생긴 눈송이를 발견한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내려진 수많은 눈이 모두 육각형 모양이지만 그들 모두가 똑같은 모양으로 발견된 눈송이는 하나도 없다고 알려진다. 그가 느낀 경이감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광경이다.


잠시 후 나는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 석촌 호수를 걸으며 눈 덮인 호수를 즐겨보기로 했다. 마침 호숫가에는 산책 나온 청둥오리 가족과 몸집이 좀 더 큰 하얀 외투를 걸친 듯한 오리 떼 대 가족의 외출을 보게 됐다. 호수를 거닐던 사람들은 모처럼 보게 된 하얀 눈 풍경과 어우러진 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누른다. 청둥오리와 오리 가족들은 이 광경을 눈치챘는지 멋진 자세로 사진 모델이 되어준다. 함박눈과 호수의 광경만으로도 나름 멋진 감동을 할 만한데 이들의 모습은 카메라 셔터만 누르면 누구라도 작품이 되기에 충분하다.


고개를 들어 멀리 하늘을 쳐다보니 흐린 하늘에 반쯤 가려진 태양의 눈 부심이 눈을 못 뜰 정도로 찬란하다. 다른 때 같으면 롯데 타워의 높다란 꼭대기가 한껏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지만 지금 이 순간 뿌연 하늘 때문에 자신의 고고한 자태를 뽐내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듯하다.오늘 하루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되어 행복한 하루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오늘 하루만큼이라도 아무런 근심 없이 눈이 주는 포근함을 느끼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시편 147 : 16 "그분은 눈을 양털처럼 내리시고 서리를 재처럼 흩으시며"
욥기 37:6 "그분은 눈에 땅에 내려라! 하고 말씀하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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