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선물이 되는 사람

by 윤창영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는 사람


경주에는 처형이 산다. 아내와는 15살이나 나이 차이가 난다. 장모님이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신혼시절에는 경주 언니 집을 처가로 생각하고 자주 다녔다. 갈 때마다 처형은 나를 사위를 대하는 장모처럼 아주 잘해주었다. 그 고마움은 언제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아내와 낭만부부로 살기로 하고 토요일마다 글을 쓰러 가거나 드라이브를 하곤 하는데, 어제는 지난주에 이어 경주로 갔다. 벚꽃도 구경하고 아내가 처형에게 선물할 고무신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그 고무신은 주전의 ‘그냥’이라는 카페에서 산 고무신이다.


경주에 가서 처형 친구들과 조카 정윤이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는 처형은 새로 산 옷이 어떠냐며 아내에게 품평을 요청했고, 아내는 기꺼이 좋은 말을 해주었다. 처형 친구들도 다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라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특히 정윤이는 내가 좋아하는 조카이다. 그의 살아가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든다. 정윤이에게는 초등학생인 딸 두 명이 있다. 함께 기차여행도 다니고 경주에서 행하는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가끔 방송을 타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경주에는 정윤이가 있다.”


우리 부부는 이런 말을 곧잘 한다. 절대 극성적이지 않으면서도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면서 산 교육을 시키는 교육 방식이 아주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자체가 공부가 된다. 무엇보다 현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보낼 줄 아는 지혜가 있는 엄마이다.


아이들을 학원에서 학원으로 옮겨 다니게 하는, 돈으로 교육을 시키려는 엄마와는 무척 대비가 된다. 그러다 보니 큰 딸 채원이는 초등학생인데 공부에 재미를 붙여 시키지 않는데도, 혼자 중학교 과정을 독학하고 있다.


그런 정윤이에게 책을 한번 써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카카오 스토리에 아이들을 키우는 삶을 올리고 있기에 그것을 정리만 잘 해도 한 권의 책이 나올 것 같아서다. 또한, 그의 교육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사례가 될 것 같고, 책을 낸다는 자체만으로 그의 삶에 큰 의미가 될 것 같아서이다.


처형 일행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가 말했다.

“제가 어렸을 때 언니가 가방을 하나 사 준적이 있어요. 그 당시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서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날 학교에 갔다가 오니 언니가 집에 제 가방을 하나 사두고 갔어요. 그때 너무 좋아 팔짝팔짝 뛰었어요. 그것을 잊지 못해 언니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그 고무신을 산거예요.”


경주 처형은 목욕탕을 한다. 아내는 처형이 목욕탕에서 슬리퍼 대신 그 고무신을 신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어릴 때 선물 받고 좋아한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언니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그 고무신을 보자 언니 생각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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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란 추억과 그 의미까지 데려오는 것 같다. 아내의 말을 들으며 작은 소녀가 선물을 받아들고 좋아서 팔짝팔짝 뛰는 모습이 연상되어, 내가 보지 못한 아내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 경주 처형은 아내의 인생에 선물로 받은 사람이며, 아내와 우리 아이들도 나의 인생에 선물로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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