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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미국 게티센터 The Getty Center

[고영애의 건축기행]

"고대 아크로폴리스를 재현한 듯 기념비적인 건축 순례지"
-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 주소: 1200 Getty Center Drive Los Angeles, California 90049, USA
- 홈페이지: www.getty.edu/museum   
사진작가 고영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60곳을 프레임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 현대미술관부터 게티센터, 바이에러미술관,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등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미술관들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건축 이야기로 안내한다.


게티 센터 (사진 고영애)


로스앤젤레스는 천사의 도시라 불릴 만큼 살기 좋은 도시다. 이민자들의 천국인 이 도시는 청명한 날씨와 산타모니카 해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디즈니 콘서트홀, 게티 센터, LA 카운티 미술관, 비벌리 힐스,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 등 볼거리가 다양한 문화 예술의 도시이며 문화 소비의 도시이자, 또한 건축의 도시이기도 하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LA의 멋진 건축물들과 미술관을 감상하러 이 도시를 찾는다. 


미국의 대부호인 진 폴 게티(Jean Paul Getty)는 자신이 수집한 컬렉션과 막대한 기금을 바탕으로 LA의 버려진 국유지를 뮤지엄 단지로 조성하여 로스앤젤레스를 문화의 도시로 거듭나게 하였다. 1974년부터 시작된 게티 뮤지엄 건립 프로젝트는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에 의해 고전적 모더니즘 스타일의 건축물로 1997년에 완성되었다. 2006년에는 게티 뮤지엄을 게티 센터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이와 별개로 폴 게티는 말리부 해변에 로마시대 빌라를 본떠 지은 게티 빌라를 오픈하였고, 이 빌라에도 그리스·로마·에트루리아(지금의 토스카나 지방) 유물을 전시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LA 명소 중 하나가 되었다. 

게티 센터 (사진 고영애)

기념비적인 백색 미술관 게티 센터는 LA 웨스트우드의 약 3만 평 언덕에 자리하고 있었다. 게티 센터의 순례는 주차장 입구에서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타고 산등성이를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햇살이 온몸에 내리쬐었지만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LA의 신선한 공기가 코끝에 닿는다. 모노레일에서 내리니 멀리 드넓은 바다가 시야에 펼쳐졌다. 계단을 오르면 넓은 언덕 위에 4개동의 하얀색 미술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 사이로 태평양과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이 멀리 바라보이는 거대한 게티 센터는 마치 고대 아크로폴리스를 재현한 듯 브렌우드 언덕 위 사방으로 둘러져 있었다. 

게티 센터 (사진 고영애)

계단 중앙에는 아리스티드 마이욜의 조각 작품이 놓여 있다. 왼손을 들고 누워 있는 마이욜의 여인 조각상은 그리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오버랩되었다. 여인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낸 누드 조각상은 왼손을 들어 관람객에게 축복이라도 하듯 맞아주었다. 


계단을 올라서며 마주한 첫 번째 건물은 모든 안내물이 비치된 로비였다. 그 건물 중정에는 르네상스 시기의 특별전을 선전하는 현수막이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다. 건물 천정의 채광창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해 내부는 눈부시도록 밝았고, 유리로 지은 벽 사이로는 LA의 파란 하늘과 구름, 나무, 게티 센터의 건물들이 반사되어 파노라마 같은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졌다.

게티 센터 (사진 고영애)


안내관을 통과하면 중앙 분수와 바위 정원 그리고 그 주위를 에워싼 여러 동의 건물이 연결되어 있는 전시관이 나왔다. 전시장 건물은 이탈리아 티볼리에서 가져온 부드러운 유백색의 대리석으로 지어졌고, 박스형의 모던한 디자인이 주룰 이루었다. 건물마다 옹벽과 기단은 거칠게 마감되어져 고전미를 부각시킨 디자인은 브렌우드 언덕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최상의 조화였다. 분수 정원 주변과 바위 정원 주위에는 관람객들이 여기저기 앉아 쉬고 있었다. 미술관 산책에서 분수와 정원은 미술관을 찾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시관은 중앙 정원을 중심으로 좌우에 6개동의 건물들을 지형에 따라 분산시켜 놓았다. 각 동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단지를 이루고 있다. 2개동을 연결한 거친 유백색 대리석의 벽 사이로 바라본 하늘과 LA의 원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 공간은 게티 센터에서만 누릴 수 있는 축복의 장소였다. 

게티 센터 (사진 고영애)

동서남북으로 배치된 4개동의 건물과 2개동의 건물이 드문드문 펼쳐져 있다. 2개동의 건물에는 저마다 다른 역할들을 맡는 게티 보존연구소, 게티 미술연구소, 예술교육센터, 인문과학연구소, 게티 버추얼 라이브러리(Virtual Library), 게티 재단, 레스토랑과 야외 카페, 야외 테라스 카페 등이 있다.


전시장을 나와 야외 테라스 카페에서의 향긋한 커피와 함께 유백색의 기둥 사이로 들어온 햇살과 정오의 그림자는 장관이었다. 언덕 위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LA 시가지와 아스라이 바라본 태평양 바다는 게티 센터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였다.

게티 센터 (사진 고영애)


게티 센터 (사진 고영애)


3개동의 전시관만 둘러본 후 야외 정원을 산책하였다. 야외 정원은 미국 작가 로버트 어윈이 설계를 맡았다. 야외 정원의 전체적인 조경은 주제별로 조성되어 있었다. 중앙 분수, 중앙 정원, 숨어 있는 작은 연못들, 정원 사이를 연결해놓은 교각, 바위 정원, 유럽식 원형 정원, 폭포와 수로, 꽃밭 등을 산책하였다. 정원 사이사이마다에 설치해놓은 마크디 수베로, 알렉산더 칼더, 니키드 상팔 등 유명 조각가들의 조각들을 감상하고 나니 어느새 한나절이 다 지나갔다. 


가족 단위로 피크닉을 나온 시민들이 뜨거운 햇볕에도 아랑곳없이 푸른 잔디 위에 뒹굴며 일탈을 누리는 모습은 부러웠다. 또한 미술관이 주는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는 LA 시민들의 문화 의식과 여유가 피부에 와 닿았다. 우아하고 고전적인 이미지의 게티 센터는 LA에 활력소를 줄 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에겐 기념비적인 건축 순례지가 되었다. 미술관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시민들은 정말 커다란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게티 센터 (사진 고영애)


야외 정원을 산책한 후 게티 센터 안에 마련된 식당 더 레스토랑(the restorant)에서 늦은 점심을 하였다. 태평양의 넓고 푸른 바다를 마주한 식당에서 여유로운 식사로 여행의 자유를 만끽하였다. 카르파초와 함께 샤블리의 향을 입안 가득 오래오래 음미하며 부케 향에 빠져드는 야릇한 환희의 순간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으랴. 미술관 앞에 솟구치는 시원한 분수, 아름다운 정원, 분수 바로 옆의 야외 카페. 이 모든 일탈이 주는 행복은 자존감으로 가득 차 게티 센터를 떠나는 발걸음에 생기를 실어주었다.




고 영 애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고영애 작가는 서울여대 국문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사진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한국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이 연재물은 그의 책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헤이북스) 중에서 <데일리아트> 창간을 기념하여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을 골라서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그가 15년 넘도록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현대미술관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기록한 ‘현대미술관 건축 여행기’다.




고영애 글/사진,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헤이북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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