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파편과 사유의 리듬이 직조된 조형적 서사

by 데일리아트

6. 18. - 7. 19. PKM갤러리
구현모 개인전, 신작 28여 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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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rock on the wall, 2025 /출처: PKM갤러리

PKM 갤러리는 오는 7월 19일까지 구현모(b.1974)의 개인전 《Echoes from the Cabinet》을 개최한다. 섬세한 미감과 시적인 울림으로 주목받아 온 구현모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세라믹, 조각, 페인팅,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한 신작 28여 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재료 고유의 물성과 구조를 탐색하며, 촉각과 시각, 실재와 개념, 자연과 인공 사이의 미묘한 경계에 집중한다.

전시 제목인 《Echoes from the Cabinet》은 작가의 오랜 조형적 사유가 모여 있던 '캐비닛(cabinet)'으로부터 퍼져 나오는 ‘메아리(echoes)’를 상징한다. 이는 곧 구현모의 내면 깊숙한 사유와 기억, 감각의 파편들이 전시장을 매개로 외부로 확산되는 과정을 은유한다. 작가에게 있어 캐비닛은 단지 사물을 보관하는 장소를 넘어, 예술적 아이디어와 감각이 축적되고 응축되는 사적인 공간이자 창조의 기점이다. 그 안에 머물던 조형적 단상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하나의 유기적인 환경으로 전개되며 관람자와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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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es from the Cabinet' 전시 전경 /출처: PKM갤러리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면을 따라 배열된 세라믹 조각 연작과 평면 작업, 공간 곳곳에 배치된 행잉 및 스탠딩 조각들이 관람자의 시선을 유도한다. 공중에 부유하듯 걸린 조각들은 금속과 자연물, 무게감과 가벼움의 경계를 흐리며 공간의 공기 흐름을 시각화한다. 바닥과 벽에 설치된 세라믹 조형물은 굽이치는 곡선과 유려한 표면, 재료 특유의 밀도와 질감을 통해 긴장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구조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와 함께 전시된 평면 작업은 드로잉을 기반으로 하여 작가의 사유가 어떻게 입체적 작업으로 전환되는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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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rock on the wall, 2025 /출처: PKM갤러리

각 작업은 독립적인 조형 언어를 지니면서도 서로 간의 미묘한 흐름과 감각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전시 공간 전체는 하나의 커다란 서사적 장면으로 구성된다. 관람자는 그 여백과 경계를 따라 걷는 동안, 문득 마주친 낯선 향기나 바람결에 실린 풀 내음처럼, 조용하지만 깊은 감각의 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조형물의 나열이 아닌, 감각과 기억, 사유가 함께 진동하는 복합적 공간으로서의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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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forest Island, 2024 /출처: PKM갤러리

구현모는 홍익대학교 도예과와 독일 드레스덴 예술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아르코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성곡미술관, 뮤지엄 산 등 국내 주요 미술기관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파리, 베를린,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등지에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특히 그는 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막스플랑크연구소(MPI-CBG)에서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격려하는 미술상을 수상하며, 그의 작업 세계가 다학제적 사고와 감각을 아우른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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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top view, 2024 /출처: PKM갤러리

《Echoes from the Cabinet》은 구현모가 축적해온 시간의 파편들과 조형적 탐색이 만나 만들어낸 내밀한 이야기의 장이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오브제들과 감각의 흐름 속에서, 관람자는 사적인 기억의 공간을 걷듯 조용하고 서정적인 리듬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조형과 감성, 구조와 여백이 어떻게 예술적 울림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이며, 구현모의 예술 세계가 가진 섬세한 깊이를 다시금 조명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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