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애의 건축기행] 독일 K20 미술관

by 데일리아트

"검은색 화강암의 흑색 파사드가 빛나는 건축물"
- 건축가: 디싱+바이틀링 (Dissing+Weitling)
- 주소: Grabbepl. 5, 40213 Düsseldorf, Germany
- 홈페이지: www.kunstsammlung.de

사진작가 고영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60곳을 프레임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부터 게티센터, 바이에러미술관, 인젤홈브로이히미술관 등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미술관들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건축 이야기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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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0의 전경 (사진 고영애)

K21에서 북쪽으로 약 1.5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해 있는 1986년 개관한 K20은 뒤셀도르프 구시가지의 심장부인 그라베 광장(Grabbeplatz)에 자리하고 있다. 노스트라인-베스트팔렌 연방주는 1960년 파울 클레 작품 88점을 사들였고, 클레 컬렉션을 바탕으로 다음해 1961년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립미술관을 설립했다. 2002년 디싱+바이틀링에 의해 기존의 주립미술관을 확장 설계에 들어가 2010년 새롭게 K20으로 재개관하게 된다.

20세기부터 1960년대까지의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K20은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조셉 보이스를 비롯해 피카소, 브라크, 칸딘스키, 막스 에른스트와 같은 유명 작가의 작품 외에도 미국 현대추상회화의 기수 잭슨 폴록을 비롯해 엘스워스 캘리, 로버트 모리스, 솔 르윗, 마크 로스코, 쥴리앙 슈나벨, 프랭크 스텔라, 앤디 워홀, 사이 톰블리, 로버트 라우젠버그와 같은 대가의 작품들과 리차드 세라, 토니 스미스, 버넷 뉴만의 조각 등을 총망라하여 현대미술관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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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모리스의 작품 '호넷' (사진 고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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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0 실내에 둔 유리박스와 물의 정원 (사진 고영애)

석양 무렵 노을에 반사된 화강암 재질의 흑색 파사드는 K20을 더욱 빛나게 했다. 화강암의 기다란 벽체를 따라가면 야광색의 수많은 세라믹 타일들로 색채의 향연을 이룬 기하학적 조형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파울 클레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조형물은 사라 모리스의 2008년 작품 <호넷(Hornet)>으로 뒤편에 위치한 파울 클레 광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야광색의 수많은 세라믹 타일들은 높고 푸른 하늘 아래 더욱 현란했다. 타일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만든 고광택 세라믹 타일의 이미지는 수도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함이라고 사라 모리스는 암시한다.

미술관 실내로 들어서니 사각 유리 박스로 된 스튜디오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유리 박스 안에 또 다른 박스가 비스듬히 들어 있었고 그중 일부는 외부로 튀어나와 있어 흡사 대형 조각 작품과도 같았다. 스튜디오 앞에는 조그마한 물의 정원이 있다. 유리 박스 사이로 비춘 사라 모리스의 형형색색의 야광색 타일은 물에 반사되어 그 어떤 추상화 작품보다도 매혹적이었다.

마침 마티스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뒤셀도르프에서 거장을 만나니 더욱 흥분되었다. 특별히 전시 공간과 가장 어울리는 작품은 몬드리안의 회화 작품이었다. 낮게 걸어놓은 몬드리안의 단순 명료한 회화는 하얀색 채광창 아래에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현대사진사에 새로운 장을 연 뒤셀도르프 출신의 사진작가 베허 부부의 1963~1995년 작품과 이미 크노벨(Imi Knoebel) 등은 이곳 뒤셀도르프에서 주시해야 할 작품들이다. 베허 부부는 베허 학파를 이끌고 있는 독일 현대사진계의 대부이며, 베허 부부의 유형학적 사진의 특징들을 담고 있는 산업 구조물 사진은 현대사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크노벨은 조셉 보이스 뒤를 이은 독일 현대추상화가로 미국 디아비콘과 모마, 베를린의 함부르거 반호프 등 유명 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유망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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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0 내부 공간 (사진 고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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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0 마티스 전시 공간 (사진 고영애)

이와 같이 기라성 같은 대가들의 컬렉션을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은 K20의 초대 관장이었던 베르너 슈말렌바흐의 공이 크다. 미술비평가였던 슈말렌바흐는 1962년부터 1990년까지 재임하면서 뒤셀도르프를 예술의 도시로 이끌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엄청난 재정을 확보하여 당대 세계시장을 돌아다니며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수집하였다. 장기간 재임하면서 한 사람의 주관적인 컬렉션의 태도가 때론 입방아에 오를 수 있지만. 미술관의 전시 계획과 컬렉션의 방향을 일관성 있게 꾸려나갈 수 있도록 신뢰한 주 정부와 시민들의 성숙된 태도는 숙지할만하다. K20과 K21을 돌아보면서 독일의 경제력과 문화 수준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K20 입구에 자리한 끌레 레스토랑은 뒤셀도르프에서 가장 혁신적이며 트렌디한 디자인 명소라고 했다. 이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와 근처에 위치한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의 생가는 메디안 하펜의 야경 촬영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현대건축과 예술의 중심지로 새롭게 떠오르는 보석과 같은 도시 뒤셀도르프는 라인 강가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과 가장 핫한 건축물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옛 항구를 현대 도시의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메디안 하펜의 프랭크 게리 건축 ‘노이어 촐호프’는 라인 강변의 노을을 붉게 수놓았다. 도시 곳곳에 들어선 새로운 건축물은 오래된 건축과 조화를 이루며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독일이 매력적인 이유는 어느 도시에나 현대미술관이 있고, 고건축과 현대건축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문화와 예술의 향연이 춤을 추듯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뒤셀도르프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받는 특별한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라인 강의 기적을 낳은 그 강가를 따라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집 《로만체로(Romanzero)》를 읊조리며, 과거와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패션의 도시 뒤셀도르프에서 밝아오는 새해를 설계하는 것도 낭만적일 것이다.

고 영 애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고영애 작가는 서울여대 국문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사진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한국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이 연재물은 그의 책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헤이북스) 중에서 <데일리아트> 창간을 기념하여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을 골라서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그가 15년 넘도록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현대미술관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기록한 ‘현대미술관 건축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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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애 글/사진,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헤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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