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하고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치유와 희망을 전하고 있는 전시 3개가 도가헌 미술관에서 개최된다.
건축 전공의 김성기 안드레아 신부의 수채화 작품들이 《The DOOR》라는 주제로 7월 13일(일)-9월 13일(토) 2전시장에서, 철과 동의 조각 작업으로 십자가를 재해석한 김동준 작가의 작품들이 《두드리다》라는 주제로 7월 13일(일)-8월 13일(수) 1전시장에서, 인간의 삶과 신앙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황석선 작가의 《고도를 기다리며》 전시가 8월 16일(토)-9월 13일(토) 1전시장에서 진행된다.
김성기, 성소로 향하는 사람들 ,watercolor, 2024
황석선,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 2024
우리 삶의 여정은 반복되는 문들을 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여러 문이 열리고 닫히는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와 결정들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김성기 안드레아 신부는 ‘문’이라는 상징적인 요소를 통해 새로운 시작, 변화, 그리고 신앙의 여정을 표현하고 있다. 건축가의 뛰어난 구도와 투시 전통적인 수채화 기법을 사용해 생동감 있는 색감과 섬세한 터치로 표현하며, 메주고리예의 풍경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은 신앙적 메시지와 자연,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아름다운 수채화 기법과 건축학적 미학이 반영된 각 작품에 상징적으로 표현된 ‘문’은 관람객들에게 삶 속에서의 선택과 기회, 그리고 신앙적 체험들을 되새기게 한다.
전시기간 동안 미사, 출판기념회, 성화묵상회, 아티스트토크 등 다양한 부대행사에서 김안드레아 신부는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자신의 신앙적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관람객들과 소통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단순한 예술 감상을 넘어 각자의 삶의 의미와 목적을 성찰하고 발견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작가노트 (김성기 안드레아 신부)
2022년 12월 내가 머물고 있던 시드니 한인성당에서 첫 자선전시회를 열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이후부터 2018년에 처음 방문해 나에게 성령체험과 영적성장을 선물해준 메주고리예의 풍경들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2023년 다시 찾은 메주고리예에서 고해성사 봉사를 하며 2024년에 ‘빛을 따라서 Following the Light’라는 주제로 메주고리예와 한국에서 자선전시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2025년 7월 사제서품 20주년 기념 자서전 ‘빛을 찾아서’ 출판과 ‘The DOOR’라는 주제로 한국의 도가헌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며 주님안에서 돌아온 삶을 반추하고 새로운 시작의 계기를 맞게 됐다.
작가 노트(김동준 작가)
‘두드리다’전은 쇠와 불, 땀과 침묵이 얽힌 고난의 영겁을 따라간다. 망치질 하나하나에 존재의 이유를 담아내며, 철이라는 물질을 통해 차가움 속에 따뜻함을, 견고함 속에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새기며 표정이 담긴 십자가를 만들었다. 그 십자가는 종교의 상징을 넘어 개인의 고통과 믿음, 회복의 서사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철을 두드리는 일은 그저 형태를 만드는 노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존재를 매만지는 행위로부터 사라져가는 마음을 붙잡고, 상처 난 시간을 지탱하며, 언젠가 닿을 누군가를 향한 작은 희망을 건네는 몸짓입니다”
오늘도 세상과 자신 사이에 놓인 문 하나를 조용히 두드리며 당신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믿으며, 무엇을 향해 오늘도 조용히 ‘두드리고’ 있는가. 여러 개의 표정을 가진 십자가 위에 새겨진 기록을 통해 우리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노트(황석선 작가)
나의 작업은 스트레이트한 기록이다. 길에서 만난 피사체의 날것 그대로다. 감출 것이 없으므로 과잉된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프레임 안으로 시선을 깊이 둬야 할 때도 있다. 프레임 속 이미지가 프레임 밖의 이야기들을 끌어들여 서사의 가능성이 되게 한다.
버티고 견디는 일상에서 피사체들은 언제나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선에 놓여 있다.
생(生)과 사(死), 물과 얼음의 경계처럼 단호하고 다른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서로에게 삼투되면서 새롭게 생겨난다. 보편적인 죽음을 경험한 우리는, 나는 삶과 죽음의 시끄러운 이 생과 소리 없는 저 생을 문지방 넘나들듯 살아가고 있다. ‘죽고 싶다’는 하소연의 탄식이 실제 죽음의 결과이기보다 ‘살고 싶다’는 작은 안간힘의 역설적 표현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거창하지 않아 보인다. 사소한 공간에서 사사로이 죽음을 맞고 다시 일상을 맞는다.
아트뮤지엄 도가헌
아트뮤지엄 도가헌(圖佳軒)은 미술관·도예공방·아트북 카페로 이뤄진 복합문화공간이다. 도가헌(圖佳軒)은 그림이 아름다운집이라는 뜻이며 중의적으로 목적이 아름다운집, 뜻이 아름다운집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미술관에서는 매달 다양한 전시와 문화예술행사가 열리고, 도예공방에서는 행복한 도자기 체험시간, 아트북 카페에서는 1000여 권의 문화예술 서적과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플리마켓. 축제, 공공예술 프로젝트 등도 준비 중이다. 아트뮤지엄 도가헌이 위치한 용인시 기흥구 인근에는 백남준아트센터와 장욱진 고택, 경기도박물관, 보정동 카페거리, 호암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환경이 조성돼 있다.
삶과 신앙의 사유: '고도를 기다리며' '문'을 '두드리다' 도가헌 미술관 < 전시 < 전시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