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신의 사당인 '의절사', 이재영
'의절사' 앞에 선 두 손자
계유정난(癸酉靖難,1453)으로 조카 단종의 왕권을 빼앗은 수양대군에 반발하여 끝까지 절개를 지킨 사람들이 묻힌 곳이 사육신역사공원(死六臣歷史公園)이다. 1963년 사육신묘지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1978년에 사육신공원으로 개원했다. 그래서 지금도 '사육신묘'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원래 이곳에는 박팽년 · 성삼문 · 유응부 · 이개의 묘가 있었으나, 하위지 · 유성원 · 김문기의 가묘를 새로 조성해서 6묘가 아니라 7묘로 이루어져 있다. 노량진을 지나 한강대교 가기전에 위치한 사육신역사공원은 그들을 기리기 위한 충절의 상징이다.
사극이나 어릴적 수 많은 동화책, 어머니, 할머니에게서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의 이야기를 듣고 배웠다. 이제는 내가 어린 손자들에게 이런 역사의 이야기를 해야할 때다.
수양대군이 1453년에 계유정난을 일으켜 안평대군과 황보 인 · 김종서를 죽이고 단종을 영월로 유배시켜 왕위를 찬탈하자, 이에 법도와 인륜에 어긋났다고 반기를 들고 단종을 다시 왕위에 앉힐 것을 결의했다.
1456년 6월 본국으로 떠나는 명나라 사신의 환송연에서 성삼문의 아버지 성승과 유응부가 국왕 곁에서 칼을 차고 왕을 지키는 호위무사 '운검'이라는 직을 맡게 되었다. 이들은 이것을 기화로 수양대군을 제거하기로 한다. 그러나 함께 모의한 김질이 탄로나면 목숨을 잃을까 두려운 나머지 세조에게 단종복위음모를 밀고하자 이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모두 잡혔다.
성삼문은 시뻘겋게 달군 쇠로 다리를 꿰고 팔을 잘라내는 잔학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조를 ‘전하’라 하지 않고 ‘나리’라 불러 세조의 마음을 격동시켰다. 이에 분노한 세조는 성삼문과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사지를 찢는 거열형을 시행했다. 하위지는 참살당했고, 유성원은 잡히기 전에 자기 집에서 아내와 함께 자살했다. 한사람의 왕권욕이 무고한 사람들을 처참한 죽음으로 내몰았다.
작은 손자 주원이가 그린 의절사
우리나라가 이렇게 독재에 반기를 들고 민주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무리 힘으로 권력을 찬탈하려 해도 이와 같은 충절을 지킨 사육산의 이야기를 어릴적부터 듣고 자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공부는 중요하다.
1456년 6월 이들이 모두 처참하게 죽자, 매월당 김시습은 어두운 새벽 한강을 건너 시체를 이곳에 안장한 것이 사육신역사공원의 시초다. 이곳에 오면 살아서 고문을 당하고 육신이 찢기는 거열형 속에서도 끝까지 충절을 잃지 않는 인간의 기개를 배우게 된다. 인간이 감내하는 고통의 끝이 어디까지인가? 이들이 죽자, 단종도 영월에서 죽임을 당한다. 수양대군 한 사람의 권력욕은 충신들도, 조카도, 자기 친동생도 모두 죽음으로 내몰았다.
"슬퍼요. 단종이 너무 불쌍해요."
"역사책에서 읽었는데...여기가 사육신 공원이구나. 오고 싶었어요."
손자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숙연한 자세를 보였다. 오늘 이 노량진의 역사적 중요 사육신과의 조우는 손자들에게도 의미가 깊으리라. 왕조의 정통성을 위하여 세조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단종의 복위를 위해 서슴없이 몸숨을 바친 여섯명의 충신들. 이들 사육신의 충절은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손자들이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아침 일찍 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갈아타며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정조가 세운 신도비 /사진:이재영
공원 입구에서 오르막길을 오르면 충신들을 기리는 홍살문과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는 불이문을 지나면 정조가 세운 신도비가 우리를 반겼다. 나는 사육신의 위패를 모신 사당 의절사 앞에서 사육신들의 충정의 역사와 삶의 가치에 대해 손자들에게 또다시 강조했다. 의절사 뒤에는 사육신의 묘역이 있다. 우리는 정성를 다해 참배했다.
사육신 역사공원은 사육신의 충정심과 비극적인 최후를 기리며 후세들에게 역사적 교훈을 전하기위해 조성해 어린 학생들이나 단체에서 역사교육의 장소로 많이 찾는다.
전시장에서 체험을 하는 두 손자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강 풍경 /사진: 이재영
공원내 전시관에는 사육신 조각상과 그들의 삶과 죽음을 주제로한 이야기를 전하는 다양한 전시물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공원 정상에는 한강을 조망할수 있는 전망대와 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탁트인 한강이 일품이다. 그래서 가을에는 여의도 불곷놀이 조망명소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할 뿐 아니라 역사적 교훈도 일깨워 주기를 바랄뿐이다.
사육신 역사공원은 1997년부터 매년 10월 9일 사육신 추모제전을 지내며 사육신의 정신과 충절을 재조명하고 있다.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이나 9호선 노들역에서 내리면 편리하게 갈수 있고 공원 남쪽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로도 쉽게 근접이 가능하다.
[손자에게 들려주는 서울 이야기 34] 죽어서 일깨우는 충절의 교훈 -사육신 역사공원 < 서울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