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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5. 2024

자연과의 교감 : 보태니컬아트로 얻는 마음의 안정 ①

미술일반

신소영, "Opuntia"

보태니컬아트(Botanical Art), 글자 그대로 ‘식물학(Botanical)'과 ‘미술(Art)'이 결합된 말로 우리말로는 ‘식물 세밀화’라고도 한다. 식물학적 특징을 예술적 기법인 작가의 선택, 색상 표현을 사용해서 구현한 미술이다. 과학적 정확성과 예술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식물학적 연구와 예술적 표현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일각에서는 식물학자와 보태니컬아티스트를 동일한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사실 조금 다르다. 식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식물학자가 데이터 기반 분석에 집중한다면 보태니컬아티스트는 개인의 미적 취향과 선택을 접목한다는 점에서 예술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보태니컬아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자연에 대한 관심과 환경 보호 의식이 높아지면서 생활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려는 욕구가 커진 데 기인한다.  현대인들은 보태니컬아트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연과의 교감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보태니컬아트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기자는 7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보태니컬아트협동조합(KBAC, Korea Botanical Arts Cooperative)'의 신소영 이사장을 만나 보태니컬아트의 의미와 현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인터뷰 동안 주로 사용된 용어들이었다. 일반적으로 미술 작가를 인터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구도, 색상 등의 미술 용어 대신, ‘마음’, ‘치유’, ‘환경’ 같은 심리학과 생태학 용어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전통 회화와는 다른 보태니컬아트가 가진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는 양재동에 위치한 협동조합사무실에서 진행됐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요 개념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KBAC 신소영 이사장
보태니컬아트는 보는 만큼, 아는 만큼 그려지는 그림


보태니컬아트는 식물을 그리는 것이고 한 작품이 완성되는 기간이 길다. 화지(畵紙)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그리기 전에 식물을 조사하는 기간이 훨씬 길다. 작가가 식물이라는 대상을 오랜 시간 ‘선택’하고 ‘조사’하는 것이 보태티컬아트의 매력이다. 조사기간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1년을 넘어갈 수도 있다. 초상화는 대상이 인물이지만 보태니컬아트는 식물이다. 사람은 얼굴의 방향을 바꾸게 하거나, 포즈를 바꾸게 할 수 있지만 식물은 작가가 ‘보려는 마음을 다해서 세심하게 관찰’해야 식물의 변화 과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신소영 이사장은 “보태니컬아트를 하다보니, 환경 변화와 기후 이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식물 교범에 개화기가 5월로 기록된 꽃이 막상 가보면 이미 꽃이 피고 져 버린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기후 변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변형된 식물들이 많이 있다. 어쩌면 생태계 변화로 멸종하는 식물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했다. 



보태니컬아트가 단순히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눈으로 관찰한 자연을 마음으로 느끼고, 그 마음의 울림을 손끝으로 그려내는 예술임을 강조한다. 자연의 세밀한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그 감동을 가슴에 간직한 후 화폭으로 옮기는 과정은 마치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자세히 볼수록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 구절이 보태니컬아티스트의 손을 통해 그림으로 태어난다.

신소영, "coffea arabica L"
식물의 생애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을 작가의 눈으로 포착한다


보태니컬아트의 또 다른 매력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식물의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묘사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같은 식물이라도 어떤 작가는 씨앗을 중요시하고, 어떤 작가는 잎이 피어난 모습에 관심을 갖는다. 같은 꽃잎일지라도 누군가는 앞면을 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뒷면을 본다. 이 선택의 순간들 속에서 비슷해 보이는 무수한 꽃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이름을 얻게 된다.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는 경이로움을 작가는 느낀다.



작가에게 꽃잎 하나하나는 단순한 피조물이 아니다. 각각의 존재가 자신만의 의미와 빛을 지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로 다가온다. 한 사람의 시선과 선택이 그 존재에 생명과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은 명상과도 같아 정신적 치유 효과도 있다. 많은 보태니컬아티스트들은 식물을 그리고 돌보는 시간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다고 말한다.



최근 실시된 KBAC 설문조사에서도 보태니컬아트는 마음의 안정과 자존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한 회원은 “보태니컬아트를 하면서 자연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꽃잎 하나에서 우주의 시간을 경험하다

보태니컬아트에서 그려지는 식물들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온 생명의 흔적들이다. 아티스트들은 꽃잎 하나하나를 그리며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지구 환경의 변화를 들을 수 있다. 식물을 꾸준히 관찰하다 보면 그 속에 숨어 있는 세밀한 아름다움과 많은 서사에 호기심이 생기고, 지구에 대한 애정과 보존의 마음이 자연히 싹튼다. 이러한 마음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꿈꾸게 한다.



같은 설문에서도 보태니컬아트를 배우고 난 이후 가장 큰 변화로 자연에 대한 관심을 꼽았다.

한 회원은 “보태니컬아트를 배우기 전에는 식물에 대해 무관심했지만, 이제는 주변의 작은 풀꽃 하나까지도 새롭게 보인다”며 “자연을 더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신소영 이사장은 보태니컬아트가 자연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환경 보호 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며, 예술 활동을 통해 자연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하는 긍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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