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일리아트 Aug 09. 2024

⟪Form at Now and Later⟫

8월 볼 만한 전시, 페이스갤러리 오카자키 겐지로

일본 유명 작가들이 뽑은 ‘가장 존경하는 작가’ 오카자키 겐지로 개인전 페이스 갤러리서 개최
신작 회화 및 조각 작품 20여 점 선보여

형형색색의 물감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속삭이듯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다. 붓으로 커다란 점을 찍은 듯한 모습의 물감들은 각자의 특별한 경험을 관객에게 은밀히 제공한다. 그들은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서 무엇을 경험했을까. 과거의 이야기일까, 미래의 이야기일까.

오카자키 겐지로 작가, 페이스 갤러리 제공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오카자키 겐지로(68) 개인전 《형태의 지금과 이후 Form at Now and Later》가 개최 중이다. 오카자키는 일본의 미술가이자 건축가, 비평가다. 1980년대부터 다채로운 재료를 활용하며 작업을 이어온 그는 기존 순수 미술의 프레임을 깨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를 지속해 왔다. 건축, 문학 이론, 회화, 조각, 퍼포먼스, 조경, 로봇 공학까지, 그의 다양한 예술 영역은 지금도 확장 중이다.

전시 전경, 페이스 갤러리 제공

일본 유명 작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꼽는 인물 중 하나인 오카자키 겐지로, 그는  2년 전 팬데믹이 세계를 휩쓸던 시점에 뇌경색에 걸리고 만다. 뇌가 일부 손상되어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작가는 현실의 파도에 절망했다. 다시는 예술혼을 펼칠 수 없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밖에 나오지 못하던 시절, 저는 운 좋게도 뇌경색에 걸렸습니다. 오른쪽 팔다리를 못 쓰게 됐지만, 이때 논어의 ‘이금이후’를 생각했지요. 평생 몸을 다칠까 전전긍긍하며 살았는데 죽을 때가 되니 그간 다치지 않음을 깨닫고 오히려 자유로워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재활 치료를 받고 이제는 이전의 15배 속도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Kenjiro Okazaki, When the sun sets, the meat turns to stone. The fossilized bones of Megatherium are still found here and there, I hear. In the days when breakfast was Megatherium, what was the world like? It's hard to break habits. Where we lived, coal grew on trees. Don't worry, only you will turn to stone. Cherish your statue. When the sun dries my pitiful beard, I flee into the depths of the beach and dig a home in the warm, dried sand. I will stay there forever. I have no intention of speaking again. 2024, acrylic on canvas, 182 cm × 216.1 cm × 6.5 cm © Kenjiro Okazaki, Courtesy of the artist


뇌경색 투병 후 오카자키의 작품 세계는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동안 그를 괴롭혀 왔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죽음의 숨결을 가까이 느낀 시점부터 별것이 아닌 일이 됐다. 이때부터 그는 시간과 공간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작품 속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의 회화는 멀리서 보면 하나의 이미지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캔버스가 여러 공간으로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공간은 저마다 고유의 시간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이에 따라 하나의 큰 작품 속에 어떤 것은 4개, 또 어떤 것은 6개의 또 다른 작품을 품고 있는 형태를 이룬다. 칸마다 실제로 몇 주, 길게는 한 달 반까지 그린 시점의 차이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각 이미지의 이야기를 제목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제목은 작업을 하는 동시에 함께 붙여진다고 작가는 말했다. "서양의 벽화도 하나하나 다른 스토리가 있듯, 나의 작품도 그렇다.” "나는 그렇게 멀리 떨어진 시간을 붙이면서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고 싶다."


이번 전시에선 페이스갤러리 2, 3층 공간에 걸쳐 오카자키의 신작 회화 및 조각 작품 2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8월 17일까지.

전시 전경, 페이스 갤러리 제공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