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애의 건축기행] 스페인 프라도 국립미술관
"고야의 '옷을 입은 마하'와 '옷을 벗은 마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소장한 미술관"
-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의 확장
- 주소: Paseo del Prado, s/n, 28014 Madrid, Spain
- 홈페이지: www.museodelprado.es
사진작가 고영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60곳을 프레임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부터 게티센터, 바이에러미술관, 인젤홈브로이히미술관 등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미술관들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건축 이야기로 안내한다.
1819년에 개관한 프라도 국립미술관은 12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유수한 유럽 미술 작품들을 소장한, 손꼽히는 미술관 중 하나다. 스페인 왕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하여 현재는 7600여 점의 회화와, 1000점의 조각, 4800점의 프린트와 800여 점의 드로잉 등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야(Francisco Goya)의 <옷을 입은 마하>와 <옷을 벗은 마하>,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의 <시녀들>, 엘 그레코(El Greco)의 <그리스도의 세례>는 대표적인 컬렉션이다. 또한 루벤스와 반 다이크를 중심으로 한 플랑드르 회화와 리베라, 무리요, 수르바란 등 스페인 대가들의 귀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프라도 국립미술관의 유명 소장품 중 하나인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의 제단화(祭壇畫)인 <세속적 쾌락의 정원(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은 광기로 가득했고, 그로테스크(Grotesque)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20세기 광기 예술의 선두 주자인 달리조차도 <세속적 쾌락의 정원> 앞에서는 광기의 질투심에 자신의 눈을 가렸다 한다. 달리의 극찬을 헤아려보며 나 역시 그로테스크한 그 작품 앞에 서니 온몸에 소름이 돋듯 빨려들었다.
미술관에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고야의 초기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의 100여 점 유화와 수백 점의 소묘가 소장되어 있다. 미술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고야의 대표작 <옷을 벗은 마하>와 <옷을 입은 마하>의 작품 앞에서는 한동안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18세기 스페인에서 공식적으로 누드가 금지되었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여 세속적으로 표현했던 고야는 역시 대가다웠다. 고야의 후원자 마누엘 고도이는 카를로스 4세를 대신해 군을 통솔했던 당대 최고의 권력자였고, 마누엘 고도이의 주문이었기에 <옷을 벗은 마하>가 그려질 수 있었다.
관능적인 여성 모델은 고도이와 연인 관계였던 알바 공작부인이었다는 추측설도 있지만 실존 인물이라기보다는 이상화된 여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한 알바 공작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고도이는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옷을 입은 마하>를 다시 주문하였다 한다.
‘마하(Maja)’는 ‘마호(Majo, 멋쟁이 사나이)’의 여성형으로, 그 당시 스페인에서 특이한 옷차림과 행동거지로 주목을 받았다 한다. 마하는 18세기 스페인 화단의 대표적인 주제로써 여러 화가들의 작품 소재로 쓰였다. 고야는 <옷을 벗은 마하> 외에도 수많은 마하 초상을 남겼다. 프라도 미술관 정문 앞에 세워진 고야의 동상 아래에도 <옷을 벗은 마하>의 조각이 새겨져 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앞에 섰을 땐 만감이 교차하였다. 캔버스에 등장하는 벨라스케스 자신과, 화면에 직접 등장하진 않지만 거울을 통해서 반사된 이미지로 등장하는 국왕 부부 등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구성적 요소로 인해 회화사에 수없이 회자되는 작품이다. 후대의 수많은 작가들은 이 작품을 오마주하였고, 피카소는 무려 58점의 <시녀들> 연작을 남겼다.
2007년에는 스페인 건축가인 라파엘 모네오의 설계로 증축되었다. 라파엘 모 네오는 오래된 역사적인 건물들의 화려함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절제된 디자인을 구사해 미술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였다.
확장된 부분에는 전시 공간을 비롯해 도서관과 카페, 식당, 강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신관의 로비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닿는 넓은 창문들을 통해 바로크 스타일의 옛 궁전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하였고, 두 개의 전시 공간은 완벽한 입방체 형태를 이루고 있다. 복원된 회랑에 둘러싸인 위층의 조각 전시 공간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힐링의 공간이었다. 미술관은 넓은 지하 통로 공간으로 연결되어 전시 공간으로 이동하기에 편리함을 추구하였다.
고 영 애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고영애 작가는 서울여대 국문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사진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한국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이 연재물은 그의 책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헤이북스) 중에서 <데일리아트> 창간을 기념하여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을 골라서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그가 15년 넘도록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현대미술관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기록한 ‘현대미술관 건축 여행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