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미술 축제의 중심
제15회 광주비엔날레, 9월 6일 《판소리, 모두의 울림》으로 개막
미술 축제로 가득한 가을, 그 중심에서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판소리, 모두의 울림》으로 돌아온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9월 6일에 개막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30개국 73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동시대의 복잡성을 그린다. 또한 보이진 않지만, 우리 주위에 널리 퍼져 있는 다양한 생명체들과 감응하고, 동시대 공간을 창의적 방식으로 탐구하는 작가들을 초청하여 판소리 정신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7세기 경 한반도에 등장한 판소리는 이 땅에 뿌리내린 음악 장르로서 소리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판소리는 ‘대중의 소리’라는 뜻으로, ‘서민의 목소리’로도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과 함께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우리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들과 대화하며 동시대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초청하여 판소리 정신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개인 거주지부터 인류가 뿌리내린 행성 지구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오페라와 같은 전시다. 풍경은 소리이기도 하기에 이 전시는 음악적, 시각적 형태를 아울러 연결 짓는 서사로 구성된다. 전시에 참여하는 일부 작가들은 인간의 흔적으로 가득 찬 동시대 지형과 도시상태 혹은 산업화가 자연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재현함으로써 공간의 문제를 다룬다. 고도로 밀집된 지점부터 사막처럼 황량한 영역까지,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오페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소리 유형 세 가지가 공간적 상징으로 작용한다. 첫째는 라르센 효과로도 알려진 피드백 효과로, 두 음향 방출 기기 사이에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두 번째는 다성음악 혹은 폴리포니로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서로 어우러지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은 힌두교의 ‘옴’ 혹은 현대 과학이 말하는 태초기 빅뱅의 잔여음인 태초의 소리다. 여러 작가가 소리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작업을 하지만, 앞서 언급된 소리 유형은 주로 특정 종류 공간을 정의하기 위해 사용된다.
'별의 연못에서 점치다(Haciendo vaticinios en estanques astrales)', 2024, 설치 La Casa Encendida, cur. Pakui Hardware collective, 이미지 제공: 라 카사 엔센디다 - Ph. 마루 세라노, 광주 비엔날레 제공
부딪침 소리(Larsen effect)(전시실 1, 2) 섹션은 피드백 효과를 다룬 곳으로, 모든 것이 서로 인접한, 모든 것이 전염되는, 즉 밀도 높은 공간의 음성 이미지를 보여준다. 인간 활동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사람 간, 종간 관계는 더욱 고밀도화된다.
겹침 소리(polyphony)(전시실 3) 섹션에는 여러 초점을 가진 다층적 세계관에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업이 전시된다.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전시실 4, 5) 섹션에서 작가들은 비인간적 세계와 ‘두 종류의 방대함’인 글리포세이트, 이산화탄소, 최루탄 가스, 환경호르몬, 비말과 바이러스가 참된 역사의 주체가 되는 분자와 우주를 탐구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이외에 광주광역시의 유서 깊은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지켜온 양림동도 외부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 9월 6일 개막식에는 한강 작가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밴드 위뮤(WeMu)가 협업하여 작사한 노래를 선보이는 오페라가 준비되어 있다. 아울러 개막과 동시에 학술 심포지엄도 양일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된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면면을 보면 그 동안 환경, 생태 등에 대해 작업해 온 작가들로 떠오르는 작가들이 포함되었다”며 “관람객들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한편의 오페라와 영화처럼 만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전시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공간과 미래를 사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