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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눈 건축의 눈 인간의 눈

[일상의 리흘라]

by 데일리아트
지금 나는 내 눈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아침저녁으로 많이 선선해졌지요? 저녁에 에어컨을 안 켜도 살만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새벽녘에는 이불을 당겨 덮어야 할 정도입니다. 계절의 온도를 대하는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죠. 며칠사이에 이불을 덮네 선선하네 심지어 춥다고까지 느낍니다. 항온동물의 원초적 한계이니 당연한 반응이긴 하지만 그만큼 외부 온도에 민감한 아주 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이 아침이 선선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한국의 여름을 지배하는 습도가 낮아진 영향이 큰 듯합니다. 덕분에 지금 바깥의 햇볕이 더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1419_3120_3325.png 태풍 '산산'의 이동경로

남쪽에서 올라오는 태풍 '산산'의 영향이 좀 있어서 그럴까요? 현재 최대 풍속이 초속 47m나 되는 아주 강한 태풍으로 커져 있어, 일본 열도가 초긴장 상태라고 합니다. 제주도는 벌써 태풍의 간접 영향권 안에 들어간 듯하고요. 아직 태풍의 방향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한반도를 향하기보다는 일본 열도를 관통해 지나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큰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한반도의 더위는 데려가고 말입니다.상이 매번 벌어져야 그 사건을 떠올릴 수 있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현상이고 어떤 물건인지 바로 알 수 있고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름 붙인다는 것은 사물이나 현상에 상징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상징이 부여되는 순간, 그때부터는 현상이 매번 벌어져야 그 사건을 떠올릴 수 있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현상이고 어떤 물건인지 바로 알 수 있고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수의 계산과 같습니다. 모든 존재에 좌표를 부여하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숫자의 근본은 더하고 빼기입니다. 하나 둘 셋 더하거나 하나 둘 셋 빼거나 일뿐입니다. 복잡한 함수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차원을 높여 4차원 시공간으로 끌고 가도 근본은 숫자의 더하기 빼기로 결과치인 숫자로 나타내 자연의 패턴과 흐름을 보여줄 따름입니다.


'태풍의 눈'은 그래서 폭풍전야의 고요함입니다. 곧 난장판이 될 상황을 잠시 보류해 놓은 시간의 공백 상태입니다. 닥칠 위험을 대비하라는 경고입니다. 아니 이미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현미경 확대경 보듯 보여주는 자연의 배려입니다. "내 위력이 이 정도야, 앞에 있는 놈들 조심해!"라고 말입니다.


이런 '눈'의 상징은 인간의 세계로 들어오면 건축에서도 보여집니다. 로마 판테온 천정의 오큘러스(oculus)가 그렇습니다. 있어야 할 키스톤을 비워 무게를 버티게 만든 아치 건축의 미학입니다. 그것도 2천 년 전에 만든 걸작이죠. 이 눈은 미국의 1달러 지폐 뒷면의 왼쪽 도안에도 등장합니다. '모든 것을 보는 신의 눈(all-seeing of God)'으로 신의 가호를 상징합니다. 또한 티르키에 에서는 푸른 유리에 눈이 그려져 재앙을 물리친다고 하는 나자르 본주(nazar boncugu)가 있고 멕시코에는 실로 무늬를 짜서 만든 '신의 눈'인 '오호 데 디오스(ojo de dios ; God's eye)'가 있습니다.


'눈'은 단순히 외부 사물과 현상을 받아들이는 감각기관을 넘어, 감정과 마음 상태를 반영하는 창이자, 세상을 내려다보는 만물 근원 감시자 상징으로까지 의미가 확대됩니다.



나는 지금 내 눈의 수준을 어디에 맞추고 있는가 되돌아봅니다. 내 수준보다 높은 곳을 향해 있어 좌절하는 상태인지, 아니면 너무 낮아서 대상을 깔보는 상태인지, 이것도 아니면 그저 눈감고 무시하고 외면하는 상태인지,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지 말입니다. 매일 매시간 눈의 높낮이가 오르락내리락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진득하니 한 생각 붙잡고 시선을 고정해야 하겠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음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상하듯 눈을 지그시 내리깔고 숨 한번 깊게 쉬고 고요 속에 눈의 초점을 풀어봅니다. 흩어놓았다 눈의 초점을 다시 맞출 때 선명히 드러나는 형상들을 하나씩 잡아채봐야겠습니다. 태풍의 눈이 선명할수록 잠재된 위력이 큰 것처럼, 내 눈의 시선의 범위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되고 있음을 눈치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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