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궁 작가, 그리움의 종착지는 'Home'
김영궁, 그리움을 이야기 하다.
작품의 가치를 구분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순수한 작품 자체, 예술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예술성과는 별개로 경제적인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어떤 것에 더 비중을 둘 것인가? 예술성만을 전적으로 따르기도 쉽지 않고 경제적인 수익만을 목적으로 작품활동 하는 것도 드문일이다. 다만 작가에 따라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고독의 즐거움 370x330x1000. 자작나무 2021
조형과 조각의 미묘한 차이를 보자. 작품이 크거나 작거나, 작품이 건물의 내부에 설치되었는가 외부에 설치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 김영궁은 작품이 조형(造形)인가 조각(彫刻)인가를 엄격하게 구분한다.
왜냐하면 김영궁은 순수미술이라 하기에 조금은 거리가 먼 조형물 생산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결론은 조각을 전공한 부인의 조언에 따라 예술성 있는 작가로 되돌아 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바람이 분다720x230x680 자작나무 2021
조형물을 제작했던 작가는 순수 작품에 대한 감성을 되살리기 위해 3년이라는 시간을 강화도에서 보내게 되는데... 이 시간은 작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시간이었다. 심장과 손, 감각을 조각가로 회기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의 김영궁의 입지를 다지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김영궁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관계의 연결고리로 이어지는 ‘그리움’이다. 사실 모든 것은 관계에서 출발한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 등은 그리움이 바탕이다. 관계성에 기인한 그리움은 작가가 추구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공생1ㅡ삼라만상1200x36x1200 자작나무 자개 2022
작가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삶을 살고자 하는 바람으로 불완전한 인간이지만 완전한 미를 추구한다. 그에게 '관계성'과 자연의 '생명력' 그리고 '그리움'은 작업에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이다. 그는 그리움을 작품의 주제로 부분과 전체에 포커스를 맞춰 작품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그리움은 "Home"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하늘로 거처를 옮기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자 했다. 아버지의 병으로 질곡의 시간을 견디신 어머니 대한 사랑을 작가의 조형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home과 house는 다르다. 하우스는 물질적 개념의 집이고 홈은 가족의 관계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가정을 말한다. 그는 홈을 통해 어릴적 경험한 스위트 홈을 꿈꾸고 있다. 하늘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작품에 가득 녹아 있다.
김영궁의 작품은 돌조각으로 시작해 목 조각으로 자리를 바꾸는데 작가는 나무(목재)를 자연의 생명력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생각하고,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통로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생2ㅡ삼라만상1200x36x1200 자작나무 자개 2022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물질은 그 수명이 다하면 부패해서 악취를 풍기지만 나무는 수명이 다한 후에도 재가공을 통해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김영궁의 작품을 보면 곡선에 의한 유기적인 형상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자연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직선을 인위적인 행위에 의해 나타나는 인공의 선으로 보는 작가의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원목을 재료로 선택해서 작품을 이어 오던 작가는 자작나무 집성합판으로 작업의 소재를 바꾸게 된다. 이유는 작가의 상상력을 맞추기에는 원목이 가지고 있는 직경 등 크기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작나무 집성 합판은 새로운 창의를 위한 확장성에 부합하는 소재로 집적도를 높이는 3차원 구조의 건축적 스택(Stack) 방식을 구현하는데 적합한 소재였다.
재료의 집적도에서 오는 하중을 이기는 방법을 연구한 작가는 조선시대의 목조불상에서 영감을 얻게된다. 그 방법은 엠티니스(Emptness) 방식으로 속을 비워서 제작하는 방법이다.
집성 합판의 선택은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하는 특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또한 돌출되었다 내려서며 유려한 곡선을 만들어 선 그리고 면이 입체로 확장하여 조형적 요소로 상관관계가 집합되어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850x260x600 자작나무 2021
“공생- 삼라만상” 연작은 원목에서는 볼 수 없는 적층(積層)에서 오는 파장형 물결무늬를 보게 되는데 그것은 마치 산의 고, 저를 나타내는 등고선의 모습과도 같아 보이고, 옹달샘에 던질 때 나타나는 물 파장을 보는 듯하다. 이것은 점, 선, 면 그리고 입체 등 조형적 요소의 상관관계가 집합되어 있다.
비오는 날590x260x800 자작나무 2021
작가의 작품을 보면 “집”이라는 연작을 볼 수 있는데 구름 나그네, 비오는 날 등 집(House)이 아닌 상징적 의미로서 집은 Home이라는 정신과 육체의 휴식 공간으로의 기능을 말하고 있다.
작품의 외형이 완성되면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거친 사포를 거쳐 고운 사포로 갈아내는 노동의 시간이 작품의 퀄리티를 말하듯이 앞으로 펼쳐질 김영궁 작가의 세상은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이라는 관계성에 포커스를 맞춘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생각된다.
구름 나그네 730x460x820 자작나무 2021
관계성 속에 그리움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휴식과 위안의 공간인 집(Home)이 우리들 마음속에도 함께 하길 기대 해본다.
신사동에 있는 갤러리 엘리에서 10월30일까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