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을 다하고 생을 마친 나무는 새 생명을 얻어 아름다운 목공예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목공예는 다시금 우리 곁에서 천 년을 산다. 이것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이 분리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어져 돌고 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이렇듯 우리 일상에서 삶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주는 목공예 전시가 강남 갤러리 다움(DAOOM)에서 12월 15일까지 개최된다.
작가는 진주 취목공방의 경남무형유산 소목장 보유자 조복래와 그의 아들 조현영이다. 조현영도 소목장이다. 대목장이 절이나 가옥과 같은 대형 건축물을 제작한다면 소목장은 장롱, 궤함, 반닫이, 좌경, 책장, 탁상, 소반, 가마 등 세간의 생활용품을 만드는 기능자이다. 나무의 재료는 주로 수명이 다한 거대한 당산나무 고목이다. 오백 년에서 천년을 넘긴 당산나무는 마을 입구를 지키는 신격화된 나무이다. 아주 오랜 시간 마을 수호신 역할을 하여 마을 공동체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명이 다한 당산나무를 자를 때는 울면서 통곡하는 마을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그들에게 고목은 나무가 아니라 신령스러운 영적 매개체이다.
두 장인은 나무와 끊임없는 대화를 하며 나무가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들은 수천 년을 이어 온 한국의 자연과 생활 양식, 삶과 지혜를 작품에 담는다. 주로 느티나무, 오동나무, 감나무 등의 나무를 사용한다. 오동나무는 항습이 뛰어나고 느티나무는 수명이 길고 온도 변화에 유연하다. 나무가 틀어지지 않게 하면서도 장식적인 부분도 함께 고려하는 등 나무의 특징을 맞게 사용해야 좋은 작품을 얻는다.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나무를 무작정 자르지 않는다. 나이테 무늬, 크기를 보고 어디에 사용할지를 먼저 고민한다. 작은 나이테를 지녔으면 작은 장을 만들고, 큰 나이테를 가진 나무는 큰 상을 만드는 것이다.
감나무로 제작한 장, 용의 눈을 닮았다고 하는는 용목(龍目) 문양을 사용하여 제작한 작품들이 인상 깊었다. 마치 현대 추상을 보는 듯했다. 먹으로 수묵화를 그린 듯한 검은색 무늬는 감나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무늬를 인위적으로 변형하지 않고 자연 나무의 무늬를 그대로 넣어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이들은 전통을 따르면서도 현대인의 실용적 가치와 심미안을 반영한 작품들을 만든다. 컬러풀한 색채를 사용하기도 하고, 현대 조각과 같은 작품을 시도하기도 한다. 또한 지하 전시장에서는 장인의 작업실 사진과 거대한 고목 재단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을 상영한다. 실제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번 전시는 나무가 장인의 지혜와 만나 현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창조의 여정을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다.
고목이 목공예가 되어가는 과정은 삶의 순환입니다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