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공원(Central of Seoul – Namsan Park)
“와아~~~남산이다아~~”
남산에 오르자, 두 아이들이 소리를 지른다.
손자들이 신나게 남산의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뛰어다니는 광경이 사뭇 사랑스럽고 정겨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인다. 자식을 키울 때는 먹고 사는 일에 매달려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지 못했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나도 아둥바둥 살지 않으면 이 험난한 사회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에 젊었을 때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나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태어난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세대에 속한다. 무한 경쟁 속에서 청춘을 저당 잡혀서 피땀을 흘리며 시간 지나는 줄도 모르게 살아왔다. 인제야 손자들을 통해서나마 자식들과 못다 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사실 며칠 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이 손자들을 데리고 어디로 갈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차례대로 가기로했다. 지난번 서울의 관문인 숭례문을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숭례문에서 조금 올라가면 나타나는 남산으로 가자! 남산 정상에 올라 가서 산 아래에 펼쳐질 서울을 보여주고 시간이 되면 케이블카도 타야지. 서울에서 케이블카는 남산 외에는 없다. 불현듯 어릴 적 생각이 났다. 별다른 놀거리가 없던 시대. 백화점에서 눈으로 쇼핑하기, 창경원에서 동물 구경, 남산에서 케이블카 타보는 것이 모든 어린이의 소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풍족해서 오히려 아무런 감흥이 없는 시대. 손자들은 이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까? 이제 아이들과 함께 남산을 가려고 계획을 세우니 인생의 후반을 훨씬 넘은 나이에도 이 할애비의 마음이 설레였다.
남산(270m)은 서울의 남쪽을 지키고 있고 조선시대의 법궁인 경복궁의 맞은편 안산(案山)이다. 동쪽 낙산(駱山)(125m)을 좌청룡으로, 서쪽의 인왕산(仁王山)(338m)을 우백호, 북쪽 경복궁의 주산 백악산(白岳山)(342m)과 함께 서울의 중심부를 둘러싸고 있어 내사산(內四山)이라고 불린다. 이 내사산을 연결한 18.627km 성곽이 한양도성이다. 남산을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목멱산'이라 부르기도 했고, 경사스러운 일들을 끌어들인다고 해서 '인경산'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한양의 남쪽 주작에 해당한다는 의미의 '남산'으로 가장 많이 불리고 있다.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남산, '남산 위에 저 소나무...' 매주 월요일마다 학교 운동장에 모이는 조회 시간에 얼마나 많이 불렀나. 남산 위에 있었던 소나무는 전쟁 때에 없어졌지만 나라를 지킨 많은 애국선열의 동상과 기념관이 있어서 미국에서 온 아이들에게 역사 공부로는 남산이 최고다.
하지만 남산에는 1925년에 지어진 조선신궁이있었다. 일본에 동네마다 있다는 신사. 제신은 '메이지 천황', 일본에서 국조로 모시는 '천조대신'이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조선 신궁을 지어 국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일본의 신에게 절을 하게 했다. 지금 소월길과 소파로는 조선신궁을 건립하고 참배하기 위해 만든 길이고, 여기저기에 있는 남산의 계단은 신궁에 오르기 위한 계단의 흔적들이다.
나는 조선신궁에 대해서 손자들이 알든 모르든 알려주었다. 아프고 기억하기 싫은 역사도 우리가 기억해야할 흔적이다. '기억하지 못하면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 된다'고 하지 않나.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힐튼 호텔 앞에 도착했다.
"이곳은 조선신궁의 정문격인 도리가 있었단다."
형주: 할아버지 아직도 조선신궁의 흔적이 남아있나요?
할아버지: 그럼 이곳 좌우에 있는 소월길과 소파로는 신사의 참배를 위해 만든 길이란다.
건널목을 건너 남산 공원 계단을 올라 백범 광장에 도착했다. 해방이 되자 조선신궁에 올라가는 이곳에 일본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백범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기념하는 공원으로 조성했다. 최근에는 조선신궁 터에 묻혀 있던 한양 도성의 흔적을 다시 발굴하기도 했다.
할아버지: 이 길을 올라가면 백범 김구 광장과 안중근 선생 기념관이 있단다. 너희들은 김구와 안중근 의사를 아니?
형주: 김구 선생님과 안중근 의사는 책으로 읽었어요.
할아버지: 안중근에 대해 얘기해 볼래.
주원: 우리나라를 침략한 이토우히로부미를 총으로 쏜 사람 아녜요?
할아버지: 그럼 김구는?
백범 김구의 동산이 있는 백범 광장은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과 통일 국가를 위해 노력했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1968년 김구 선생 동상을 세우고 광장으로 조성했다.
도란도란 한양 도성길을 걸어서 1시간 만에 올라온 남산 정상. 서울 타워 전망대는 남산을 포함해 해발 440m 높이에서 서울 도심의 모습과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손자들은 “와! 아~” 하면서 좋아했다. 이곳에서 보는 서울 타워 야경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조선 시대 봄과 가을에 태조와 무학대사 등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국사당 터에는 이승만이 자신의 호를 따라 '우남정'을 만들었고 1968년 11월 부터는 팔각정이 되었다. 그 앞마당에서는 매일(월요일 제외) 오후 2시 30분에 전통 무예 시범이 펼쳐지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손자들은 무술 흉내를 내며 좋아했다. 이곳에는 전국에서 올라오는 소식을 모으는 봉수대가 있었다. 특히 봉수대 중에서도 마지막 소식이 닿는 종점의 역할을 했던 남산 봉수대는 서울특별시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봉수는 밤에는 횃불, 낮에는 연기를 이용하여 급한 신호를 보냈던 옛날의 통신 수단이다.
그러나 남산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숲이 잘 보전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심 속에서 다람쥐와 산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봄의 연녹색의 경치도 좋지만, 여름의 짙은 녹색 경치와 가을의 붉게 물든 단풍도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눈을 떼지 못하고 손자와 이곳 저곳을 구경했다. 할아버지가 더 즐거운 추억 여행길이다. 내려오는 길은 케이블카를 택했다. 여러 소설에도 등장하는 케이블카. 어릴적 어려운 살림에 친구들의 이야기로만 들었던 케이블카를 손자들 덕분에 나도 타고 내려오는 호강을 했다.
남산에 오르는 길은 다양하지만, 지하철 4호선 회현역 4번 출구를 나와 언덕 길로 백범 광장 방향의 한양도성 성곽 길로 오르거나, 명동역 4번 출구를 나와 남산 3호 터널 방향으로 300m 걸어서 케이블카를 이용해 남산의 정상 서울 타워까지 편리하게 오를 수도 있다.
[손자와 함께하는 서울이야기 ②] 남산공원 < 문화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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