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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회화, 보이지 않는 풍경, 그리고 언어의 흔적

by 데일리아트

김하나, 임노식, 박진용이 펼치는 감각의 확장적 탐구


우리의 감각은 항상 정확할까?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것 사이의 간극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을까? 어떤 감각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그것은 마치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손끝의 여운, 혹은 희미한 기억처럼 감지된다. 보이지 않는 감각의 세계가 펼쳐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느낄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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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heeut] Senses Already Sensed_Installation Veiw


서울 용산 상히읗에서 2025년 1월, 새해를 여는 단체전 《이미 감각된 감각(Senses Already Sensed)》을 2월 15일까지 선보인다. 김하나, 임노식, 박진용 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시각을 넘어선 감각적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와 그 안에 내재된 비가시적 감각의 흔적을 새롭게 드러낸다. 전시는 회화를 매개로 하여 감각의 경계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우리의 주변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재현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시각적 감각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지만, 촉각, 청각, 후각과 같은 비가시적 감각들은 종종 간과된다. 근대 철학이 이성과 대비되는 열등한 것으로 감각을 바라보았던 전통에서 벗어나, 세 작가는 시각예술을 통해 비가시적 감각을 포착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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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heeut] Senses Already Sensed_Installation Veiw


김하나는 회화의 물질적 조건을 탐구하며 추상적 세계를 구축해왔다. 전통적인 캔버스 대신 폴리에스터 소재의 얇은 담요를 활용한 작업으로, 회화의 질감과 물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탐구한다. 그녀의 작업은 평평한 면으로서의 회화의 근본적 본질에 의문을 던지며, 취약한 상태의 회화를 통해 공간과 감각적 교류를 강조한다.


임노식은 자신이 관찰한 풍경과 공기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하며, 특정한 장소와 시간의 정서를 탐구한다. 가족 선산에서 얻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신작은 자연과 인간, 시간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거리를 늘리면서도 세밀한 조각들을 담아내는 망원경 같은 작업 방식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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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노식_Ancestral Graveyard-Landscape17_2024_Oil on canvas_100x70cm


박진용은 언어와 신체, 감각적 경험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신작 (2024)는 작가의 기억 속 서울을 반영하며, 종교적 초월성과 고향으로서의 서울에 대한 복합적인 이미지를 기하학적 요소로 구성한 작품이다. 관람객은 그의 작품을 통해 언어와 감각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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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_Bullet Church_Acrylic on paper and wooden panel_2024_29.7 x 21 cm


《이미 감각된 감각》은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시각예술의 고유한 역할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감각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세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감각적 세계를 확장하며, 관람객에게 보이는 것을 넘어선 감각적 교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


취약한 회화, 보이지 않는 풍경, 그리고 언어의 흔적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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