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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삼청동에서 만난 맛집

[유성호의 미술관 옆 맛집]

삼청동 학고재·국제갤러리 서울점 유명
고깃집 '만정'ㆍ이태리 음식점 '수와래'


인사동에서 살살 빠져나온 갤러리들이 둥지를 튼 곳은 삼청동이다. 대표적인 곳이 ‘학고재’다. 1988년 인사동에 똬리를 틀었던 학고재는 개관 20주년이 된 2008년 삼청동으로 옮겼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일본 모노화의 주창자 이우환, 한국 단색화 대표 작가 정상화, 한국 페미니즘 미술 대모 윤석남 등 거장들의 역작도 소홀함 없이 유치해 위상을 공고히 했다.


이달 25일까지 윤석구ᆞ윤석남 남매의 2인전 ‘뉴 라이프’가 전시되고 있다. 이들은 근대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연출가인 윤백남과 원정숙 부부의 여섯 자녀 중 윤석남은 둘째, 윤석구는 다섯째로 8살 터울이다. 윤석남은 미술가로서 한국 페미니즘 미술을 개척하고 초석을 다진 작가다. 남동생 윤석구는 조각가로 두 작가가 남매라는 사실은 미술계에서 극히 소수만 아는 정도다. 이번 2인전은 공식적으로 남매가 함께 갖는 첫 전시다.

인사동서 삼청동으로 갤러리 이동


삼청동 학고재 캘러리에서 열리는 ‘뉴 라이프’전 중 윤석구의 ‘A New Life(바나나)’ (2021, 섬유 강화 플라스틱, 천) 140×350×150cm [사진 = 학고재}

학고재를 지나 조금 오르면 국제갤러리가 나온다. 1982년 개관한 국내 대표 화랑 중 하나다. 이달 23일부터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는 독일 출신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개인전이 준비돼 있다. 그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공공장소를 정밀한 구도로 포착해 내는 데 주력해 왔다고 평가받는다.


작가는 최근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가 주최하는 ‘2024 케테 콜비츠 상(Käthe Kollwitz Prize)’의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개인전에 앞서 부산에서 열리는 ‘아트 부산2024’에 국제갤러리를 통해 오스트리아에 위치한 슐리에바흐 수도원의 전경을 담은 ‘Zisterzienserstift Schlierbach I 2014’를 소개한다.

독일 출신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의 슐리에바흐 수도원의 전경을 담은 ‘Zisterzienserstift Schlierbach I 2014[사진=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에서 조금 더 오르면 갤러리 애프터눈을 만날 수 있다. 현재는 전속작가 김슬기의 개인전 ‘소곤소곤’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연필과 수채물감을 재료로 한 종이 드로잉 작품 총 78점이 선보인다. 여기에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청룡을 소재로 한 캔버스에 유화 대작 2점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컬렉터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갤러리다.


질 좋은 한우의 향연 ‘만정’

‘만정’은 한옥 분위기가 우세한 삼청동에서 노출 콘크리트라는 파격적인  공법으로 이목을 끌었다. 사진은 여러 부위를 맛볼 수 있는 만정스페셜커트.

삼청동은 핫한 음식점이 많다. 가장 잘 알려진 곳으로는 멸치 육수 베이스 수제비 전문점 ‘삼청동 수제비’, 꼬막이 아닌 홍합으로 비빔밥 등을 만드는 ‘청수정’을 비롯해 고기구이 전문점 ‘단풍나무집’, ‘만정’, 이탈리아 레스토랑 ‘수와래’ 등이 유명하다.


이 중 ‘만정’은 벽제갈비 집안 친인척이 문을 열었고 그곳에서 일하던 육부장을 영입했다. 당연한 것이지만 고기 품질 하나만큼은 믿을 만한 곳이다. 설렁탕, 갈비탕, 안동국밥, 육회비빔밥, 차돌된장찌개, 육개장 등 가벼운 단품 식사 메뉴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고 점심에도 고기구이와 식사를 곁들일 수 있는 런치 스페셜이 있다. 단품 구이로는 한우의 순수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생갈비가 으뜸이다.


입점 초기 고즈넉한 한옥 분위기였던 삼청동에서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라는 파격적인 공법으로 이목을 끌었던 곳이다. 룸이 잘 구비돼 있어서 가족이나 개별 모임하기 적당하다. 삼청동 길을 따라 발 밑으로 흐르고 있는 삼청동천 상류 쪽에 자리 잡고 있어 조용하고 그윽함이 더하는 곳이다.


삼청동천은 삼청공원에서 발원해서 청계천까지 흘러 들어가는 물길이다. 지금은 모두 복개돼 보이지 않지만 삼청동 길 아래로 유유히 흐르고 있다. 삼청공원을 통해 개방된 청와대 뒷산 북악(백악)산 남 측면을 탐방해 보는 것은 갤러리와 맛집 투어의 덤이다. 삼청안내소-삼청쉼터-법흥사터-청운대전망대-만세동방(샘물)-백악2교-백악1교를 거쳐 삼청쉼터-삼청안내소로 회귀하는 약 3km 구간이다.


물길 옆 식당 손님도 물 흐르듯 들어와

‘수와래’는 ‘물(水) 흐르듯 자연스레 손님이 찾아오는(來) 집’이란 의미를 담은 이태리 음식 식당이다.

삼청동천 물길 옆에는 수많은 맛집이 늘어서 있다. 열 손가락으로 손꼽기 어려울 정도로 유명 음식점이 많은데, 이는 삼청동이 핫 플레이스란 의미다. 대형 음식점이던 ‘용수산’은 폐업한 뒤 오랫동안 비어있다가 지금은 ‘길운구락부’라는 중식당이 들어섰다.


파스타와 피자, 스테이크 등 이태리 요리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수와래’도 물길 옆에서 잘 견디고 있었다. 지난 2018년 기독교방송(CBS) 권영철 선배가 소개해 준 곳으로 이후 같이 몇 번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삼청동이라는 고즈넉한 공간감과 이태리 음식이라는 이국적 맛이 어우러져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2000년 3월에 문을 열어 24년간 자리를 지킨 중견 식당이다. 옛 사진을 사용하자니 플레이팅 변화가 있을 듯해 수와래 페이스북 사진을 가져왔다.


‘수와래’라는 상호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물(水) 흐르듯 자연스레 손님이 찾아오는(來)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호가 담은 뜻도 좋지만 삼청동천 물길 옆이라 물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업력 20년을 넘겼으니 30년, 40년 이상 가는 노포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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