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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취정의 올 댓 민화 ⑦]

by 데일리아트

매화, 꽃의 무두머리 화괴- 매화


매서운 추위 속 봄을 기다리던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꽃은 매화이다. 매화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꽃이 일찍 핀다. 이 때문에 꽃의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화괴(花魁)’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문헌에 나타난 매화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고구려 대무신왕(大武神王) 24년 8월에 “매화꽃이 피었다”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삼국유사』에 일연(一然)이 신라에 불교가 전파된 것을 매화로 상징하여 표현한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는 정당매(政堂梅)이다. 이 나무는 『양화소록』의 편찬자 강희안의 조부인 강회백(姜淮佰, 1357-1402)이 심은 나무라고 전해지고 있다. 정당매는 현재 산청군 단성면 운리 탑동마을 단속사 터에서 자라고 있다. 정당매의 수령은 약 640년 정도이며, 나무 높이는 약 3.5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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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매, 산청군 단성면 운리 탑동마을 단속사 터


매화를 사랑하여 시와 그림 속에 담다


매화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한 시로, 중국 남북조시대 포조(鮑照, 414-466)의 시 ‘매화는 지는데(梅花落)’를 들 수 있다.


中庭雜樹多 뜰 안에 온갖 나무 많기도 한데


偏爲梅咨嗟 그래도 매화만을 찬탄하노라


우리나라 화가의 경우 대개 18세기까지는 백매를 선호하였으나 19세기부터는 홍매도 즐겨 그렸다. 홍백매가 함께 그려진 예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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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도》중, 지본채색, 58.5×36cm, 19세기, 가회민화박물관(『민화본색』1, 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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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도》중, 지본채색, 104×32cm, 20세기, 가회민화박물관(『민화본색』1, 도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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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도》중, 지본채색, 104×32cm, 20세기, 가회민화박물관(『민화본색』1, 도104)


중국 북송(北宋)대의 임포(林逋, 967~1028)는 매화도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 그는 오직 매화나무를 심고 학(鶴)을 기르는 것만을 좋아했다. 임포는 “매화를 아내로 여기고, 학을 자식으로 여긴다.”라고 말하였고, 사람들은 그를 ‘매처학자(梅妻鶴子)’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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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도》중, 지본채색, 102×33cm, 20세기, 가회민화박물관(『민화본색』1, 도26)


이 작품 속 달 그림을 자세히 보면, 달 속에 희미하게 그려진 작은 도상이 보이는데, 명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달토끼’로 생각된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그림을 보는 이의 마음에 한 가닥 여유로움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민화가 가진 매력이다.


차가운 눈 속에서도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 매화의 아름다움은 어여쁜 색과 향이 아닌, 그 의연함에서 베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매화의 뜻을 이해하고 붓을 들었을 때, 화폭 속에서 진정한 매화를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아트도 창간 1주년이 되었다. 매화처럼 의연하게 꽃을 피워 진정한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하는 매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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