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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② [ 암굴의 성모 ]

정서우의 욕망의 미술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가 그린 2점의 걸작 '암굴의 성모'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암굴의 성모, 1495-1508, 런던 내셔널 갤러리, 위키피디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걸작 중 하나인 <암굴의 성모>를 볼 수 있다. 레오나르도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조각, 건축, 수학과 같이 다방면에서 놀라운 재능을 보였다.


<암굴의 성모>는 헤롯 왕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을 가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세례자 요한을 만나는 순간을 표현한 작품이다. 헤롯 왕은 자신의 권좌를 위협할 수 있는 아기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자, 베들레헴에 있는 2세 이하의 영아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인물이다.


사실 마리아, 아기 예수, 요한, 천사 4명의 인물이 신비로운 기운을 풍기는 동굴 속에서 만났다는 내용은 공식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이야기는 아니며 외경에 속한다. 따라서 레오나르도는 당시 기준으로 굉장히 독특한 주제를 그린 셈이다.


암굴의 성모, 1483-1486, 파리 루브르 박물관, 위키피디아


이러한 주제의 작품은 총 두 점이 있는데, 또 다른 하나(1483-1486)는 루브르에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그가 왜 비슷한 구성의 작품을 또 그렸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두 작품은 모두 중앙의 성모 마리아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세례자 요한, 왼쪽에는 아기 예수와 천사 우리엘을 그려 넣어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마리아의 오른손은 요한을 지키려는 듯 어깨 위를 감싸고 있고, 왼손은 허공에서 아기 예수의 머리 위를 가리고 있다.



다빈치 특유의 기법인 스푸마토 기법도 음미할 수 있다. 스푸마토 기법은 ‘연기’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스푸마레’에서 유래된 말로, 사물의 윤곽을 안개처럼 흐리게 보이도록 선을 부드럽게 처리하는 기법이다.


같아 보이는 두 그림 속 약간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일은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다. 전체적인 밝기는 내셔널 갤러리 소장품이 더 화사하지만,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한 뿌옇고 몽환적인 동굴의 표현은 루브르 소장품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전자의 그림에서는 요한의 상징인 ‘지팡이’, 아기 예수와 마리아의 머리 위 ‘헤일로(후광)’가 추가되어 있다.  후자의 작품에서 요한을 가리키고 관람자를 쳐다보던 천사의 손가락과 시선이  후자의 작품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암굴의 성모 앞에 늘 수많은 인파가 붐비는 것을 보면 그들이 이 작품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르네상스 미술이 주는 자연스러운 조화와 균형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걸까? 아름다움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뒤샹의 소변기에 사인을 한 작품인 ‘샘’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인간과 사물의 조화미는 1600년대 바로크 회화의 시작을 알린 화가 카라바조(1571-1610)에 의해 깨진다. 그리고 그 이후 인상파부터 포스트 모더니즘까지,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무엇을 즐기고 좋아할지는 개인의 자유이며 그것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미의식은 분명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내가 무엇을 보느냐가 결국 내 인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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