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육아’에 대한 생각.

by D보노


‘책 육아’라는 말은 요즘 엄마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일상용어가 되었다. ‘엄마표 영어’나 ‘문해력’과 마찬가지로 개념으로만 떠돌다가 부상하면서 상품 가치도 높아졌다. 그 탓에 낯간지러워 ‘저는 책 육아해요.’라는 말을 잘 안 하게 된다. 아이한테 책 열심히 읽어주니 책 육아를 하는 것은 맞는데 말이다.


책 육아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바란다. 아이가 어렸을 때 책을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하기를... 습관이 된 독서가 문해력을 키워주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그것으로 좋은 삶을 쭉 영위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도 아예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다.


그럼 나는 왜 책육아를 하는 걸까?


활자 중독이어서 뚜벅이로 공부하고 일하던 시절, 만원 지하철에서도 책을 들고 읽었었다. (책을 사람들 머리 위까지 들어서라도 책을 읽었다.)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왜 책육아를 하는 것인지. 그냥 내가 책이 편하니 자연스레 책육아로 기운 편이다. 좋아하는 이야기와 그림을 같이 볼 수 있는 그림책은 인생의 돌파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출산 후 마음도 지만 몸이 너무 힘들어서 자주 울었는데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저질체력 35세 출산)


그림책은 나의 육아 대본.


일단 말 못하고 누워서 끙끙- 찡찡-하기만 하는 아이에게 하루 종일 떠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없는 애교를 쥐어짜내 콧소리를 내며 아이의 시선을 끄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다. 그런 내게 그림책은 하나의 대본이었다. 내게 말할 거리를 제공해 주는 고마운 존재. 그림책들은 대체적으로 따뜻한 내용이기에 일단 내 마음이 정화되었다. 정화된 마음으로 아이에게 그 감상을 전하는 일은 원래도 좋아한 일이었기에 부담이 적었다. 영어동요를 외워서 불러주고,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내가 끝내 정복하지 못한(스피킹)것을 연습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흘러온 세월이 벌써 2년 가까이다. ‘위씽포베이비’를 혼자 외워 부르던 엄마는 이제 아이와 함께 위씽을 즐긴다. 터미타임 때 세워두고 보던 보드북들을 이제는 제법 아이 혼자 즐긴다. 양장본도 하나 둘 들이기 시작한 요즘. 아직 대단한 아웃풋을 바랄 때가 아니라 그런지 마냥 즐겁다.


책육아의 고충


늘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다. 컨텐츠도 많은데 그 컨텐츠에 대한 정보들은 더 많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것들을 취하고 버려야 할지... 선택하는 데만도 꽤 많은 시간이 든다. 인터넷 검색, 책육아에 대한 도서들을 보면 책 육아가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 같기도 하다. 태어나자마자 초점책은 꼭 봐줘야하고, 영아다중, 핀덴베베 정도는 당연히 봐줘야하며, 첫돌 창작으로 푸까. 두돌 도레미곰 필수. 추피지옥도 경험해줘야 한다. 거기에 영어노출도 잊지 말아야하고... 나 같은 팔랑 귀는 참 힘들다. 계속 듣고 볼수록 강박에 시달리고 중심이 흔들린다.


임신 했을 때 맘카페를 처음 가입하고 알게된 게 ‘자궁 외 임신’ ‘계류 유산’이란 말이었다. 두 번 째 검진 갔을 때, 담당 선생님이 안정기 올 때까지 맘카페 보지 말라는 조언을 주신 게 생각난다. 정보가 너무 지나쳐도 해가 된다. 책육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꼭 봐야할 책은 없다. 모든 흐름은 내 아이와 나(엄마)에게 있는 것이다. 누구라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잊기 쉬운 것 같다.


책육아 목표


일단은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생각이다. 지금은 상호작용이 애착과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이후엔 수준급 덕후인 나와 남편과의 대화에 토픽으로 이용되기를 바란다.


물론 학업 성취도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아니라고는 못하겠다.)... 꼭 거기까지 아니더라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 ‘존잼.’ ‘노잼’과 같은 단답과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와 같은 인용의 말이 범람하는 시대에 자신만의 감상과 논리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막연하게 흘러가는 대로 해오던 책육아에 대한 생각을 풀어보았다. 책육아를 하고 있다면... 한번쯤은 어떤 동기로 책육아를 시작했고, 어떤 목표를 가지는지 생각을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오늘도 책육아 화이팅.

아마도 울애기 6개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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