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정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과 두근거림, 매일 같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며 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살아왔던 나는 31살이 되어서야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뀌고 싶어서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상담을 통해 작게는 생활 습관부터 크게는 일 적인 부분까지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취미생활을 가져보라는 권유를 듣자마자 글을 써보고 싶었다. 글을 통해서 나의 감정을 토해내고 싶었고 화면 뒤 사람의 표정을 볼 수 없는 활자 속에서의 내 말투와 내뱉는 단어들은 늘 밝고 활기차 보였으니까.
그래서 먼저 웹 소설을 건드려봤다. 나름 장르를 가리지 않는 헤비 독자이기도 하고 대박 작가가 되면 돈을 엄청나게 번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주 솔깃한 이야기가 아닌가! ‘읽은 게 얼만데 그 정도는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라며 쉽게 생각했던 과거의 난 시놉시스를 짜면서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비루한 문장력을 보고 나는 작가로서는 가망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자괴감에 빠져 살다 몇 달 전 예약했던 사주를 보게 되었고 거기서 나는 글 쓰는 재능 같은 건 사주에 나오지 않냐고 물었다. 나는 세계관을 창작해야 하는 소설보다는 본인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게 더 잘 맞을 것 같단다.
그래서 몹시 귀가 얇은 나는 에세이를 써 보기로 했다. (사실 더 잘 맞는 일은 따로 있다며 추천받은 게 있는데 그건 추후 도전해 보고 글을 쓰도록 하겠다.)
나름 굴곡이 많은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글로 담아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과거보다는 나의 현재 이야기를 기록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우울과 불안의 흔적이 남은 과거보다는 밝은 에너지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흔히 책에서 작가분들이 말하듯 내 이야기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 내가 이렇게 힘내고 있다고 지금 잘하고 있다고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바뀌기 위해서 이만큼 열심히 노력했다고 자랑하기 위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약간의 관종끼도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내 글을 봐준다 생각하면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 것 같았다.
아무튼,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의 나는 입꼬리가 계속 올라가 있는 상태다. 너무 즐겁다. 글 쓰는 게 이렇게 재밌는 일인가 싶을 정도이다. 이전에 써보려던 웹소설은 아직 1편의 한 단락조차 완성하지 못했는데 내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몇 문장을 쓴 건지…
사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주위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말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라 더욱더 속으로만 앓아왔었다. 심지어 20대 후반까지는 나의 이런 감정들이 정상적인 줄 알았다. 다들 이렇게 살아간다는 글을 매체로부터 너무나도 많이 접했고 워낙 각박한 세상인지라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에 애써 위안받은 척했다. 모두 나와 비슷한 감정과 불쾌한 두근거림을 가지고 버텨내는 줄 알았으니까.
앞으로 새로 태어날 ‘나’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해 나갈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은 생활 습관부터 바꿔가고 있는데, 이런 아주 작은 것부터 빠짐없이 기록할 예정이니 함께 나의 성장을 봐주었으면 좋겠다.
같이 성장하면 더더욱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