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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유코치 Jun 06. 2023

내가 육아를 선택한 이유

#, 육아는 일상이다

최근 "동훈님! 육아를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육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바로 육아를 선택한 이유를 답변할 수 없었다.


아빠육아 5년째! 솔직히 내가 왜 육아를 선택했는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 몇 권의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며, 내가 육아를 선택한 이유를 찾아가고 있다.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었다. (무척이나 말이다)

어린 시절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는 어머니, 그 둘 사이에서 상처를 경험한 나.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흔한 이야기일 수 있다. 모두가 비슷한 상황에서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람마다 상처와 아픔의 깊이는 다르지 않을까?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사람이 아닌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사실, 70대가 되셨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기적인 사람이신 듯하다. 아마도 그런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40대인 나도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꿈이 있었을까?" 잘 모르겠지만, 욕망은 분명히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정치인으로 성공하고 권력을 누리고 싶은 욕망.


아버지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였을까?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가족이 필요했던 것인지?, 자신의 욕망을 지지하면서 희생을 감내하는 가족이 필요했던 것인지?  아버지에게 물어보지 못했기에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절 나에게 가족은 시한폭탄을 품고 달려가는 공동체처럼 느껴졌다.


이기적인 아버지와 결혼한 어머니.

'넌 어떻게 네 아빠랑 똑같냐?'

 '넌 네 아빠처럼 살지 마.'

'가장은 돈을 벌어와야 해.'

 어릴 적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자주 들었던 어머니의 한 맺힌 잔소리.  어머니는 잔소리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화를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했다.

스물셋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골로 시집와 시어머니 모시면서,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농사일, 공장 일, 식당 일을 동시에 몸으로 감당했던 어머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대가로 지금도 고통을 겪고 계신 아버지.

울분, 화, 한을 참아내며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하지 못한 어머니. 두 분의 삶이 내 안에 고스란히 존재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싶었기 때문에 육아를 선택했던 것 같다. 어린 동훈이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 아빠육아라고 믿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알게 된 몇 가지 진실들이 있다.

"나는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구나!"

 "나는 어머니처럼 나를 위한 삶을 살지 못하는구나"

"나는 아버지처럼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구나"

"아버지처럼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해 육아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세상 속에서 나를 던지지 못하고, 육아라는 방패 뒤에 숨고 싶어서 선택한 것은 아닐까?"


때로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내면의 상처로 인해 나와 아이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육아 거울 속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인정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빠는 하민이를 너무 사랑해."

"하민아 너무 고마워."

사랑은 이기적인 면을 이지적인 면으로 변화시키는 위대한 힘이 있는 것 같다. 희생하고, 인내하는 노력을 통해 후회 없이 살고 싶은 욕망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내가 육아를 선택한 이유는, "~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목적보다는 "나답게 사는 삶을 살 거야"라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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