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첫 동물원 나들이!
맑은 하늘과 공기. 쭉쭉 뻗은 시야.
날씨와 분위기가 죽여주는
겨울의 끝자락 그리고 주말!
동물원 나들이에 신난 아이와 아빠 그리고 엄마!
여기까진 모든 것이 완벽했다.
배고픔이 히스테리가 되어 입술 밖으로
튀어나오기 전까진 말이다.
난 음료수를 사러 편의점으로
아내와 아이는 핫도그 가게로,
편의점 문을 나온 내 눈에는 양손에 핫도그 3개를 들고 멍하니 서있는 아내가 보였다!
난 본능적으로 느꼈다. 뭔지 모를 싸함을...
"케첩을 발라줬어."
"어?"
"발라달라고 말도 안 했는데...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했어"
우리 가족은 핫도그에 케첩을 발라 먹지 않는다.
나는 순간의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히스테리컬 하게 내질렀다.
"아니! 왜 말을 못 하냐. 아무리 당황해도"
답답함에 히스테리를 보태서 강하게...
나는 문제 상황에서 생각보다 행동과 말이 먼저인 사람이다.
아내와 아이의 분위기, 기분 따윈 살필 겨를도 없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만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버크만 진단 속 내 스트레스 행동은 빨강(red)이다.
1. 독단적인 행동: 나는 아내가 케첩을 발라 온 것에 대한 실망을 즉각적으로 표현했다. 아내의 감정을 듣기보다는 즉각적으로 나의 불만을 표출했다. 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빠른 해결을 추구하는 버크만 진단 속 빨강 컬러의 특성이 드러난 행동이었다.
2. 인내심 부족: 나는 당황하거나 답답함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인내심을 잃고,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핫도그에 케첩이 발라진 것을 발견했을 때, 그 상황을 차분히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답답함을 즉시 표현했다. 스트레스를 상황에서 인내심이 부족한 빨강 컬러의 행동을 나 스스로 보여주었다.
빨강의 강력함을 가진 이놈의 주둥이에서
한 마디가 더 나왔다.
아! 왜 그랬을까? 대체 왜? 답답함을 느낀 것은 아내 자신이었을 텐데.
완벽함이 흐르던 하루를 망쳐버린 배고픔의 히스테리!
(당분간 핫도그는 절대 먹지 않으리...)
타임머신을 타고 몇 분 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케첩을 발라줬어."
"어?"
"발라달라고 말도 안 했는데...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했어"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 그 말!
말은 다시 담을 수 없기에 늘 후회한다.
'괜히 말했어', '너무 많은 말을 했어', '아무 말하지 말걸' 등등 난 늘 후회한다.
내 말그릇은 아직 1인분 담기도 벅차 보인다.
"밥알이 몇 개고?" 한 때 유명했던 드라마 대사.
아마 부족함과 적당함에 대한 뜻이 담겨 있지 않을까?
"네 말그릇에 담긴 말은 몇 인분이고?"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말그릇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