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 붙어보자, 세상아

by 꿈의복지사

나는 가끔 빛바랜 사진첩을 펼쳐본다.

과거의 내 모습, 사진 속에 담긴 내 표정이 어땠는지 문득 궁금해져서다.

지금과 비교하면 놀라울 만큼 다른 표정.

유년 시절의 나는 누가 뭐라 하든, 하고 싶은 것, 꿈꾸는 것을 세상에 외치며 살았던 것 같다.

사진 속엔 장난기 어린 표정,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 넘치던 얼굴이 담겨 있다.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표정, 넘치는 자신감.

지금의 나와는 너무나도 달라 낯설기만 하다.

이질감, 그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 시절의 자신감은 세상을 부딪히고 깨지고 다듬어가며

현실의 벽 앞에서 조금씩 꺾였던 건 아닐까.

마치 모난 돌이 파도와 바람에 깎여 동글동글한 몽돌이 되듯이.

우리는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익어가는 것이 성숙이다.”

노래 가사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그렇게 익어가기만 하면, 우리는 도전을 잃고 안주하게 되는 건 아닐까.

나는 익어가는 대신,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결국 열매가 맺히는 삶을 살고 싶다.

새로운 변화 앞에 서고, 그 앞에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신감이고,

뜨거운 심장을 품은 당당한 모습이 아닐까.

나이 듦은 끝이 아니라, 더 푸르러질 수 있는 시작이어야 한다.

우리는 익어가기보다, 새로운 꽃을 피우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발버둥 치지 말자.

발버둥은 현실의 벽 앞에서 하는 소심한 반항, 혹은 조용한 복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런 인생이 아니라,

“좋아, 한판 붙어보자”며 벽을 박차고 넘어가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젊은 날, 우리가 품었던 그 자신감 넘치던 눈빛.

세월이 흘렀다고 그 눈빛을 다시 가질 수 없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이제는, 넘치는 자신감에 세월이 준 혜안이 더해져

더 강하고 깊은 자아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니, 우리 익어가지 말자.

익어간다는 생각을 품는 순간, 자존감은 점점 스러질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이,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고,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다시 키워야 하는지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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