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예기치 못한 송별회 2
“혜성아! 어디야?”
“언니! 가고 있어요. 스타벅스 앞이에요?”
“응! 저번에 내려줬던 곳이야.”
“미안해요. 나 때문에 쉬는 날 나오게 하고”
“괜찮아. 오늘 어땠어?”
“오늘? 오늘도 비가 왔고, 날이 더워졌고, 힘이 들었고, 그렇지 뭐.”
“혜성아! 여기 여기”
명자 언니를 데리러 갔다. 폭우 때문에 송별회를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이지를 무치고 삶은 닭살을 찢는 동안 날은 개었다. 시원한 바람 한 오라기라도 불어 코의 숨구멍을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적셔주면 좋겠지만 점점 화가 나는 듯한 이 날씨는 자비란 것이 없다. 무자비했던 인간에게 대갚음이라도 하듯 매년 여름은 길어지는 것 같다. 지겨워진 여름날의 맑은 파란 하늘은 잔인해 보인다. 저 멀리 손 끝으로 가려보는 햇살은 눈부심이 아니라 살벌함이 느껴진다.
“언니 좀 쉬었어요?”
“그럼. 병원도 가고”
“검사 잘 받았어?”
“응.”
“고마워. 쉬는 날인데. 나는 송별회도 괜찮은데 언니한테 미안하게.”
월차로 쉬고 있던 언니를 태워 근처 보쌈집으로 갔다.
“아직 아무도 안 왔나?”
“아니야. 저기 혜진언니 차 보이잖아.”
“어! 그러네.”
혜진언니와 조리장님의 관계는 회복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리장님이 기독교인이라서 새벽기도를 다니시면서 충격으로 와닿은 혜진언니와의 매일의 신경전에서 어른으로 감정을 추스르려고 하는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둘의 관계는 예전 같을 수 없었다. 단지, 내가 알 수 있었던 건 둘은 서로 웃지도 않았고 전처럼 급식실 토속 반찬도 구경할 수 없었고 그렇게 그렇게 자꾸만 멀어졌다는 것. 사회 나와서 사귀게 된 직장 동료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누군가의 말들에 나는 마음을 보이지도 않았고 대화도 나누려 하지 않았지만 삽질에 샤워까지 같이 하게 되는 매일의 일상은 감출 수 있는 게 없었다. 가끔 군대 복무를 하고 있는 중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덮을 수 없는 시간들이 쌓여 낯섬은 정이 되고 정은 애정이 되는 곳. 그래서 지금 조리장님과 헤진언니, 둘은 서로 서운한 중이다. 무척.
“혜성아! 일은 구하고 있어?”
“그냥 좀 보고 있어요.”
“무슨 일 하게? 저번처럼 병원 가게?”
“생각 중이에요.”
“제빵 자격증도 있으니 그쪽으로 갈 수도 있겠네?”
“제 맘대로 되나요? 뽑아줘야 가죠.”
“없으면 다시 와.”
“네?”
“없으면 언제든지 와. 우린 네가 좋아.”
훅 들어오는 한방의 사랑 고백. 무슨 기승전 급식실. 이 말도 안 되는 전개에 그저 나는 웃고 말았다. 언니들의 마음을 나는 안다. 그들이 누리고 싶어 하는 마음 한편의 작은 일분일초의 평화. 기댈 곳이 필요한 그들에게 낯선 이에 대한 걱정과 우려보다는 자신조차 돌볼 수 없는 급식실의 일에 그저 익숙한 의지가 늘 보험으로 있었으면 했던.......
“고마워요. 잘해주셔서.”
떠남이란
그리움의 시작
떠남이란
반복된 돌아봄의 시작
떠남이란
늘어진 고무줄을 당겨보듯 돌아갈 수 없는 탄성의 관계에 기대봄의 시작
그래서 떠남이란
돌아갈 수 없는 게 아니라 돌아가지 않는 거라는 시작
비는 또 한 방울 두 방울. 막걸리 두어 잔에 젖은 언니들은 억지로 집으로 향했다. 그들은 솔직했다. 나한테는 그들은 동료였다. 그러나 내가 가는 그날까지 은숙 언니는 그들의 따돌림거리였다. 그런데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사흘이 되다 보니 나도 그 사람에게 싸늘해지고 있었다. 싫었다. 그래서 돌아갈 수 없는 거다.
“혜성아! 잘 가! 내일 보자! 곧 못 보겠지만....”
혜진언니가 말 끝을 흐리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