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WAKE UP 1 23화

WAKE UP

이삭줍기

by MAMA

이제 막 6월 중순일뿐인데 30도를 웃도는 날이 지속된다. 그래도 밤에는 제법 공기가 식어 시원한 바람에 지열이 날아가고 만다. 요한복음 3장 8절 말씀에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라 하셨는데 바람이 어디서부터 부는지 왜 부는지 아는 사람이 있는가? 그 한 줄기 바람에 낮빛의 뜨거움으로부터 식는 나뭇잎이 솨솨하고 출렁댐에 머리가 맑아진다.


아직 새벽은 열기가 빨리 오르지를 않는다. 밤사이 식은 공기탓에 다시 열이 오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 하늘 높이 날아가는 제비의 날갯짓이 부럽기도 하고, 기생초라하는 외래 종 야생화의 한들거림이 예쁘기도하고, 우람한 아름드리의 밤나무에 밤꽃이 열림이 신기하기도 하여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초 여름 산책 길엔 볼 것도 참 많고 콧 속으로 들어오는 풀 내음이며 꽃 내음이 참으로 복잡다양하여 오감이 바쁘다.


그 사이 나의 눈길을 사로 잡는 모습이 있었으니, 바로 뙤약볕 여름의 '이삭줍는 여인들'이다. 열기가 오르지 않은 공기의 온도에도 태양은 꽤나 따갑다. 내가 본 여인은 수확이 끝 난 밀 들판에서 떨어진 밀 이삭을 줍는 여인들이 아니다. 푸른 고추밭에서 몸빼바지를 입고 화려한 꽃무늬 모자를 눌러 쓰고는 허리를 굽혀 일하는 노인이다. 은은한 하늘 빛 아래 밀레의 여인들은 긴 소매의 옷과 긴 치마를 입고 하루의 저무는 시간 즈음으로 보이는 때에 허리를 숙였지만 내가 본 노인은 뙤얕볕에 땅이 달아 오르기 시작할 때 즈음 온갖 화려한 옷으로 무장하고 허리를 숙였다. 왜 그 모습에서 밀레의 여인들이 떠올랐나 모르겠지만 꼭 같은 모습이었다.


밀레의 여인도 뙤약볕의 할머니도 수고로이 얻지 않음이 없다. 농사꾼들에게 지금이 바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밀레의 여인들도 바쁘지 않았다면 밥상의 부족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삭줍는 여인들'에 관해 쓰는 김에 난 '룻'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삭을 왜 주웠는지부터 알아보자. 주님께서 그 토록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라 하셨는데 이는 단순히 그들의 형편이 딱해서 정도가 아니다. 21세기 무엇이든지 풍족해 넘치는 대한민국에서도 부모없이 자라거나 남편없이 생계를 이어가는 것은 무척 힘이 드는 일이다. 그나마 여자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데 어떠한 거리낌이 없는 현 시대에 직업의 귀천과 급여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게 둘째 문제라하면 구약시대에 여자의 경제활동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돈벌이가 아예 막힌 과부와 그 어떤 이들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고아들은 지금보다도 훨씬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막막함에 직면했을 것이다. 남편이 없는 과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삯바느질이나 남의 집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 전부였을텐데 아이들을 어찌 양육할 수 있었을까. 죽기보다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룻의 시어머니 나오미는 기쁨이라는 뜻의 나오미라 불리워지는 대신 마라, 즉 '괴로움'이라 불러달라 했다.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너의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너의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너의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타국인을 위하여 버려 두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 레위기 19장 9절-10절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떨어진 이삭에 대한 은혜가 차고 넘친다. 가난한 자와 타국인을 위해 버려두는 베품이 참으로 고귀하다. 그 말씀을 하신 분이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라고 도장까지 찍어주시면서 반드시 지켜 행하라고 강조하셨던 그 깊은 마음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1월 산책 길, 땅콩 밭에 가을 철 수확 후 떨어진 땅콩을 까마귀떼가 와서 주워 먹는 걸 보고 장관이라 여긴적이 있다. 생전에 그런 까마귀떼는 처음 봤었다. 그들을 쫓기에 주인장도 역부족이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산책 길에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드넓은 땅콩 밭에 들어가 계신 것을 보고 주인장이겠거니 했는데 저만치서 은색 SUV 한대가 달려오더니 먼지를 날리면서 급정거를 했다. 회색 정장을 입었고, 안에 핑크색 셔츠를 입은 백발의 노인이 내렸다. 차림새가 워낙 땅콩밭과 어울리지 않는터라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는데 큰 소리로


"아줌마! 아줌마! 이리로 와보세요."


큰 일이 난 것 같았다. 아무래도 떨어진 땅콩을 서리하려다가 주인에게 걸린 것 같은 분위기. 쭈볏쭈볏하던 그 아주머니는 핑크색 셔츠를 입은 주인장 앞에 고개를 숙였고, 몇 마디 말에 분위기는 험학해졌다. 괜시리 평화롭던 산책길 된서리를 맞은 기분에 등꼴이 오싹해 발걸음을 재촉했었다. 번영시대의 인심이란 것이 이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오래 전 믿는 자들로 하여금 언제 어느때나 가난한 자들을 생각하라하신 따뜻한 마음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룻은 이삭을 주웠다. 잠시 쉴 뿐 종일 이삭을 주웠다. 시어머니와 이방 땅에서 연명하려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이삭을 줍는 룻은 보아스의 눈에 띄었다. 보아스는 그녀의 형편을 알게 되었고 선대하였다. 또한 곡식 단사이에서 이삭을 줍도록 했으며 룻기 2장 16절에서 '또 그를 위하여 곡식 다발에서 조금씩 뽑아 버려서 그에게 줍게 하고 꾸짖지 말라 하니라' 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일부러 곡식 다발에서 뽑아 룻이 줍는 이삭의 양을 풍족케 해주었다. 룻과 보아스는 하나님의 말씀안에서 신실한 자녀들이었다. 부모를 공경했고, 가난한 자를 돌보았다. 그들의 결혼은 주의 언약을 이루시기 위한 계획이었지만, 이토록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가 없다. 주께서도 기뻐하셨을 것이다.


전 세계가 서로의 이권을 놓고 다툼을 지속하고 있다. 물러섬도 없으며, 자비와 아량도 없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적이고 계속된 고갈로 인해 다툼은 더욱 심화될 것이 뻔하다. 강자가 빼앗으며 약자는 사라질 것이고, 그 과정은 풍요롭지 못한 국가의 불안이 국민 개인의 불안으로 전달되어 서로 더욱 이기적이지 않으면 안되는 풍조가 만연화됨에 따를 것이다.


안타깝지만 어디에서도 이삭을 떨어트리는 이를 찾아보지 못할 때가 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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