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알알이 붉게 익어 가다
초록으로 무성히 잎을 내던 나무는
작고 봉긋한 봉우리를 내었다
한 여름이 되어가자
봉우리는 투명하고 빨간 꽃들로 피어났다
잎들과 꽃들은 즐겁게 이야기들을 하였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을까
투명하고 붉은 석류꽃은
하늘의 태양과 나무에게 부탁하고 떠났다
올해도 잘 부탁해 내 열매가 잘 영글도록
꽃이 떨어진 자리에 어느새 작은 열매가 맺어
여름 내내 햇빛과 바람과 비와 땅이 나무를 돌보며
나무는 작은 열매들을 잘 붙들고 키웠다.
석류나무는 사랑과 보살핌의 열매를 맺었다.
어느 날 노 부부는 대청마루에 앉아
붉게 익어가는 석류를 보며
투명하고 빨간 석류알들을 생각한다
올 가을 새콤하고 달콤한 석류알로 술 담그리라
석류주가 향기롭고 맛있게 익으면
시집간 딸부부와 석류주 한 잔 하리,
벌써 얼큰히 취해본다.
그렇게 노부부는 한평생을 사랑으로
석류처럼 차곡차곡 채웠다
올해도 붉은 석류가 탐스럽게 열어 흐뭇해하며
이미 석류처럼 붉고 달콤한 사랑이 집안 가득 퍼져간다
유난히도 뜨거운 태양이 여름정원에 빨간 석류를 남겨주었다.
2024.9 초입에 쓰보았다.
죽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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