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ing with GOD
며칠째 비가 온다.
하늘은 잿빛이고 비는 그동안 쌓인 바닥의 땟국물을 씻어내고 있다.
잿빛하늘과 습기를 깔고 앉아 대기는, 공기층은 무거워져 압사당할 것 같다.
지하철과 공공버스에 몸을 싣고 있는 사람들의 묘하게 짜증 나는 냄새들, 옆사람의 땀냄새, 슬픔의 냄새,
그것을 중화시켜 주는 기쁨의 냄새, 자주 세탁하지 않은 옷에서 나는 눅눅함, 습기가 몰고 온 퀴퀴한 냄새들,
어제저녁 술 마시고 온몸에 나는 취기, 삶의 불평과 불만이 몸에 베인 냄새들,
그들은 출근도 전에 이미 지쳐있다.
이 모든 냄새와 수분을 머금고 있는 공기층이 사람들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손잡이마다 묻어 있는 각 사람들의 애환이 흐리고 비 오는 날 찐득하게 배어 나온다.
때론 절박한 심정의 마음까지 지하철 천장에 달려있는 손잡이에서 그 사람의 인생이 대롱거리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이 얼마 큼이나 자신의 삶을 자신의 뜻대로 영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인간의 본질이 궁금해졌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삶을 살아감에 보이지 않는 줄에 묶여 허우적대며 인형극을 하듯 너울댄다면,
우리는 누구일까, 과연 인간의 줄을 잡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무엇일까?
과연, 자유로운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끓임 없는 의문과 반문을 하고 있다. 반문하고 또 반문해 본다.
어울리지 않는 생각, 형이상학적인 생각에 사로 잡혔다.
자신이 자신의 삶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삶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인간의, 아니 자신의 존재이유가 무의미함을 느낀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이 문제는 신의 답을 들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자, 신을 만나러 가기로 결심한다.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에도 몇 번을 다녀왔고 항상 출입할 수 있는 영패도 있으니
나는 길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지난번에 받았던 영패를 찾아서 크로스백에 넣었다.
나는 삼도천에서 고생하는 뱃사공을 위하여 동전을 몇 개 챙겼다.
뱃삯을 주어야 하기에 준비한다..
저승길이나 이승길이나 노자돈은 있어야 하는 법이고, 삼도천 뱃사공도 이승과 저승의 경계 근무자이니
3D직종이다. 항상 어두운 지하의 검은 강에서 노를 저으며 다니니 육지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
참으로 험한 기피직종이다.
급여가 아마도 통과하는 자가 주는 통관세(뱃삯) 일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신발장에서 편하고 단단한 신을 꺼내어 신는다.
화려한 옷은 거부감을 일으킬지 모르니 검소하면서 세련된 이미지의 옷을 입자.
예로부터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벗은 거지는 얻어먹지 못한다 하였다.
지난 경험을 되살려 신은 먹는 것에도 관심이 있었으니 김밥을 열 줄을 말았다.
왜, 열 줄을 말았을까?
10이란 숫자는 신의 숫자라고, 완벽의 숫자이기 때문에 10줄을 말았다.
신이 드실 것이니, 열 줄을 말았다. 존경의 의미다.
우리 보통의 인간들은 제 아무리 잘났다고 한들 5~6 정도의 인성을 가졌을 것이다.
도시락에 곱게 썰어 가지런히 넣고 파슬리와 방울토마토로 데코도 하였다.
보온병에 믹스커피도 타서 담았다.
믹스커피 같은 것을 좋아하실 것이다, 그동안 경험으로 보아...
마음속에서 알지 못하는 의문과 분노가 올라오지만,
마음 저 아래로 꾹꾹 밀어 넣는다.
‘왜? 나를 이렇게 고독의 늪에 갇히게 하며, 왜 마지막까지 건강하지 못하게 하는지,
모두들 나를 건강하다고 한다. 겉모습이다. 평생 나는 골골거린다.
이 시점에 사랑하던 이들, 나를 보호하던 이들이 모두 떠난 시점에 고통을 주는지,
나의 운명이 어떠하길래, 그리고 간절히 기도하지만 이루지 못하는 착한 사람들을 위하여,
에둘러 이유를 알고 싶다. 나도 좀 편히 살다 가자, 하며
나름 행장을 꾸렸다.
출발을 하며 집의 문단속을 단단히 하고 출발한다.
지~~~~~~~~익
삼도천에 이르니 강 건너편에서 뱃사공이 온다.
나는 나쁜 눈을 까치발 세우듯 잔뜩 가늘고 길게 뜨고 바라보니,
배가 아니다, 작은 요트다.
나는 깜짝 놀라며 외친다, "어머낫! 이 무슨 일? "
뱃사공이 양복을 입었다. 멋있는 세일러 복이다. 단지 검은색바탕에 줄무늬다.
후드가 달린 가운 같은 외투가 아니라 모자를 썼다.
들고 다니던 등불도 바뀌었다. 요트에 전방 서치라이트를 달았다.
놀라서 말문이 막힌다.
'저승에 가는 길이 아닌가'
놀란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그녀는 인사를 한다.
나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는군요, 저 아시죠?"
아! 그는 여전히 묵묵부답이고, 언제나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신식장비에 현대적 감각의 옷을 입으면 뭐 하냐, 사람이, 아니 뭐라 불러야 하나
삼도천 뱃사공은 본성이 바뀌지 않는데’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찾아 동전을 내어 놓으니 그제 사 말한다.
삼도천 뱃사공 :
"동전받지 않습니다. 이제는 카드로 읽습니다." 하며 카드리드 기를 내어 놓는다.
나는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분이 이런 센스와 에티튜드가 있었는가.'
저승이나 이승이나 재물 앞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저승 갈 때 누가 카드를 가지고 오나 싶다.
나 :
"저 카드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요. 이번만 동전으로 받아 주시면 안 될까요. 의심스러우시면 신께서 주신 영패도 있습니다."
하며 크로스백에서 영패를 꺼내어 보여준다.
가만히 영패를 쳐다보고 있더니 말한다.
삼도천 뱃사공 :
"동전을 받으면 간혹 횡령이 있을 수 있다고 신께서 규칙을 시대에 맞게 바꾸었습니다.
그 영패도 새로 등록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번만 통과하시고 신을 만나시면 오늘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세요."
나는 깊숙이 절하며 감사를 표했다.
나는 삼도천을 건너 신의 영지입구까지 걸어갔다.
엘리시온이라 불리는 들판을 걸어갔다.
왠지 마음이 설렌다. 그동안 신을 여러 번 만났지만,
비 호감 같은 느낌이 들다 가도 귀여운 듯도 하였다.
(신께 버릇없이 귀엽다고 하다니, 신실한 외골 수 믿음을 가진 자들이 어느 구석에서
끼리끼리 모여 나를 씹고 다짐 질 하겠다)고 생각한다.
인간세상에 관심도 많았고 걱정도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한참을 걸어 수문(守門)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수문에 많은 망자(亡者)들이 줄을 서있었다.
수문도 바뀌었다.
지난번에는 크고 높은 약 10척 정도의 높이였다.
그 앞에서 수문장이 일일이 출입통제를 하였다. 하나 이번은 아니었다.
공항의 출입국 심사대 같았다.
모두 전자시스템으로 되었다. 동시에 많은 사람이 출입심사를 받았다.
멀리서 보니 지난번 수문장(守門將)이 보였다. 감독관처럼 지위가 있어 보였다.
그곳으로 가서 인사하고 영패를 보여주었다.
그새 몇 번 보았다고 인사를 한다.
수문장 :
"오늘은 어찌 오셨습니까"
나 :
"신께 인사드리려고 왔습니다. 여기도 많이 바뀌었군요."
수문장 :
"최근에 많은 인간들이 동시에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하여 시설확장이 필요했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많이 죽기는 하였지, 사건사고가 그리 많으니 수문 하나로는 통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야,
이승이나 저승이나 모두 힘들기는 매 한가지군.'
수문장이 나에게 말한다.
수문장 :
"가셔서 영패를 새로이 등록하시고 패스워드를 입력해 두십시오.
다음은 패스워드만 있으면 됩니다."
인사를 하고 해어지며 나는 생각한다.
’또 한 참을 걸어야겠구나’
수문장이 독심술로 내 마음을 꿰뚫었나 보다.
수문장 :
"저쪽으로 가시면 이동차량이 있을 것입니다. 타고 가시면 됩니다."
가보니 택시도 있고 버스도 있고 골프 칠 때 이동수단인 작은 탈탈이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는 생각한다.
‘사후세계는 과학, 기술분야는 우리보다 못한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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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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