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단편소설 chapter2

by 죽림헌

전날

그녀는 재래시장에 가기 위해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그녀는 잠을 깊이 들지 못한다. 어쩌다 잠들어도 수잠을 잔다. 아무래도 더위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오전에 일찍 집을 나섰다.

팔월 중순의 한낮은 거의 살인적인 더위다. 이른 아침, 서둘러 재래시장에 갔다. 어물전에서 냉동 생선 두 마리를 샀다. 집에서 손질하겠다며 500원을 깎았다. 대가리 하나는 찌개에 넣어 끓이고, 하나는 연립 주변의 길고양이에게 줄 생각이었다. 그 때문에 이웃의 항의도 받았다. 아파트 주변에 길고양이 들끓는다고 모두 싫어하였다. 그녀는 버려진 길고양이를 그냥 둘 수가 없었다.

그녀의 집은 시장에서 걸어서 30분 거리다. 그녀의 걸음으로 사, 오십 분 소요된다. 택시나 버스도 마땅치 않았다. 그녀는 넉넉한 살림이 아니다.

그녀는 생선이 든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팔월의 뙤약볕 속을 왕복 1시간 이상을 걷는다.

그녀는 도로에서 한참 떨어진 산비탈의 오래된 연립주택에 산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산동네다. 산비탈 길에 도달하여 다시 계단을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로 이미 체감온도는 40도를 넘었다. 도로는 녹는 듯하고 아스팔트는 아지랑이처럼 지열이 오른다. 그녀의 낡은 신발 밑창도 견디지 못하고 녹는 것 같다.

생선을 담은 봉지는 오늘따라 왜 이리 무거운지 탄력 없는 그녀의 늘어진 팔과 등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더위를 피하려고 그녀는 그늘이 보이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 잠시 쉰다. 그러나 그늘도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 쉰다. 그녀는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다. 다리가 너무 무겁다.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땀이 얼굴과 등줄기를 타고 온몸으로 흘러내린다.

땀이 흘러내려 짠 기로 눈을 뜰 수가 없다. 손수건으로 연신 눈 위로 얼굴로 흐르는 땀을 닦는다.

그녀는 땅만 보고 걷다, 한 번씩 고개를 들어 집 가까이 왔는지 살핀다.

까만 봉지는 얼음이 녹아 봉지 밖에 이슬이 맺힌 듯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는 집으로 오르는 계단 아래에 서 있다. 위로 쳐다보니 아득히 현기증이 난다.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힘겹게 계단에 발을 내딛는다.

‘조금만 더 힘내자.’

몇 번을 쉬어가며 계단을 올라 집에 도착하였다. 행복아파트 202호. 이름이 아파트지 연립주택이다. 낡은 회색 페인트의 현관문,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건물이다. 입주민이 복도를 물청소하여 현관문이 삭아 녹슬었다.

현관문을 열자 더운 열기가 그녀를 감싼다. 그녀의 젖은 양말 자국이 비닐장판 위에 자국을 남긴다.

그녀는 생선을 싱크대 볼에 넣고, 부엌 식탁 위에 걸린 낡고 오래된 선풍기의 줄을 당긴다. 의자를 힘없이 끌어당겨 털썩 앉는다.

그녀는 샤워부터 먼저 할까 하다 생선을 먼저 손질하여 찌개를 만들어 두고 샤워하자고 생각한다.

그녀는 식탁 앞에 잠시 앉았다가 일어나 싱크대 안의 생선을 다듬는다. 생선은 이미 해동되어 흐물흐물한다. 냄새를 맡아보니 악취가 난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다. 오는 동안 길 위에서 해동되고 뜨거운 열기에 익어 내장이 썩은 것이다.

‘오늘은 고양이에게 못 주겠구나.’

내장을 뽑아 검은 봉지에 담아 옆으로 밀쳐두고, 생선을 흐르는 물에 씻어 도마 위에 놓는다.

그녀는 도마 위의 생선 대가리를 자르려다 멈칫한다. 가엽다. 뜬금없다.

그녀는 칼을 손에 쥔 채 도마 위에 있는 생선을 가만히 쳐다본다. 차마 생선 대가리를 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오늘 날씨는 너무 더웠다. 방송에서는 연일 살인적 더위란다. 생각해 보니, 오늘 한 끼도 안 먹었다. 곡기라고는 넣지 않았다.

몸이 너무 뜨겁다. 서 있을 힘이 없어 칼을 내려놓고, 거실로 가서 바닥에 눕는다.

몸이 비닐 바닥에 쩍 하고 달라붙는다. 그녀는 그녀는 손을 뻗어 거실의 선풍기를 튼다. 흰색이 누렇게 변했다. 긴 세월을 함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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