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눈탱이가 부었다
뜨거운 여름 한 낮이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맑고 푸름이 쨍하다
가만히 있어도 땀으로 몸이 젖는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더위를 피할 생각도 없이, 논다고 정신없다
저 나이 때는 무서울 것이 없다.
어른들 말로는 돌멩이도 소화시킬 나이라고 한다. 아무리 그럴리가,
얼굴은 햇볕에 달아 올라 홍조를 띠다 못해
얼굴이 발갛게 익은 것이, 늦가을 잘 익은 홍시 같다.
물이나 마셔가며 놀아야 할 텐데,
오후 1시가 지나면 뜨거워져서 위험할 텐데,
하며 지나던 사람들이 걱정하며 한마디 하신다.
"얘들아, 그만 집에 돌아가거라 너무 뜨거우면 위험하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걱정스럽다.
그 말을 들었는지 골목 여기저기서 아이들을 불러 들인다.
"영철아, 들어 온나."
"철수야, 안 들어오고 뭐하노?"
"재석아, 들어와서 점심 무거라."
"명수야, 안 들어오고 뭐하냐이."
"얘들아, 들어 오너라, 화채 만들어 놨다."
"제영아, 어서 들어와 팥빙수 먹어라"
아이들이 모두 대답하고 앞다투어 집으로 돌아간다.
제영이는 팥빙수란 말에 얼굴에 기쁨의 꽃이 활짝핀다.
모두 돌아 가면서 가지고 놀던 작은 돌멩이들을 던지고 간다.
여름방학은 깊어가고 아이들은 여름방학이 더욱 즐겁다.
역시, 방학이라는 것은 아이들에게 계절이 주는 크나 큰 선물이다
하늘은 맑아 높아만 가고, 바람은 솔솔 시원히 불어온다.
잠자리가 낮게 날고 있다.
이 계절은 잠자리 몸이 가벼워 아직은 높이 날 때인데,
이상하다,
자꾸 꽃들을 들이받는다.
꽃이 가만히 보니 잠자리가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다.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날고 있다.
꽃이 잠자리에게 말한다.
"얘, 정신 차려 떨어지겠다. 왜 자꾸 휘청거리니?"
"아뇨, 저 바르게 나는데요."
"제가 이상하게 날아다니나요, 꽃님."
"그래, 얘 너 꼭 낮술 마시고 걷는 사람 같아."
"아뇨, 저 술 못 마시고 술 근처도 가지 않았어요."
"어머 쟤 진짜 이상하다. 너 오늘 조심해야겠다."
"근데 잠자리야, 너 한쪽 눈이 좀 이상한 것 같다."
"시퍼렇게 멍든 것 같은데, " 하며 꽃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렇게 많이 시퍼렇나요. 꽃님"
"사실은요 아까 제가 날아다니는데
아이들이 바삐 돌아가며 돌멩이를 던졌는데, 하나가 저를 맞혔어요."
"어머나, 이를 어째, 아유 무서워 잠자리야 너 맞았구나."
"예, 한 아이가 작은 돌멩이를 던졌는데
제 눈에 맞았어요. 엄청 아팠어요."
"지금도 사실 너무 아프고 어지러워요."
"그랬구나, 우리도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뚝, 뚝 끊는단다. 툭 치기도 하고 그래"
"너 지금 한쪽 눈이 아무래도 이상한가 봐,
얘 잠자리야 오늘은 날지 말고 우리에게 기대어 쉬도록 해."
"그래야겠어요.
어지러워서 안 되겠어요."
꽃잎들이 잠자리에게 편히 쉴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 준다
잠자리는 돌에 맞아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었다.
우연히 지나다 아이들이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맞았다.
그러나 꽃잎들이 어깨를 내어 주며 위로한다
잠자리는 꽃 위에서 편히 쉰다.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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