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부름을 받다.
나른한 오후다.
혼자 있다 보니 달리 할 일이 없다.
책 보고 일주일에 한 번 미술수업받고 예습하고 나면 할 게 없다.
사이버대학에 등록해서 공부를 해볼까?
행정학도 사회복지학도 법무행정학도 이제 아무짝에 필요 없는 거다
신선처럼 앉아 시나 읽고 짓고, 여행이나 하고 살면 남은 날 그럭저럭 보내겠다.
싶었는데, 운전하고 다니는 것은 그저 마트나 백화점까지다.
그러니 갈 수가 없다.
생각해 보니 기차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부질없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지금 나한테는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다. 써먹을 데도 없고,
이젠 TV도 안 본다 사람 정신을 파괴시킨다.
할머니도 어머니도 연세 드셨을 때 노인정에 다니지 않으셨다.
나름 바쁘셨다. 심방 다니시고 기도회가시고 병원에 봉사가시기도 하며
간혹 영화 보러 가시고, 맛있는 음식 만들어 주시고
이웃이라도 오면 빵과 커피(1:3:3)를 대접한다.
요구르트 배달하시는 분, 신문배달하시는 분에게도 요구르트를 대접한다.
신기했다 요구르트배달하시는 분에게 요구르트 마시라고 까서 주시다니.
모두 나가고 집에 아무도 없으면,
혼자 조용히 등나무식탁에 앉아, 성경책 읽고 필사하시고 기도하셨다.
지금 나는 어머니가 이런 마음이셨나, 하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책 읽고, 음악 듣고, 죽기 전에 글이나 원 없이 쓰보자 한다.
할머니 말씀대로 먹물을 많이 만지면 먹물의 흔적을 남긴다 하셨다.
사실 이 말은 중국 고전에서 나오는 말이다.
책을 많이보고 음악을 많이 들었으니 그 감성으로 흔적이나 남기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소파에 편히 앉아 책을 읽었다.
팔도 무겁고
눈도 피곤하다. 요즘 여름이라 그런지 자주 그렇다.
잠시 누워서 눈을 감았다. 어느 사이 잠이 들었다.
얼마쯤 잤을까,
현관 벨이 울렸다.
아~귀찮아. 이 시간 누가 왔지,
일어나서 모니터를 보니 아무도 없다.
택배가 배달되었나, 주문한 것이 없는데, 이상하다.
나가 보았다.
아무도 없다. 들어가려는데
앞에 누군가 서 있다.
아이코 놀라라,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서있다.
아, 정말 무섭게,
'왜, 검은색을 입었지, 초상집에 다녀왔나.
그럼 우리 집엔 왜 왔지.'
'소금을 가져와서 뿌릴까'
짧은 시간에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일단 문고리를 걸고
"누구세요?" 하고 살짝 내다보았다.
요즈음은 함부로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 세상이 험해졌다
"신(神)이 모셔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저를요"
" 예 지난번 와서 세상 이야기해 드리려고 온다고 했잖습니까"
" 아~예, 그렇긴 한데 느닷없이요. 심심하시다 던가요."
"신은 심심할 때가 없습니다. 항상 바쁘시니"
"알겠어요, 옷 갈아입고 그때 받은 명패 가지고 올게요"
그렇지만 집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밖에 그냥...
준비하고 나갔다.
다시 배를 타고 강 건너갔다.
신의 사자라고 해서 영화에서 보는 하늘을 날고, 쓩~하고 순간이동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또다시 수문(守門)을 통과하고
한참 후에 신 앞에 도달하였다.
"왔느냐~"
"예, 안녕하셨어요?"
"그래 난 잘 있었다 워낙 바쁘니 뭐, 잘 있었다기보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막간을 이용해 좀 쉬려고 널 불렀다. 너의 세상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정신없더구나"
"예, 좀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궁금한 것을 먼저 말씀해 주세요"
"너 지난번보다는 제법 부드럽구나 구시렁거리 지도 않고"
'구시렁 안 하긴 내 소리를 다 읽는다고 해서 가급적 생각 안 하려고 하지'
"또, 또 그 사이 또 구시렁거린다"
손으로 입을 막으며 '아차' 했다.
"궁금한 것이 무엇인데요" 화제전환을 했다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 너네 사는 곳이 왜 그리 시끄러우냐?"
"여치 하면 들고 나와서 떠들고 하던데"
"네 생각을 말해 봐라, 무엇이 어찌 돌아가는 것이냐?"
"저도 사실은 자세히는 모릅니다. 그냥 의사들이 파업하고, 아니 본인들은
파업 아니고 개별적 사직서래요. 그 또한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증거죠.
과해서 그렇지만요."
"사직서 내는 것을 좀 타이밍을 맞추어 조직적으로 8~9천 명 정도 한 것뿐이에요"
"그럼, 아픈 사람은 누가 돌보냐"
" 그게 우습게 간호사님들이 하고, 원래 의사들은 치료하고 수술하고 그러는데요,
의사들이 처방을 내리지 않으니 간호사님들도 어쩔 수 없잖아요."
"그리고 동네병원은 괜찮아요. 저는 동네병원에 다니는 사람이라서요"
"뭐, 처방전에 의사가 사인하고 하는데 그것이 안 나오면 곤란하죠.
전 잘 모르지만 지금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데요. 그래서 옮기고 있데요"
"무슨 그런 일이 그 정치하는 사람들 세금 받아먹는 사람들은 뭐라 하느냐?'
"그분들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안되면 입틀막 하고 입단속하고 가만히 있어요.
적당한 때를 찾아 표와 연관 있으면 표와 유리한 쪽이겠죠."
"그런데 너 그 입틀막이 뭐냐"
"아, 그거요, 호호 저도 사실 잘 몰라요.
그런 말 쓰면 좀 시대를 맞춰가는 것 같아서요"
"그러니까 그 말인즉은 '입을 틀어막는다' 그런 뜻일 거예요."
"참, 뭣이 바쁘다고, 말을 줄이냐.
너네 조상 그 뭐 시라노 응, 응 세종대왕이라는 자 섭섭하겠다."
"괜찮아요, 엄청 존경받고 있어요, 한글날에요.
그리고 워낙 바빠서 길게 다 말할 시간이 없데요."
"그래서 어쩐다 더냐."
"다스리는 분들은 강경하게 해요, 그러니 꼭 줄다리기하는 것 같아요.
중간에 환자들과 환자 가족들이 고통이죠. 대부분 중환자들이 걱정이죠."
"아니 그러다 급한 환자 생겨서 치료 못하고 죽으면 어쩌느냐"
"예, 그때는 또 옴팡 다스리는 분들에게 뒤집어 씌우겠죠. 그리고 가족들은
또 공개적으로 여의도나 영등포, 광화문에서 빈소 차리고 성토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임져라, 보상해라, 물러가라 등등하면서요"
"옛날에는 나라를 지키고 시민들을 구한 사람에게 의인이라고 칭하고 법적으로
보상해요 그 보상기준이 법적으로 정해졌어요. 요즈음은 그렇지 않아요. "
"그럼 뭐라 하는데"
"관리를 못해서 보살피지 못해서 너희 책임이다, 그러니 책임져라. 보상해라.
그런 거예요. 자식이나 가족 잃은 사람들 마음 이해해요."
"하지만 정도라는 것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은 무슨 개뿔이나,
힘없는 사람에게는 파워 있게 법이 적용되지'
"너 또 혼자 구시렁 된다. 왜 그러느냐"
"흡, 죄송합니다. 다 들린다고 했죠."
"조심할게요"
"그래, 네 생각은 어떠하냐?"
"누굴 죽이시려고 해요. 명대로 못 살게요.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말 잘못하면 저 죽어요, 저처럼 심장도 안 좋고 가끔 숨쉬기도 힘들 때가 있는데,
요즈음 칼 들었다고 사람 죽이는 것 아니에요. 칼보다 무서운 공격이 있어요."
"아~ 그러냐 너희 세상, 참 힘들게 산다. 편리하기도 하고"
"그 관료들은 왜 그러냐?"
"아~참 말할 수 있는 것 있어요."
"제 기억으로 의약계에 분쟁이 여러 번 있었어요."
"그게 제가 그 업무를 담당한 때가 있었어요"
"항상 있는 것은 의료 수가 문제고요.
제가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그러니까 의료보험 처음시행할 때,
첫 의무가입한 대상이었 거든요. 일반사람들 가입하지 않았어요.
아마 그게 뭔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걸요."
"그다음이 한방, 양방으로 대치하고 싸웠고 음, "
"의, 약분업 때문에 또 대치했고 "
또 기억이 가물가물하는데 하여튼 많이 있었어요."
"모두 저변에 이익이 깔려있어요. 제약사와 관련이 있죠"
"그때는 어찌 되었느냐?"
" 아, 그때도 당사자끼리 해결한 것도 있어요, 나라가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됐죠."
"샌드위치가 뭐냐"
' 아, 진짜 참, 온갖 거 다 물으시네, 나중에 사 오라고 하겠네'
"뭐라, 너 지금 내가 오냐, 오냐 하니까 점점 겁을 상실한다.
자꾸 구시렁대면 저 시베리아나 아프리카로 보내 버린다."
'어머, 세상에 신은 폭군이네, 본 성질이 나오려고 하네 조심해야지'
"또, 또, 또, 아무려면 내가 너희들에게 그렇게 하겠느냐?"
"모두들 살기도 힘든 것 같은데,
구시렁대지 말고 말로 해라 말"
"그래서 불렀지 않느냐"
"그 샌드위치 말해주고"
"그것은요, 일단 맛있어요, 빵 편으로 된 것 사이에 온갖 것 넣고
소스를 뿌린 건데요, 안에 넣는 것이 야채, 토마토, 달걀, 햄, 치즈 등이
들어가요, 맛있어요"
신이 씨익 웃으신다,
'아차 이를 어째, '
"다음에 하나 사 오느라 어떤 것인지 내가 봐야겠다."
"알았습니다"
"의대 정원 문제는 지난번에도 있었어요".
"그때도 피켓 들고 나와서 난리 아니었죠. 그때도 관료들, 월급쟁이들이
물러나고 끝~ 했어요. 그게 벌써 10년 정도 된다던가
정원문제는 한 20년 동안 묶여 있다고 하던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의사들 고생이 많아요, 제대로 쉬지도 못하거든요,
진료하며 새로운 의학도 공부해야 하고 피곤할 거예요."
"저보고 문서로 보고하라고 했으면 조사하고 잘 정리해서 드릴 텐데
갑자기 불러 질문하시니 정확도가 어떤지 모르겠어요"
"틀리면 수정해서 말씀드릴게요. 말과 글이 그래서 있는 것이니까요."
"소통, 소통, 소통요" "보고서요"
"나라에서 하는 것은 좋다고, 잘 됐다고 하는 사람 원래 없어요.
항상 물러나거나 아예 완패예요." "특히 상대의 머리수가 많아 집단행동하면,
통제가 안돼서 힘들어요."
"힘없는 우리도 한번 파업하면, 어떨까요
주부파업, 엄마파업, 할아버지. 할머니파업, 열차파업, 인터넷, SNS파업
방송파업, 청소부파업, 청소대행파업, 관료들 파업, 학교파업, 열차. 비행기.
버스. 택시등 운송시설파업, 농부들 파업, 마트편의점. 생산공장파업 등등을
하고 나라도 파업, 군인파업, 흐 뒤집어지겠네요. 아마 공중분해 될걸요."
"파업하고 모두 휴가가 면요, 갈 수나 있으려나. 파업인데,
그러니까 보세요 언제나 약자만 고생하죠 아무것도 할 수없으니까요,
단체 만들고 완장차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한국사람은 감투에 목숨 걸어요."
"국회는 내버려 두고 그네들은 하든 말든 자기들끼리 싸우고 하도록,
여의도 문을 확 닫아 버리고 못 나오도록"
"재미있을 것 같기도, 엄청 무서울 거예요. 종말 같지 않아요"
"종말을 감히 어디서 말하느냐, 나 이외는 안된다"
"죄송합니다.
저도 답답하니 말하죠 1년 내내 돌아가면서 하니까 정말 짜증 나요"
"왜, 피켓 들고 저 난리일까 하고 생각해요.
의료 백서나 장기적인 의료분석 등 체계적으로 만들어
나라에 건의하면 될 건데 그냥 안된다고만 하니, 안타까워요.
본인들이 가장 잘 아니 정부를 설득시켜야죠"
"공개적으로 나라님 보게 무슨 사이트에
이름 좋게 <건의서 >하고 제출하고,
나라에서도 그들 말고, 그들은 이해 당사자가 되니 빼고, "
"다른 의료인, 원로학계 계신 분, 보험담당,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외국전문가
등에게 자문을 구하여 실현 가능, 현재로서는 실현 불가능 그러나 점진적 해결할 부분은
고려할 수 있고, 아~그럼 타협이죠."
"장기적이면, 의사분들 한시적으로 외국에서 모셔오면 안 될까요,
우선 급한 불은 끄야죠, 환자들 고통받으면 안 되니까."
"그리고 3D직종 외국에서 들어오잖아요. 의사는 고인력이니 문을 열 수도 있죠
싱가포르나 그런 나라는 외국의사 고용하잖아요"
"이번에 하면 이 법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 모르니까."
"그리고 그분들과 한 탁상에서 이야기하면 노조와 협상하는 것과 다를 게 없죠.
여하튼 피해 보는 사람 없고 국력소모 어문데 하지 말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정말 안되면 그냥 여의도 앞 광장, 영등포 앞 광장,
광화문광장 다 없앴으면 좋겠어요"
시민휴식하라고 했지 데모하라고 백성들 혈세로 만든 건 아니거든요"
"그래 참 네가 말한 그곳들 아름답고 좋더라"
"TV엔 여기저기서 단체행동하느라 정신없고, 하다 하다 유튜버인지, 너 튜바인지
저는 아예 안 보니 괜찮지만 그런 곳에서도 난리예요."
"아주 옛날이야기인데요. 어떤 분이 말했어요."
우리나라에 <사> 자를 가진 사람들이 자정활동을 하면 그래도 좀 좋은 나라다
그러더라고요. 어디서 읽었는데"
"<사>가 무엇이냐, "
"끝에 <사>가 붙은 직업일걸요,
의사, 약사, 판사, 검사, 변호사, 형사, 교사 등등 많아요."
"그분들 다가 아니고 일반 국민에게 영향이 미치는 나름 파워 있는 <사> 들어요.
자정활동을 한 <사>도 있어요,
여전히 아닌 <사>도 있고요.
이 부분은 저희 집안에도 많이 있어서요, 조심스럽네요"
"하하 참 재미있는 동네다 너희 사는 곳, 피곤하겠다"
"저는 요즘 하는 것이 있어 TV는 그냥 켜 둔 거라 화면이 랜덤으로 돌다
내 귀에 들어오면 좀 듣고 또 싸우면 바로 채널을 저~ 뒤로 돌려버려요"
"그렇지만 직접 해결해야 하는 분들 정말 머리가 아플 거예요."
의사 선생님들 입장도 이해는 돼요.
나라에서는 백성전체를 보고 계획해야 하니 힘들죠"
"다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하지만"
"그런 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없으면 못해요, "
"조금이라도 본인들에게 불리하거나 이익이 없거나 하면...
바로 욕먹고, 돌아서고 그러니 표 생각하면 못하지요, "
"그래서 어쩐다더냐"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해요. 강대강이에요."
"사실 어쩜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어떤 때는 참 불쌍하게 보여요."
"아, 너무 말을 많이 하면 안 돼요,
제가 쓰는 글이, 많고 귀찮으면 바로 나 가거든요. 호호호"
" 참 근데 용, 저의 집은 동네의사, 개업의 덕분에 건강유지 잘하고 살아요.
늘 감사하고 살아요."
"그래 알겠다.
좀 남겨둬야 다음에 또 와서 이야기하지 "
"오늘은 나도 바쁘고 너도 이젠 돌아가거라"
"오늘 불시에 불러 미안타, 오늘 수고했다
거침없이 말해줘서, 매번 안 한다 하며 말해줘서 핫하하"
'흠 좀 즐거우셨나 보다 다행이다
얼마나 피곤하실까, 전 세계를 두루 관장하시니, '
인사하고 나오니 사신이 나를 우리 집에 데려다줬다.
책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아~흠 우리 집 거실이네, 또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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