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자신 있으신가요??

by 외과의사 닥터오

환자가 아프거나 이상이 있으면 병원을 방문합니다.


문제가 있거나 불편한 것이 있다면 상담 및 검사를 통해 어떠한 병이 진단될 수 있고 이때 의사는 약을 주거나 수술을 하게 됩니다.


특히, 외과 의사의 경우

외과의 특성상 만나게 되는 환자들 대부분이 수술하는 경우가 많죠.


50세 남자 환자분이 건강 검진 후 우연히 확인된 담석증으로 수술 상담 위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마른 체형에 인상도 좋으신 분이셨는데 체중이 적게 나가서

"운동으로 몸 관리 잘하시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외래에서 환자분을 맞이했습니다..


검진상 확인된 담석증은 복부 CT에서도 잘 확인이 되었고, 늘 하던 대로

평소 알고 있는 질병이 있는지, 예전에 복부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지.


알레르기나 약물에 부작용이 없는지 등등을 물어보면서 환자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였습니다.


환자가 처음 외래를 방문하고, 상담을 하고 수술까지 하게 된다면..


수술까지 하는 외과의사인 저로서는 이렇게 환자와 의사로 만나는 것이 "인연" 라고 생각하는데요.




의사와 환자


특히, 수술하는 의사와 수술받는 환자는 특별한 사이라 생각합니다.


내 몸에 칼을 댈 수 있도록 허락하고, 그 수술을 무사히 잘 마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러니..


의사와 환자는 아주 특별한 사이인 것이죠.


상담하면서 이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환자와 저는 아주 큰 인연이었나 봅니다.


제가 수술한 것은 아니지만.

17년 전, 15년 전에 큰 수술을 2번이나 받으셨으니까요.


십이지장 천공으로 한번, 2년 후 소장 괴사로 또 한 번을 하셨기 때문에

배 속은 유착이 아주 심할 것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복부의 상처를 보니 명치에서 배꼽 아래까지 길게 있었고

만약 제가 수술을 다시 해야 한다면, 여러 난관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통.. 과거에 수술했었다면

다시 재수술을 하거나, 다른 원인으로 수술을 또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전에 수술했던 외과의사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 외과의사가 그 환자의 배속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죠.


이 환자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전에 수술받으셨던 병원으로 가지 않으시고, 저한테 오셨습니다.


오래전에 수술받은 관계로

수술을 해주셨던 외과의사 선생님이 그만두셨다고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십이지장 천공과 소장 천공


수술해야 할 부위는 담낭


이런 경우 배속의 유착은 아주 심할 수밖에 없고,

특히 담낭 주변은 더욱 수술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복막암 수술 및 HIPEC이라고 하여 복막절제술과 복강 내 암전이에 따른 다양한 수술로 유명한 병원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복막 전이는 일반적인 위암, 대장암, 직장암 등의 암과는 다르게 복강 안에 어떤 형태로 암이 퍼져있을지 배속이 어떤 상황일지 예상하기 힘든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수술 전 복부 CT, PET-CT, 다양한 검사를 하면서 미리 예측해 볼 수는 있지만 예상 밖의 경우가 아주 많죠.


그만큼 수술장에서 수술하는 순간 다양한 생각과 정확한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decision making)


이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환자를 만날 수 있었고, 여러 험난한 수술을 하면서

"이렇게 수술할 수도 있구나."

"이렇게 접근하면 되는구나."

하면서 생각의 유연함도 생기고,

생각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잘 대처할 수 있는 판단력도 기를 수 있었는데요.


이 환자분과 제가 진짜 인연이었을까요??


처음 외래에서 상담하면서도 유착 때문에 수술이 힘들 수 있고, 예상보다 광범위한 수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아.. 이 환자를 내가 수술한다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술 준비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솔직히 이 수술..


내가 할 수 있을까??

꼭 내가 해야 할까??

수술하셨던 병원으로 가시라고 할까??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환자분께도 좀 더 생각해 보시고, 수술이 확실히 결정되시면 다시 외래 방문해서 상담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외래로 방문하셨고

상담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도 몇 날 며칠을 고민을 해봤는데요.

결론은 선생님께 수술받기로 결정했습니다."


"선생님은 자신 있으신가요??"


저도 그 환자가 다시 방문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환자 수술하게 되면 어떻게 수술해야 할지??

이런저런 변수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고 접근해야 할지??

수술에 대한 생각과 수술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보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수술에 대한 생각을 하고 여러 상황들을 생각해보고 해서였을까요??

무슨 자신감에??

저는..


"네.. 자신 있습니다."


"그럼.. 선생님한테 맡기겠습니다."


복강경으로 우선 복강 안을 확인해보니 예상대로 유착이 아주 심했습니다.

개복수술로 전환하였고, 심한 유착에 대해서 유착박리술을 하면서 담낭 절제술도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수술하러 수술방으로 들어가면서 밖을 보니 보호자가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외래 상담할 때는 보호자(아내)와 같이 오지 않으셨는데

수술 당일날..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분을 확인하고, 수술 잘 될 것이라고 너무 걱정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수술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남편이 뒤늦게 저한테 여기서 수술받는다고 했어요.

제 친척이 다른 병원 레지던트로 있어서, 그 병원 가서 할 수도 있었는데요.


남편이 선생님 많이 믿었나 봐요.."


"수술 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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