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나빌레라

Chapter No.13

by JiwoongSS
그렇게 그 날개를 자유로이 펼쳐도 마음 편한 친구와 함께 떠났다.


S.W : 헤이헤이, 이번에 베트남 푸꾸옥 여행 같이 가실?

ME : 오오, 완전 콜이지! 날짜는 대략 언제쯤 잡을 생각인디?

S.W : 대략 11월 중순 넘어서 수요일부터 다가오는 주일까지 생각 중.

ME : 나야 지금 일 쉬고 있으니 상관없으. 고럼 픽스한다~!

S.W : 오케이~!


제주도로 떠나기 전, 친한 친구 SW(약칭)와 여행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일상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환기하자고, 우리 둘 다 그런 시간이 지극히 필요하다고, 가면 정말 재밌겠다고. 계속해서 두리뭉실하게 같이 가자는 말들이 오가던 어느 날, SW는 구체적으로 '베트남 푸꾸옥'으로 놀러 가자는 제안을 던졌다. 어떠한 고민 없이 그저 좋을 따름이었다. 당시에는 아직 이 여정의 깊은 묘미를 인식하지 못했지만, 보다 넓은 세상의 모습을 볼 것에 행복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더군다나 제주도를 다녀오고 난 뒤 바로 다음 주부터였다. 살면서 이렇게 여행에 진심이었던 적이 있었나 싶었고, 마침내 두리뭉실했던 이야기는 11월 달력의 빈자리들을 밝게 밝히게 됐다.


< 인천1공항터미널 >

이후 원 없이 사색의 발자취를 누리고 온 나는 여행 당일 미리 인천공항에 도착해 SW를 기다렸다. 일을 쉬어가는 입장과 퇴근 후 시간 맞춰 부랴부랴 건너오는 입장의 차이랄까. 그럼에도 이때부터 여행의 시작이니 떠나기 전부터 벌써 환기되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마치 떠나는 공항마저도 여행지에 포함된 듯, 위에서 내려다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이 그 느낌을 대변해 줬다.


차분히 둘러보니 여러 모습들이 보였다. 수화물을 맡기는 모습, 나처럼 음료를 주문해 앉아있는 모습, 때가 되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등. 목적지는 각기 다양하고 출국 목적도 다를지라도, 오고 가는 길 평안히 다녀오길 바랄 뿐이었다. 그나저나 이 친구는 어디쯤이려나. 거의 도착했을 거라는 생각과 심심함 속에 전화를 걸었다.


ME : 헤이, 어디신가?

SW : 이제 막 도착해서 올라가는 중.

ME : 오오, 너 보인다야~! 마저 올라오쇼.

SW : 어케이~.



시계를 보니 저녁 먹고 출국 절차 거치고도 카페에 들른 시간까지 넉넉해 보여 이 흐름대로 이어갔다. 두 P들의 즉흥성을 따라 적당히 배 채울 돈가스를 먹으며, 그중에 좀 더 계획적인 SW가 대략적인 일정을 공유해 줬다. 그리고 출국 절차를 마친 후 들어가면서 안쪽에 보이는 스타벅스로 잠시 자리를 잡았다. 퇴근 후 몰려오는 피로에 당 떨어진 이와 또 커피를 마시고 싶은 이의 필요가 있기에. 이리저리 진열된 소품들을 둘러보러 움직이는 거 보니, 이제 좀 회사 안에서 남아있던 분주함이 가라앉은 듯 보였다. 아님 방금 먹은 돈가스에 졸음이 몰려와서일지도 모르겠다.

< 인천1공항 스타벅스 >


< 새로운 영감의 터전 속으로 >

나름 충분히 쉬고 나니 이제 비행기 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지연이 잦기로 유명한 항공사라는 걸 익히 알고 있었지만, 혹시 모르니 미리 게이트 앞으로 가서 대기했다. 역시나 소문대로 1시간 지연된다는 안내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리 당황하지는 않았다. 비행기 값을 아끼기 위해 본래 예정지인 푸꾸옥에 호찌민시를 추가했으니. 그래서 이번 여행지 순서는 다음과 같이 이뤄졌다.


* 여행 순서 : 호찌민시(경유) -> 푸꾸옥(2박 3일) -> 호찌민시(1박 2일)


덕분에 당시 푸꾸옥 직항으로 70만 원을 육박했던 걸 40만 원으로 아낄 수 있었다. 그 나름으로도 묘미가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기대와 유연하게 계획을 바꿔나간 우리의 여행 마인드를 인정했다.


지연된 시간도 흐르고, 드디어 탑승절차에 이르렀다. 친숙하지만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인 "베트남", 그중에 처음 들어본 "푸꾸옥"은 과연 어떨까. 아직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여름옷으로 갈아입어야 될 듯한 기분이었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졌다는 걸 말하는 걸까. 확실한 건 제주에서의 사색과 영감의 발자취가 끊기지 않고 이어져, 이제는 도약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그 날개를 자유로이 펼쳐도 마음 편한 친구와 함께 떠났다. 더 멀리, 나빌레라.




"나는 늘 간절히 바랬었다. 잔잔한 밀물로 들어와 썰물로 데려가지 말고, 차라리 거대한 파도로 찾아와 데려가 달라고." - "무중력의 문장들"(하루카 단상집)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3화영감 보따리를 챙겨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