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날의 피날레

Chapter No.20

by JiwoongSS
다르나 같은 마음인 즉 '해피 엔딩(Happy ending)'을 품은 눈망울들이 보이네.

우리의 생각처럼 이곳에 온 모든 이들이 같은 곳을 향해 이동하고 있구나 했는데, 우리보다 한 발자국 빠르다는 사실도 새삼 느꼈다. 현장 앞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인파를 느끼지 못했으니, 아마 좋은 자리를 구하려고 일찍이들 움직였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와중에 우린 어떠한 다급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야 하는 관광객임에도 현지인처럼 돌아다니고 있다니. 그 점에서 SW(친구) 이놈이나 나나 정말 여유로운 사람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고, 그중에 난 그런 친구의 뒤통수를 따라가며 찬찬히 사진들을 남기고 있다는 점으로 더욱 진한 P(즉흥형)형 인간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도 피날레 시작 시간보다 늦게 갈 수는 없기에 저 멀리 보이는 성 방향으로 주어진 길을 따라갔다. 가는 길에 아까 탑승했던 대관람차도 보였는데, 밝은 하늘 때와 달리 자태로운 네온사인을 뽐내며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우리 둘 다 '이건 무조건 사진으로 남겨야겠다.' 싶어 잠시 그 자리 아래에 멈춰 서게 됐다. 아주 잠깐의 타이밍이라도 여행 중 다니다 보면 특별한 인상을 남기는 지점을 찾게 되지 않는가. 그리고 성으로부터 점점 가까워지는 중간마다 조명들이 묵묵히 길을 밝혀 자칫 밋밋할 수도 있는 거리를 메워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난 이 순간 속 멈췄다가 걸어가기를 반복하며 사색하게 된 바를 도출해 보았다. "저 멀리 있는 곳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때까지 나아가는 길이 정말 소중하지." 그렇게 짤막한 사색까지 해보고, 나의 인솔자 SW(친구)와 수다 떨며 가다 보니 어느덧 해당 도착지에 이르렀다.

< 피날레 현장 앞으로 나아가는 길 >


먼저는 미리 알아 기대했던 바가 아니어서 그랬는지, 분수와 조명을 활용한 영상 스크린에 오히려 시선이 압도당했다. 좌표를 향해 항해하는 배의 모습, 고단한 항해를 마치고 도착한 목적지의 전경, 주인공이 악당과 대면하며 싸우는 과정 등이 입체감 있게 표현됐는데 비단 나뿐만 아니라 여기에 있는 이들도 몰입했으리라 본다. 그런 한편으로 놀이공원 어디든 시그니쳐 요소들이 있지만, 가히 이곳 "빈원더스"의 하이라이트라는 걸 인정해 보게 됐다. 그리고 여느 동화들에서 주로 나타나는 '기승전결'에서 벗어나지 않아서인지, 보는 내내 당장은 옆에 있는 친구와 소소히 떠들며 관람을 이어갔다. 그 이후로 내게 있어 '피날레'의 포인트가 된 영감은 그때 잠시 함께했던 '관람객'들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 '떠남-> 도착-> 위기'의 스토리 >

아마 어린 시절 접했던 동화들에 비슷한 공감대가 있다면 이 스토리에서 특별한 신선함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을 둘러싼 배경, 그가 찾아 구해야 하는 누군가(흔히 공주), 그 앞에 막강한 힘으로 방해하는 악당과의 대적, 고된 싸움 끝에 승리까지. 어쩌면 '뻔하다.' 여겨 따분함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들은 끝날 때까지 온전히 그 자리를 지켰을까. 물론 일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니 카메라 셔터가 끊이질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이 그 이유일까 하여 곱씹어 봤고, 이에 대한 영감은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있었다. "다르나 같은 마음인 즉 '해피 엔딩(Happy ending)'을 품은 눈망울들이 보이네."


< '악당'을 물리치는 결말 >

각자 실제 삶에서는 거리가 있을지라도, 실상은 그렇지 못해 힘겹더라도, 누구든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해피 엔딩(Happy ending)'을 염원하고 있을 테니. 그 안에 이뤄지는 상상의 나래는 세세히 다를 것이나, 눈앞에 펼쳐지는 저 스토리의 기승전결에서 비슷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중 특별히 '결(結)'에서 말이다.


그러니 각기 염원을 가슴에 품은 채 누군가는 이를 위한 삶의 계획을 세우고 있을 거고, 다른 누군가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을 것이며, 계중에는 어느 정도 성취를 경험했을 거라 본다. 그렇기에 이날의 피날레는 그러한 눈망울들을 한대 모인 뜻깊은 순간으로 기억될 거라는 끝으로 사색을 매듭짓게 되었다. 나와 같은 자리에 있었던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그 뜻을 계속 실현해 가기를 바람으로.


< 푸꾸옥 "그랜드 월드" >

끝나기 직전 우리는 이후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아까와는 반대로 한 발자국 일찍 움직였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붐비는 현장에 오래 머물지 않고, 두 번째 날의 마지막 장소인 "그랜드 월드"로 무난히 이동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보다 자유로이 길거리를 거닐면서 사진 찍고 곳곳의 분위기를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간에는 계속 돌아다녀 찌뿌둥해진 발을 풀기 위해 30분가량 발마사지를 받았는데, 역시나 그 선택은 거를 타선이 없었다.


결국 나로서 차근히 가고 있는 이 여정의 해피 엔딩은 결코 막연하거나 동떨어진 생각이 아님을 확신했다. 나 또한 똑같은 걸 바라보고 똑같은 눈망울로 함께했으니, 내가 조성해 낸 아늑한 공간에서도 그런 자리를 마련해 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다르나 같은 공감대를 품고 나누는 순간을 깊이 소망하며 푸꾸옥의 두 번째 날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저잣거리 공연을 보며)사는 게 힘드니까요. 이런 걸 보는 동안에 한시름 잊는 겁니다. (...) 사람들은 그냥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얘기가 좋은 겁니다." - 드라마「옥씨부인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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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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