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울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울했다

by 이담우

언제부터였을까.

하루하루 같은 일정과 같은 행동, 같은 패턴이

버거워지기 시작한 건.


‘매일 같은 삶을 반복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

애써 그렇게 생각해보지만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그리고 주말까지

내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느새 무기력함이 나를 잠식해 갔다.


내 몸은 그저 기계처럼 작동했다.

아침이니까 일어나서 신랑 먹을 사과를 깎고,

아이들 아침을 준비하고,

시간이 되면 출근하고, 퇴근했고,

아이들 데리러 가서 또 집에 오고

다시 저녁을 준비하고,

빨래를 돌리고 돌아서니,

싱크대 속 그릇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잠잘 시간이야."

말을 남기고 아이들과 함께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모든 하루가 복사, 붙여넣기 된 것처럼 느껴졌다.

생각이 많을 때는 일부러 리뷰 좋은 드라마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의욕조차 일지 않았다.


난 우울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울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나는 시간에 끌려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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