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부러 바다를 찾지 않는다.

by 이담우

바다 저 먼발치에서 남자애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물속으로 들어갔다 점핑 하듯이 뛰어 오르는 모습이

마치 돌고래 같았다.


그들을 보니, 나도 그곳으로 가면 되겠다 싶었다.

자유롭게 헤엄치며 노닐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물이 주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있던 곳에서

한 발짝 더 뒤로 내딛는 순간,

나는 뭔가 아주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실내수영장에서는 내 발이 닿지 않아도

몇 번의 도약질이면 나올 수 있었는데,

바다는 달랐다.


안된다.

점프를 시도했지만 올라올 수 없었다.

자꾸 밀려오는 파도에

내 몸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몇 번 더 뛰어오르려 했지만

자꾸 고꾸라지고 있는 나를 알아챘다.


“나 장난 아니야, 나 좀 도와줘”

간절히 외치고 싶었지만

그 소리를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이렇게 이렇게 물에 빠져 죽는 건가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정말로 인생의 파노라마가 스쳐 지나갔다.


죽자사자 싸우던 동생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아마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사람이 동생이었나 보다.


어제 엄마 아빠와 동생과 함께 먹었던 통닭,

아빠가 모는 오토바이를 우리 셋이 뒤에 꽁꽁 붙어 타던 기억,

부산 여행, 놀이공원...


그 짧은 시간에 내 인생의 모든 장면이

휘몰아쳤다.


나는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물을 먹었다.

나는 물을 먹고 뱉어 내지 못하고,

숨을 내쉬고, 들이 마시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꼬로록 꼬로록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나의 팔 소매를 잡았다.

우리반의 가장 개구쟁이인 아이가

나를 끌어내고 있었다.


티셔츠 팔 한쪽을 잡고,

두 발이 땅에 닿을 때까지

한참을 끌어주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를 두고 다시 저만치 갔다.


발이 땅에 닿으니,

나는 그제서야 먹었던 물을 토하고 울었다.

무서웠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물을 무서워 하고, 특히 바다를 무서워 하게 된 것이.


그 전에는 내게로 자꾸 밀려오는 파도가

나를 어루만지는 듯 해 그렇게 좋더니,


그 이후의 파도는 나를 덮치려는 것만 같았다.


파도가 넘실 거릴 때마다

내 심장이 쿵쾅 거리는 것은

지금도 어쩌지를 못하겠더라.


그렇게 나는

일부러 바다를 찾지 않는 성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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