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

나의 스승을 기억하며.

by 최나이브로



"옆에 누구냐?". "선생이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담임선생님과 몇 명 2박 3일로 설악산을 갔었다.

저 대화는 처음에 들른 화장실에서 담임선생님과 내가 했던 대화?다.


어느 학교에나 특이한 선생님이 있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더라도 계속 친구들 사이에 오르내리는 그런 분들이 한 분씩은 있기 마련이다. 이 이야기는 내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다.




특이했다. 담임선생님은 수업시간 중에 노자와 장자를 논하였고, 방과 후에는 태권도를 가르쳤다.

주로 아침에 좀 일찍 와서 서당처럼 교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대동천자문을 배웠고, 끝난 후에는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제출한 다음에 운동장을 한 바퀴씩 돌았다.


이 선생님은 매를 많이 드는 선생님으로도 유명했다. 숙제를 안 해서 매를 맞기보다는 거짓말 한 사람이 발생하거나, 청소를 제대로 안 하거나 또는 다친 친구를 모른 척하는 경우에는 연대책임으로 발바닥을 맞거나 벌을 서기도 했다.


기존의 절차를 벗어나는 행동도 있었다. 수업을 대신에서 주변 산에 뛰어 다녀오기도 하고, 체육시간은 다른 것을 다 제쳐두고 축구만 했다.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지만 덕분에 땡땡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배울 수 있었다. (땡땡이 이해도가 1 증가하였다~!!!)


다른 아이에게는 무서운 선생님,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학교에서 가장 민원접수를 많이 받는 괴짜였으며 나에게는 새로운 질문을 계속 만들어주시는 선생님이었다. 이 전까진 선생님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존재였고, 나에게 가이드를 주는 사람이었지만 이 선생님은 질문을 주시고 생각하게 하니 신선한 충격이 왔달까.




어느 날이었다. 어느 때처럼 아침에 하고 싶은 말을 적는 시간이 왔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그냥 쓰고 싶어서 이런저런 글을 주저리주저리 적어서 냈다. 우리는 종이를 내고 운동장을 달리기 위해 밖으로 나와있었고, 그날따라 선생님이 늦게 내려왔다. 한 손에는 내가 적은 종이를 가지고 와서는 전체 반 아이들 앞에서 "이 사람은 꿈이 많은 사람이야"라고 운을 띄우고 나서는 내가 쓴 내용을 읽어주셨다.

(생각해 보면 선생님은 아이들이 타의 90%, 자의 10%로 적은 종이를 하나씩 읽어보셨던 것 같다. )


묘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막 써놨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당시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느라 바빴고 어른들과 대화를 깊게 한다는 것조차 생각을 못했던 시기라 뭔가 다르다는 것은 확실히 느꼈던 것 같다.


살아가면 갈수록 누군가의 인정이라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회사에서는 상사의 인정을 받아야 좋은 고과를 받고 승진을 하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인정도 중요하다.

가장 순수한 시절에 원치 않았지만 뜬금없이 '꿈이 많은 사람'으로 나라는 사람이 인정받은 것과 회사에서 대놓고 요구하고 결과도 눈에 보이는 '인사고과'는 성격은 다르지만 인정이라는 것을 기반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이 필요하겠지만, 내게 가장 필요한 건 나 자신으로부터의 인정일 것 같다.

아직은 내가 날 잘 모르니 뭘 인정해야 될진 모르겠지만 언젠가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날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계기가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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