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숙 Oct 16. 2023

보아야 보이는 것들

관심과 무관심

                                                  

중학교  1학년 막 입학을 했을 때 어렵게 사귄 친구가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기도 하고 환경에 적응이 더뎠던 나와 나의 단짝 친구는 유난히 낯을 가리고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말을 주고받기까지 3개월을 훌쩍 넘긴 것 같았다. 처음으로 주고받은 말이 그저 이름을 묻고 대답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사실 서로 이름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할 말도 없었기에 이름을 말하고 어디 사는지 정도로 시작을 했다. 이후 도시락을 같이 먹기도 하고 방과 후 같이 버스를 타기도 했다. 그렇지만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은 알지 못했다.


어느 날, 실내화를 새로 샀는지 유난히 깨끗해 보였다. 무심코 "실내화 새로 샀네, " 이야기를 했더니 "아니야, 두 켤레를 가지고 교대로 신는 거야."라고 했다. "아~ 그렇구나." 그동안 실내화를 두 켤레를 가지고 돌려가며 신는 사람은 없었다. 다 떨어지면 새로 사서 신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의외의 대답에 놀랐다. 그리고 그 방법도 좋아 보였다. 어차피 다 떨어지면 새로 사는데 저렇게 두 켤레를 가지고 하나 빨면 다른 것을 신으면 되니까 편하기도 하고 깨끗하게 오래 신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실내화를 하나 더 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친구와 말을 주고받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모습이나 행동이나 어떤 것도... 그런데 그 친구와 말을 하면서부터는 그 친구의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그 친구의 머리카락의 삐침도 보이고 교복의 치마단도 보였다. 신발에 묻은 잡티도 보이고 가방에 작은 흠집도 보였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사소한 모든 것을 보며 관심 속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함께 하는 것이 많아졌다. 우리는 숙제도 같이 하고 시험기간에는 서로 문제를 만들어 교환해서 풀기도 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한 달 넘게 학교에 오지 않았다. 내게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 친구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하게 되었고 나는 친구를 잃게 된 것이 너무도 슬펐다. 단짝이 되어 늘 함께였던 그 친구가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그 친구의 빈자리는 정말 컸다.


슬픔에 잠겨 나의 눈은 늘 젖어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담임 선생님이 살며시 부르시더니 내게 봉투를 내밀었다. 나의 친구에게서 온 편지였다. 아버지의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살던 곳에서 지방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너무 멀리 갔네. 우리 이제는 볼 수 없겠구나' 편지를 보는 내내 반가움에 눈물이 났다. 그날부터 우리가 주고받은 편지는 서랍으로 하나 가득 찼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점차 편지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로를 잊어갔다.


그 친구와 함께 했던 시간은 불과 몇 개월이었다. 그러나 함께 하는 동안 우리는 같은 것을 보았다. 같은 것을 느꼈고 같은 생각을 했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일 것이다.


단짝 친구와 함께 볼 수 있었던 모든 것은 우리의 관심이 같은 이유였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는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보고 그 친구들은 못 보는 이유가 각자의 관심이 다른 이유였음을 안다.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생각하게 된다.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간판을 보며 무엇이 있는지 보는가 하면, 보드블록 사이에 이름 모를 잡초들의 모습을 보느라 다른 것은 못 보기도 한다. 서로의 취향이나 관심에 따라 같은 거리에서도 보이는 것이 다르다.


우리에게는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랑을 담아야 보이고 관심 가지고 보려고 해야 보인. 그것은 가족이 관심으로 보는 세상이다.


나의 아들은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중학교 다닐 때는 판타지아를 많이 보고 또 몇 편의 글도 썼다.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렸고 아마추어 작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안내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당시에는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었다.


아들이 보는 세상이 내게는 보이지 않았기에 반대를 했었다. 결국 글을 쓰는 것은 아들의 갈증 같은 꿈이 되었다. 나와는 다른 관심으로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 가족들의 세상을 유심히 보아주어야 다. 그 세상을 그대로 인정을 해주었어야 했으며, 그 세상들은 내가 보려 해야 보이는 것이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사랑이 담긴 관심으로 보아야 보이는 것들, 그것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이전 08화 후회는 필요없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