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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숙 Sep 25. 2023

웃어야 행복하다고?

생각의 힘

"웃으라 하네"


무언가 생각을 할 때 표정은 속일 수 없는 것 같다. 하나의 생각에서 계속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은 집요하게 달라붙는다.


미움과 원망을 바닥에 깔아놓고 살고 있던 때에 내게는 특별한 생각이라는 것이 떠오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남편의 죽음 이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전화는 "언제 돈을 줄 거냐"는 말 뿐이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돈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 허다했고 숨 가쁘게 벌어도 늘 부족했다. 온통 빚에 치어 날마다 돈, 돈, 돈하며 전전긍긍했던 내게는 화가 난 것처럼 늘 격앙되어 있는 모습뿐이었다.


이런 나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섞여 나온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고 미안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윌리엄 제임스의 말로 익히 알고 있던 말인데 그날은 새삼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렇구나' 내가 큰 것을 놓치고 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지 그 ' 빚'이라는 이름이 준 무게 하나로 스스로를 어둠으로 집어넣고, 자신을 메마르게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웃어보려 했다. 그런데 얼굴 근육이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큰 충격이었다. '웃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었나?'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에도 '까르르' 웃던 것이 나의 모습이었는데, 어둠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웃음을 잃고 웃을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것으로 나의 심각성을 알았다. 그것은 나의 마음이 얼마나  잘못되었었는지를 일깨우고 있었다. 웃지도 못할 만큼 근육이 굳어질 수 있음에 정말 놀랐고, 그런 마음으로  살아온 나를 지켜봐야 했던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깟 '빚'이 웃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 만큼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 마음이 그랬구나' 고작 '빚'이라는 그 무게하나로 앞으로의 내가 무엇을 하게 될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 채, 스스로를 죽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도 한심했다.


이후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웃음을 잃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웃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나의 꿈도 희망도 모두 지워 버리는 일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굳은 얼굴의 근육을 풀기 위해 볼펜을 입에 물고 웃어보았다. 웃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던 얼굴 근육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느껴질 때까지 볼펜을 물고 연습을 했다. '살다 보니 웃는 것까지도 연습을 하게 되는구나.' 그러나 생각하는 것도 연습을 해야 할 판이다. 나의 생각이 잘못되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미 세상에 없는 남편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그 생각을 지워버리지 않는 한 나의 모든 것은 반복될 것 같았다. 그동안의 생각들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음을 느꼈다.


다른 생각을 하며 다른 나의 표정으로 다른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이젠 나의 마음에  원망과 미움으로 가득 차 있던 것을 없애고 그 자리에 나의 꿈과 희망으로 채워 넣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도저히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그 암흑 같은 날들에서 벗어났고, 완전히 다른 나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밝고 좀 더 희망적이고 좀 더 진취적인 모습으로...


화가 나면 흥분된 상태로 시야가 좁아지며 모든 좋은 생각들이 잘 떠오르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미움과 원망하는 마음 또한 화가 난 것과 같은 상태, 아니 그 보다 더 극한 상태였던 것 같다.


나의 마음은 나의 생각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절절하게 깨닫게 되었다. 나의 괴롭고 힘든 마음은 나의 생각을 돌아보면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그 생각을 바꾸면 나의 마음이 가라앉게 된다는 것을 수시로 경험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해보려 해도 환경이 그것을 방해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것도 반복된 나의 생각 바꾸기 연습으로 마음도 점차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갖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일의 환경도 바뀌었다.


생각의 전환으로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웃는 것을 연습해야 했던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연습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 마음속에 깊게 박아 놓은 것은 항상 '감사함'이었다.

웃는 얼굴은 나의 마음도 나의 자세도 바꾸어 주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


전철을 타고 깜박 졸았다. 피곤이 쌓여 으레 자리에 앉으면 아예 잠을 청하곤 했다. 그날은 졸지 말았어야 했다. 이동 거리가 짧아 여차하면 지나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졸고 말았다. 난 꿈을 꾸고 있었다. "지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 바로 저거야." 낯익은 목소리로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고 다행히 내려야 하는 목적지에서 내릴 수가 있었다. 잠시 꿈의 목소리를 잊고 부랴부랴 일을 하러 가고 있었다. 순간 '아ㅡ꿈' 하며 하늘을 보게 되었다. '내가 하늘을 본 게 언제였더라.'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구름으로 멋지게 수를 놓은 하늘의 모습은 '와~'하는 감탄을 부르게 했다,  순간 핸드폰을 열어 사진을 찍었다. "멋지구나, 정말 멋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하늘을 보았다. 낮에 보았던 것과 다르게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눈이 나쁜 관계로 많은 별들은 보이지 않았었는데 그날은 유난히도 많은 별들이 하늘에 떠 있었다. '원래 저렇게 많았나? 하긴 내가 눈이 나쁘니까 볼 수 없었을 거야. 그런데 그새 내 눈이 좋아졌나? 오늘은 유난히도 많고 반짝이네.' 정말 이상하게도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던 밤이었다. '왜 갑자기 저렇게 많은 별들을 볼 수 있게 된 거지? 하늘이 맑아진 것인가? 내 눈이 좋아진 것인가? 내가 보는 것에는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 분명 하늘이 여느 때보다 맑아진 것이겠구나.' 생각하며 걸었다.


마음 바닥에서 작은 소리가 올라왔다. '그런데 넌 무엇을 할 수 있니? 무엇을 하며 살거니?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살거니?'  '아니, 이렇게는 살 수 없어.' '그래, 그럼 어떻게 살거니?' '글쎄, 하지만 지금처럼을 안 살 거야.'

수많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수많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휘저어 놓았다. 마음이 어수선하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러나, 단 하나 "지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


그 소리 하나에 나의 온 마음을 다해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했다. "그럼 어떻게 살 건데?" 이 질문으로 귀결이 되면서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그리고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그 생각의 답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책을 보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해 보려 애썼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게 있었던 모든 일들이 떠 올랐고 그 속에서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던 모든 생각과 수많은 감정 속에 움직이던 나의 마음이, 비로소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하나씩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생각연습이 정말로 필요로 한 것이었구나를 아주 강하게 인정을 하게 되었다.


특히 네빌고다드의 [상상의 힘] 내용 중에서 " 중요한 것은 결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과 그 상태를 하나로 융합해 그것 자체가 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소망이 이루어진 상태를 상상하고 그 상태와 사랑에 빠지고 그 상태에서 살고 그 상태에서 생각하십시오. 다른 것은 필요 없습니다."를 반복해서 읽으며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 의미를 이해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 내용을 이해하고부터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또 했다. 그래야 그 결말에서 생각을 하고 그 상태와 사랑에 빠지고 그 상태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손해 볼일은 아니기에 믿어 보기로 했다. 아니 간절하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생각을 점검하고 잘못된 생각들은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적어 내려갔다. 결국 그것은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되었고 나의 목표가 되었고 그런 것들이 나의 삶의 방향을 잡아 주었으며, 하나씩 개선시켜 주었다.


결국 내게 변화를 가져다주었다면 그것은 맞는 말이 되는 것이다. 난 또 새롭게 나의 하고자 함을 생각하며 버킷리스트가 작성되는 것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변화를 상상하며 기다리고 있다. 이런 방법이 참 재미있다.


전철에서 그 막간에 꾼 꿈을 떠올리며 "고개 들어 하늘을 봐." 그 소리가 크게 남았던 이유는 나에게 숨겨져 있던 꿈과 희망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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