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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숙 Sep 30. 2023

여정, 어느 길도 무의미한 길은 없다

다양한 일

길을 잃었다고 느껴지는 시간들, 나는 잘못된 길을 가면서 그 길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두려웠다. '내 인생에 내 삶에 이런 것을 계획을 하지 않았는데 이게 뭐람.'


그러나, 나는 내가 원치 않은 일들을 하면서 그나마 '이렇게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은 그 안에서 깨닫는다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이 느껴질 때는 감사하다는 생각도 했다.


하루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녹슨 그릇을 닦을 때는 '녹이 슨 것이 이렇게 해서 닦인다고?' 안될 것 같은 일을 하는데 실제로 녹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이게 되네'라는 말과 '해봐야 알겠구나, 그리고 안 될 것 같은 일도 되게 하려고 하면 될 수 있구나'를 알았다.


입주 청소를 하던 때 생각했다. 하수구의 거름망을 꺼내 그 속까지 닦으며 '이것도 원래는 이렇게 더럽고 냄새나지 않았을 거야. 이렇게 닦으니 깨끗해지긴 하네.' 더럽고 냄새가 나는 것을 만지기 싫다는 이유로 청소도 꺼리게 되는 곳, 나는 집에서도 하지 않는 청소를 여기서 해야 했다. 그런데 그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내 마음에 가득 차 있던 미움과 원망의 잘못된 마음들이 씻겨지는 기분이 들어서 오히려 좋았다. 이상하리만치...


벽지를 바르면서 묻었던 풀이 마르고 그 흔적이 남아있던 몰딩을 긴 막대에 걸레를 꽂아 닦으면서 잘 보이지 않고 힘을 줄 수가 없어서 잘 닦기가 힘들었다. 의자를 밟고 올라가서 닦으니 잘 보이고 잘 닦였다. '아~이것이 눈높이를 맞춘다는 거야.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봐야 했어. 난 그것을 못했던 거야. 그래서 난 남편을 해할 수 없었고 그것을 싸움으로만 해결하려 했던 거야.' 일을 하며 계속 생각을 했다.  


택배사에서 소분하는 일을 하면서 빠르게 지나가는 레일 위에 물건들의 송장을 보며 주소별로 구분을 하여 내려놓아야 한다. 내 앞을 지나친 것을 보려 하면 이미 늦어 보기도 힘들고 보았어도 빠르게 내려놓기가 힘들다. 그리고 다음 것을 놓치게 된다. 어지럽지 않고 잘 보려면 15도쯤 앞을 주시하게 되면 내 눈과 동시에 빠르게 물건을 내릴 수가 있게 된다. 지난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음에 오는 것에 집중을 하는 것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으며 나의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세상의 흐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너무 많이 앞서 가는 것도 무리수이고 모두가 뛰어드는 상태에서도 유리할 것이 없다. 적당히 앞에서 오는 것을 잡을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 최상이 될 것이다. 세상의 흐름을 알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내게 필요한 '앎'이 있다. 그것을 찾아 공부를 하고 알아 나가야 함을 느꼈다. 나는 여러 일을 하며 이렇게 하나씩 깨닫고 느끼는 것들을 생각하며 글로 기록을 해두었다. 그런 가운데 알게 된 것은 '어느 것도 길이 아닌 것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그 가운데 얻어지는 것이 있었고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하물며 서로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데도 같을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난 참 오랜 시간을 궁금해 왔던 것이 있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데 그렇다면 그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각과 다른 과정들이 필요했을 텐데 어째서 공통적인 말을 하는 것일까?'


내가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길을 가지만 깨닫는 것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연결시켜 준다는 것을..


누군가는 자신의 가는 길이 만족스럽겠지만, 누군가는 마지못해 가는 길 일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이건 나의 길이 아니야.'를 외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 모든 길은 연결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 길을 가고자 한다면 지금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되어도 그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결국은 원하는 길로 가게 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랬듯이...


그리고 그 어느 길도 길이 아닌 것이 없고, 모든 것이 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삶을 걷는 여정으로 어느 길도 무의미 한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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