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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숙 Oct 02. 2023

후회는 필요없어

후회보다 반성

"흔적 없는 상처"


화창한 날씨다. 오랜만에 느끼는 날씨.. 너무 좋다. 이런 날은 차를 몰고 가까운 야외라도 나가고 싶어 진다. 어디든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준비를 했다. 여느 때 같으면 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함께 가자 했을 텐데 왠지 그날은 혼자 있고 싶었다.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장 가까운 바닷가를 찾았다. 1시간을 넘게 운전을 해서 바닷가에 왔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조금은 한적한 곳을 찾아 이동을 하면서 장소를 잘못 택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슬슬 짜증이 나려 했다.


그러다가 목적지 없이 계속 운전을 하며 생각에 빠졌다. 왜 이렇게 화창하고 좋은 날 눈물이 나는 걸까?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지난 나의 시간으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몰려오는 감정들.. 삶 속에 그저 잊혔던 지난 시간 속에서 하필 슬픔만을 꺼내 놓은 것처럼 그쪽으로만 꼬리를 물었다.  


 '비 온 뒤 화창해진 오후

  울컥하는 내 마음에 눈물이

스쳐가는 지난날의 아픔

상처인지 오랜데...


격한 삶에 묻혀

잊고 있던 아픔이

이제 와서 눈물로...

 아파


흔적 없는 상처인데

지울 수 없네


혼자라서 다행이다. 차 안이라서 다행이다. 내가 이렇게 소리 내어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을 해보니 눈물을 흘리며 울어 볼 새도 없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다 마음속에서 그냥 삭혀 버려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를 속이듯 살아졌다. '그런데 이제 왜? 갑자기 이렇게 눈물이 그칠 줄 모르고 흐르는 것일까?

이제야 그 모든 것을 겪는 것처럼, 그 아픔 하나하나가 또렷이 살아나는 걸까?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마음껏 실컷 울어보자 마음먹은 것처럼 쏟아지는 이유가 뭐야? '


얼마를 그렇게 울면서 돌아다녔는지 흐른 눈물이 옷을 적시고 화장기는 다 지워지고 그새 눈도 부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묵혀두었던 뭔가가 씻겨진 듯한 기분이 든다


다 잊었다 생각했던 남편의 죽음, 뒤따른 그 헤아릴 수 없는 일들과 그 사이 엄마가 돌아가시고 억눌러 왔던 모든 슬픔들이 슬퍼할 새 조차 없이 살면서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잊힌 것이 아니라 그대로 묻혀 있었던 것이었다. 마음껏 울지도 못하고 있었던 내 마음에 그대로 묻혀서 이제야 갑자기 폭발을 한 것이다. 이렇게 화창하고 좋은 날...


그리고 벌을 받는 것만 같았던 지난 시간들이 모두 꿈인 듯하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망막하기만 했던 그 시간들이 이젠 내 마음에서 하나의 점들로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그동안에 내 마음을 묶어 놓았던 나도 모르는 슬픔이 이제는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작은 원자들의 충돌로 내면 깊숙이 혼란했던 모든 것이 정리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언제든 이젠 눈물이 나면 그냥 울고, 즐거우면 그 즐거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그런 여유를 느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다독여졌다.


"네게 주는 선물이야"


알아?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

알아? 사랑을 품은 이유인걸~


너와 나와 모두가 사랑을 노래하는 이유~


알아? 행복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 사랑이 있기 때문인걸~


기쁨, 눈물, 슬픔도 사랑이 있기 때문이야.


아파하지 마.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그저, 사랑하면 돼

네게 주는 선물이야.


행복하라고, 웃어보라고

네게 주는 선물이야.


내게 속삭여 주는 소리를 들으며 홀가분한 기분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그날이 생각난다.




"후회는 필요 없어"


일에 묶여있던 많은 시간들이 지나갔다. 매 순간들이 허덕임이었던 시간이었다. 스스로를 칭찬해 줄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보다는 '왜 그렇게밖에 못했어'라는 책망이 남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단지 책망으로만 지나친다면 나의 지난 시간들이 죽어버린 시간이 될 것 같아서 그러기는 싫다.


일기를 쓰면서 어느 순간 나의 모든 감정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단지 그날의 일들만 나열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좋은 감정을 쓰는 날보다 그러지 못한 날들이 더 많았기에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나를 만들려 했다. 지난 시간 속에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더 힘든 지경으로 몰고 갔던 순간들을 돌이켜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들을 하며 조금 더 냉정해지려 애썼다.


어느 날 사회에서 만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고소를 당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난들 알리가 없지만 그래도 알아봐 주려 노력을 했다. 무슨 일인지 먼저 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그 친구는 돈을 얼마 넣으면 30프로의 이익이 생긴다는 금융사기에 휘말린 것 같았다. 자신에게 있는 2천만 원을 넣고 매일 이자가 들어온다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보라고 권유를 하면서 생긴 일이다.


"세상 돈 벌기 참 쉽네. 그런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돈 벌기 쉽지." 그런 말에 속아서 남편 모르게 돈을 그런데다 쓴다는 것이 기가 막혔다. 그러나 그 친구는 남편 모르게 이미 다른 일도 저질러 빚이 1억이 넘는다고 했다. 그것을 만회하려다 보니 귀가 닫히고 판단력이 흐려진 것 같았다. 결국은 비슷한 일로 두 번을 엮이더니 남편에게도 들통이 났다. 차라리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일을 처리해 주고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후 한동안 집에서만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그림을 배우기 시작을 하더니 몇 년간 온라인 대학도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자신의 삶을 만들고 있다.


지난 자신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하지 말았어야 했던 후회스러운 일들이 분명 있을 수 있다. 그 친구는 그 일로 지금은 작가가 되어 그림을 그리며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잘못되었던 시간들이 지금의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많은 리스크가 있었다 하더라고 어쩌면 그 시행착오는 분명 역할이 있었던 것 같다.


그와 같은 일은 내게도 물론 있다. 모든 것을 방치하고 어떻게 되겠지 했던 나의 생각들이 더 큰 빚을 만들고 더 큰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 상황들로 만들었다.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모두가 내 맘 같은 줄 알고 믿었던 것에서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겪으면서 잘못된 것을 알게 되고 그 후유증으로 수년간 더 고생을 하면서 자신의 한심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 시간들이 지나면서 즉흥적인 경솔함을 버리고 좀 더 신중해졌으며, 나의 의사를 정확하게 밝혀 싫은 것은 거절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나간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울타리를 튼튼하게 만들고 그것을 더 견고하게 다듬어 가는 것을 보며, 그 방법들을 살피고 그것을 배우는데 나의 눈은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아직 나는 학생이다. 세상을 공부하고 사람들을 공부하고 자신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자신의 한심스러운 모습이 두각 되어 초라하고 작게 느껴지더라도 모든 것을 후회할 필요는 없다. 그 속에서 더 성장할 수 있게 되고, 자신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은 내가 더 알아야 할 것이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고, 더 노력을 할 때라고 알려 주는 것이기에 그 시간들을 잘 보듬어 주어야 한다. 마치 아기를 돌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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