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감정의 파도를 넘어 '이어서 하는 힘', 나는 곱슬머리였다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모두 여덟 식구가 함께 살았던 대 가족이었다.
아침이면 두 명의 언니와 나를 앉히고 머리를 빗겨 주시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셨던 할머니는 유독 내 머리에 힘을 주셨다.
유난히 곱실거리는 탓에 빗질부터 실랑이를 하게 된다. 참빗으로 소 혀가 핥아놓은 것처럼 빤빤하게 빗겨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묶어 주셨다.
따갑고 아픈 시간이었지만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의식이었기에 대체로 얌전했다.
어렵사리 묶인 내 머리카락은 곧 한 올 한 올 꼬불꼬불 비집고 나와 결국 밤송이처럼 부풀어 오른다. 어떤 강한 끈으로 묶어도, 머리카락은 본연의 성질을 굽히지 않았다.
나의 곱슬머리가 가진 저항력은 호기심 많던 나의 본성과 닮았으며,
외부의 힘(참빗)에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감정의 파도와 곱슬머리의 저항
나의 감정 기복과 바이오리듬은 마치 곱슬머리(본성)와 같다.
참빗으로 빤빤하게 빗겨 묶듯 어떤 강력한 의지로 '완벽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해도, 곧 밤송이가 되어 버린 나의 머리카락처럼 필연적으로 슬럼프나 우울함, 좌절감이 불쑥 튀어나온다.
아무리 핑계를 차단하려 해도, 감정의 곱슬머리는 밤송이처럼 불쑥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나의 곱슬머리가 거추장스럽다고 잘라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처럼,
핑계로 무너진 '각오' 역시 버릴 수는 없다.
결국 아침이면 여지없이 다시 빗고 묶여 순간적으로 단정할 수 있었던 것처럼, 꾸준함은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흐트러진 후에도 다시 묶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매일 아침 할머니의 손에 들린 참빗의 빗질처럼 말이다.
무너진 감정은 곱슬머리를 인정하듯 자책하지 않는다.
"오늘 그럴 수 있어. 내일 다시 묶으면 되지."
하지만 전체를 못 해도, 단 5분이라도 글을 쓰거나 5분이라도 독서를 하는 '최소 행동'으로 흐름의 끈을 놓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나의 행동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글로 남기는 것이다.
다음 날 다시 시작(재개)한 사실을 크게 기록하여 '이어서 하는 힘'을 눈으로 확인한다.
"나의 곱슬머리는 나에게 가르쳤다. 통제할 수 없는 본성에 맞서지 말고,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는 힘이 진정한 꾸준함이라고."
계속 '이어서 하는 힘'이야말로 미운 5세가 못에 박히고, 술에 취하고, 야단맞고도 다음 날 또 다른 사고를 칠 수 있었던 회복 탄력성이자 끈기라고 나름 결부 짓는다.
"감정의 파도를 타는 것은 멈출 수 없다. 하지만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머리를 묶고 또다시 시작하는 힘. 그것이 애벌레가 나비로 변화 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가장 강력한 끈기가 아닐까?."
감정의 기복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닌 '재개ㅡ다시 일어 나는 ' 그런 끈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