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의 서랍

by 달그림자

10장 내 인생의 낭비 통장 점검


불필요한 관계와 에너지 정리하기


몇몇 남자아이들이 말타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유일하게 내가 끼어들지 못했던 놀이다. 나보다 체구가 컸던 아이들을 엎드려 지탱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재밌게 놀고 있던 아이들을 순식간에 내가 원하는 딱지치기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내게 있는 딱지의 힘이었다.


최대한 많이 들고나가서 많이 뿌리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놀 때 내가 하고 싶은 놀이 위주로 할 수 있었던 탓에 나의 감정은 단순했고, 그 마저도 내 위주였다.


가끔 불청객으로 뛰어들어 훼방을 놓는 것은 어른들의 잔소리와 야단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잊고 또 놀 수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사방이 불청객이었다. 나의 세상이 아닌 남의 세상 속에 끼어들어 사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감정들은 나로 인한 것보다, 남들에 의해서 생기고 사라졌다. 때에 따라서는 깊은 상처가 되어 오랜 시간 고통으로 남기도 하고, 결말도 없고 그래서 재미도 없는 드라마의 연속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남을 의식하며 애써 웃는 미소 속에 난 울고 있는데, 나의 할 일이 많은데도 남의 오지랖에 끌려다니거나 불필요한 일에 참견하느라 나의 일을 못하기도 했다


그렇게 불필요한 감정들과 귀한 시간의 소모는 모두 내게 마이너스의 결과만을 안겨주었다.


'굳이 왜?'라는 질문을 자주 하면서도 쉽사리 끊어내지 못했던 나의 생활방식, 이제는 끊어내야만 한다.


모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갉아먹는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통장에 돈이 얼마 있는지 확인하고 불리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면, 지금은 내 인생에 감정적으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통장이 몇 개나 되는지 얼마나 쌓여있는지를 확인하여 모두 정리를 해야 할 때다.


이를테면 '자격지심 통장', 불 필요한 공감통장', '착한 사람병 통장'같은 것들이다.

돈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나의 에너지 잔고를 갉아먹고 있다. 이제 이 마이너스 통장들을 해지할 때이다.


어렸을 때의 나처럼, 내 주도하에 놀이와 감정을 선택했듯이 지금 내게 그것이 필요하다.


물질적 미니멀리즘을 넘어,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관계와 감정을 정리하여

'최대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돈을 아끼려 했지만, 에너지와 감정이라는 가장 귀한 자원을 무의식적으로 낭비하고 있는 것을 아끼려 하지 않았다.

'나를 깎아내리는 관계', '결론 없는 분노', '과도한 타인의 기대치 충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던 이 '감정 통장'들을 정리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미니멀리즘과, "미라클 나이트'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착한 사람 증후군'이나 '경계 없는 관계' 속에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다 보면

나의 루틴을 지킬 힘을 잃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요'라는 말 한마디를 못해 퇴근 후 내 시간을 몽땅 날려 버리는 일, 그 속에서 억지웃음으로 싫은 내색 못하며 나의 감정을 속이는 일, 그 후유증은 피로감으로 다음날까지도 이어졌다.


미운 5세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싫어요'를 망설임 없이 외치듯, 그 자기중심적인 실행이 바로 '3초 차단의 법칙'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데 필요함을 느낀다.



​미운 마음, 화가 나는 마음등의 소모적인

생각들은 하루 10분을 넘기지 않으려 한다.


진정한 미니멀리즘은 불필요한 감정과 시간소모라는 통장을 해지했을 때 가능하고, 그것은 '미라클 나이트'를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연료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