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미움'을 '운동'으로 승화하는 마음가짐: 여주 서리의 교훈
여주 서리 미움의 시작
집집마다 시멘트로 만든 쓰레기통이 대문옆에 있었다. 위에는 버리기 위한 구멍으로 철로 된 뚜껑이 덮여 있었고 , 앞에는 치워가기 위해 만들어진 구멍에 역시 철로 만든 문이 달려 있었다.
그 쓰레기통은 담을 넘어가기에 적합한 발판역할을 했다. 그래서 담장에는 병을 깨서 꽂아두거나 뾰족한 쇠를 박고 그것을 철조물로 감아서 방어를 했다.
하지만 담장 안에 주황색의 울퉁불퉁한 열매는 색이 예뻤고 모양은 신기했다.
익어서 벌어진 속은 빨간 열매가 들어 있었다.
그 모습은 내가 탐을 낼만 했다.
그 열매가 흐드러지게 열릴 때면 이 집 저 집 담장 안을 훔쳐보다가 아무도 없을 때 열매를 땄다. 그런 일은 나에게는 놀이와도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아저씨에게 들켰다.
다치기 좋은 여건에서 도망치는 것은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담장에 박아놓은 날카로운 병조각이나 뾰족한 쇠를 박고 감아 돌린 철조망을 피해 팔을 빼고 밟고 올라간 쓰레기통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급하게 도망치려다 긁히고 떨어져서 무릎을 깼다. 비록 크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심통이 났다.
대문밖으로 나온 아저씨에게 잡혀 야단맞으면서도 울지 않고 잘못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손이 닿지 않아 제대로 따지도 못했는데 다치고 야단맞는 것이 억울했다.
그 뒤 그 집의 열매에만 집착을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따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압도적이었다.
그 아저씨가 미운마음에 제대로 먹지도 않으면서 심술부리고 싶었다.
그러나, 팔에 긁히고 상처가 나는 것은 왜 인식하지 못했을까?
"미움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손해 봤다고 느끼는 나의 마음에서 싹튼다." 여주 서리에서 손에 쥔 것 없이 다치고, 야단맞았다는 억울함에 심통이 났고 아저씨가 미웠다. 그래서 집요하게 그 집의 열매만을 노리게 된 것이다. 외부요인 아니고 내가 만든 결과인데 말이다.
미움은 나를 갉아먹는 독
직장에서 공정하지 못함을 느낄 때, 타인에게 질투가 느껴질 때, 나는 여주 서리 때와 같은 미움이 생기곤 했다.
이 미움은 타인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나 자신의 에너지만 갉아먹는 독이 된다. 미움에 사로잡혀 에너지를 낭비하면 결국 나만 손해이다. 집요함으로 내 팔에 상처가 나는지도 모르고 열매를 따려했을 때처럼..
미워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소화도 안되고 인상을 쓰며 즐거움이 없는 사람처럼 되어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난 병들고 내가 먼저 쓰러질 것 같았다. 이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미워하게 된 저 못된 말과 행동, 마음 씀씀이가 나에게도 있는 건 아닐까? 그것을 알아차리라고 내가 싫어하는 말과 행동들을 보게 하는 것일까?
"흉보고 배운다"는 말이 떠오르며 더 이상 미워할 수 없게 되었다.
미운 마음이 생길 때 '너도 그럴 수 있어, 미워하다가 따라 할라' 이런 생각이 들면 미웠던 마음이 사라졌다.
미워하는 마음은 내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단 하나도 없다. 그 마음이 생길 때마다 한번 더 일어나 움직이고, 한번 더 책을 들고, 나를 위한 뭔가를 하는 것이 훨씬 이롭다
미움은 가장 뜨겁고 강력한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그 에너지를 남의 담장에 매달려 낭비하지 말고, 나를 위한 성장의 불쏘시개로 쓰면 된다. 미움을 멈추고 운동을 시작하는 순간, 나는 나비의 날개를 펴는 시간을 앞당기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