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6. 나는 이렇게 변하고 있는 중이다

by 마리혜

#나는 누구인가_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사람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



우리 자신은 하나로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매 순간 변화하는 무수한 모습들의 종합이기 때문이다. p.39


나는 누구인가.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우선 외모와 겉모습을 보고 나를 판단한다. 또 학창 시절의 친구들은 중 고등학교 다닐 때 모습으로 나를 기억한다. 얼굴이 조그맣고 까맸다. 키는 작았다. 삐쩍 말랐다. 말이 없다. 수줍음을 잘 탄다. 더러 고집 있다. 똑 부러진다. 잔 손재주가 있다 등등. 어찌 됐든 존재감이라고는 없었다.


지금은 교류하거나 대화나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나를 판단하는 때도 있다. 우연히 본 나의 첫인상이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말로 이해하는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어느 정도 인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보기와 다르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곧 느끼게 된다.


키는 작지만 친구들 사이에 그런대로 중간은 갔다. 오빠들 따라 바닷바람 가르며 천방지축 다녔으니 새카맣게 눈만 반지르르했을 것이다. 수줍음을 잘 탔지만 할 말은 다 했다. 엄마가 재봉틀 하시는 걸 눈여겨보았다가 도시락 주머니를 만들어냈다. 남자 형제 흔한 집에 외딸로 태어났으니, 아버지 덕에 없는 집에서 그나마 호강? 좀 했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기억하는 친구들은 나에게 실망한다. 60대 치고 키는 그만하면 괜찮다. 화장발로 생각보다 덜 늙어 보인다고들 한다. 예쁘지는 않지만 예쁜 두 딸과 내 눈에 잘 생긴 아들이 있다. 수줍음을 잘 타지 않으면서 꼭 할 말은 분명하게 할 줄 안다.


무엇보다 예상치 못했던 것은 역시 첫 책을 출간한 일이다. 오랜 친구조차 글을 쓴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뜻밖의 소식으로 받아들였다. 그 당시에는 당연히 문학에 존재감이 없었던 아이였으니까 충분히 그럴만했다.


아주 오래전에 지역 사물놀이패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녀와 같이 북을 잡았었다. 풍물에 미친 듯이 빠지고 봉사활동도 겸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수줍음이 꽤 많았다. 늦은 결혼과 세 아이의 양육으로 외부 활동은 간혹 사물놀이 외엔 하지 못했었다. 주위에서 이곳 주민인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았었다.


그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그녀는, 10년 후, 색소폰 동호회를 통해 지역 봉사 활동하는 모습을 보더니 그때까지 생각해 왔던 나의 모습이 아니라고 무척 놀랐다고 했다. 지금부터 1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시골에서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존재감 없던 시골 아낙이 할 것으로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하기야 우리 어머니도 남들이 흉볼 수도 있다고 말씀하실 정도니 그럴 만했다. 어쨌든, 남편의 은근한 후원 없이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글 쓰는 일도 그랬다. 연예인 덕질로 시작한 글쓰기는 첫 책을 기획 출판하기에 이른다. 나 외에는 주변 사람들도 이런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출간하고 말해주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아직까지 부끄러워서 출간 소식을 미처 남편에게 조차 당당하게 말하지 않았다.


이렇듯 나는 변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변할지 나조차 모르는 일이다. 생각을 멈추지 않고 내 안의 성장 씨앗에 물 주고 가꾸어 가다 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것이다. 내 안의 줄무늬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읽어 내기 힘들다. 알아주길 바라는 것도 모순이다. 내 삶은 시시각각 변화와 성장을 한다. 삶의 여정을 조금 더 다정하게 가꾸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될 테니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내가 아니다.


니체의 말대로, 우리는 봄마다 껍질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는 나무와 같다. 우리의 정신은 끊임없이 젊어지고, 더 커지고, 더 강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당신에 대한 당신 자신의 생각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