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의 추억

마음의 고향

by 마리혜

#가은 아자개 장터 #문경석탄박물관 #에코월드


점심 밥상을 물리고 설거지하는 동안 머릿속 계산기를 빠르게 돌린다. 집을 나서야 책 한 줄이라도 읽을 것 같아서 머릿속으로 재빨리 갈 곳을 정했다. 태블릿과 읽던 책을 가방에 넣어 을러메고 집을 나섰다. 어디든 마음과 분위기만 맞으면 눌러앉아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운전석에 앉으니 마음이 달라졌다. 방향을 바꿔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가은 아자개 장터로 향했다. 가은은 대규모의 탄광이 있던 곳이었다. 이곳은 1960년부터 1970년도 까지 호황을 누리던 곳이었다. 강원도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았고, 인구도 지금의 두 배 가까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폐광 부지를 재개발한 문경석탄박물관과 가은 세트장. 문경 문화콘텐츠인 테마파크 문경에코월드가 그때 전성기를 재현하고 있다. 이곳 문경 가은의 상징인 연탄을 모형으로 빵을 만드는 곳이 있다. 그동안 마음에 두었던 연탄 빵이 생각나던 차에 그곳으로 향했다. 탄광 산업이 활발했던 가은을 대표하는 메뉴라는 생각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몇 살 때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아주 어렸을 때 오빠들과 새끼줄을 한쪽에 단단하게 묶어 연탄을 끼우고, 낑낑대고 양손으로 들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연탄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오빠들이 앞장 서면 나란히 연탄공장으로 달려가서 줄 서서 기다렸다. 그 시절 시골의 난방은 나무가 아니면 연탄이 전부였다. 어린 마음에 오빠들하고 연탄 사러 가는 것이, 철 모르고 신나게 따라다니던 일 중에 하나였다.


그렇게 엄마 심부름을 자주 했었다. 연탄은 고단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다. 조금 더 커서는 겨울이 시작하고 연탄이 창고에 가득 쌓이면 겨울 난방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 부자나 다름없었다. 김장으로 겨울 준비를 든든하게 하듯 연탄도 역시 그랬다.


연탄 빵은 타지 않은 연탄은 1개에 6,500원, 다 탄 연탄재 빵도 1개에 6,500원. 이곳의 연탄은 까만 연탄이든 재로 연탄재든 값은 같다. 연탄값이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그래도 괜찮다. 연탄재도 충분히 마음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다.


연탄재도 나름대로 제 역할이 다 있다. 어린 시절을 기억해 보면, 포장이 안된 시골 골목길에 조금만 비가 와도 질퍽거려서 다닐 수 없었다. 연탄재를 바닥에 깨고 밟으면 질퍽거리는 문제가 말끔히 해소되었다. 겨울에 빙판으로 길이 미끄러울 때 연탄재 몇 장이면 불편 없이 다닐 수 있었다. 다 타고 남은 연탄재도 오히려 제 한 몸 불사르고 남은 재마저도 쓰임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연탄 빵집 앞에서 기웃거리다 별생각을 다했다. 정작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혼자라는 생각이 문 앞을 서성이게 했다. 다음 날 친구와 다시 오기로 약속을 했기에 돌아서 나왔다. 불쑥 찾아간 아자개 장터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마음의 고향이었다. 잠시 동안 엄마, 아버지, 형제를 그리며 추억 속에 잠겼다 돌아온 것으로도 너무나 고마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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