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갱이국과 조심스러웠던 안부

그녀의 남편은 암치료 중

by 마리혜

길 건너에 사는 오랜 지기의 소식이 며칠 째 궁금하던 차에 전화가 왔다. 그녀의 남편이 암진단받고 치료에 전념하느라 가끔 왕래하던 것도 뜸해져서 안부가 무척 궁금했었다. 때마다 먼저 전화로 근황을 묻는 것도 퍽 조심스러워서 미루고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마당 한가운데서 만난 그녀의 얼굴은 빛바랜 누런 꽃잎처럼 수척해 보였다. 그사이 가냘픈 목에도 주름이 거미줄처럼 늘어져 얽혀있었다. 자그마한 체구가 오늘따라 말라 보여 더 작고 짠해 보였다.

두 손에는 올갱이국과 호박고구마가 든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남편을 챙겨줘도 모자랄 판에 쓸데없이 우리까지 신경 쓰지 말라며 나무라고 극구 사양해도 기어코 손에 들려준다.

그녀는 투병 생활로 심신이 급속도로 허약해진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살피느라 어깨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암 진단 후 수술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본인이 진료받고 아내에게 조차 암이라는 사실을 3개월 동안 숨겨왔었다. 병이 서서히 깊어지고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하자, 아내에게 알리고 나서야 항암치료를 서두르게 되었다.

그 후 수술 결과가 좋아서 특급 요양원으로 입소하여 좋은 환경과 좋은 음식으로 빠른 회복을 기대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으나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는 바람에, 며칠 지내지 못하고 응급실로 실려 가고 말았다.

예상대로였다. 열두 시간에 걸친 수술 결과는 좋았는데, 환자가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아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의사도 환자가 먹지 않고 회복에 힘쓰지 않으면 절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소견이었다. 특급 요양원인들 본인의 치료 의지가 없으면 무슨 소용 있으랴.

그녀 생각에 요양원에서는 환경상 담배를 피울 수 없으니 금단현상이라고 결론 지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암 진단받고 수술받기까지 담배 절대 금지라는 의사 경고를 무시한 것이 문제였다.

아내의 감시를 피해 그때까지 담배를 놓지 못했다. 의사에게도, 자녀들에게도 알릴 수 없는 창피함을 자신만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고민이라고 했다. 결국 요양원은 포기하게 되었고, 집에서 요양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집에서 요양하는 얼마 되지 않는 기간에도 두어 번 담배를 몰래 피우다 발각되었다고 한다. 참 그 아저씬 알다가도 모르겠다. 담배가 목숨하고 바꿀 만큼 절실한지 묻고 싶을 정도이다.

그녀가 말하기를, 이제까지 할 만큼 다해서 목숨은 살려놨으니, 앞으로 죽고 사는 건 본인 의지라고 경고장을 날렸다고 한다. 그 후 그녀의 남편은 지금까지 우여곡절 끝에 겨우 음식을 먹고 회복 중에 있다.

그녀는 남편 식단에 신경 쓰는 것이 눈물겨울 정도이다. 남편의 건강식을 챙겨야 하는 와중에 친구까지 돌아볼 여유를 갖다니 고맙기에 앞서 미안할 정도이다. 부디 빠른 쾌유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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